영국 BT 민영화에 10년 걸려…완전 경쟁 갖춰 [KT지배구조 딜레마]⑥지배구조·경영독립·시장자율 구축…일본 등 정부 지분 유지하기도
김성미 기자공개 2018-03-19 08:04:53
[편집자주]
'KT의 주인은 국민입니다.' KT 홈페이지에 가면 볼 수 있는 회사 모토다. 민영화된 지 16년이 훌쩍 지났지만 아직까지 공기업 같은 슬로건을 사용하고 있다. KT는 민영기업이지만 국민기업이란 모토처럼 공기업의 이미지도 갖고 있다. 낙하산 인사가 당연했고 정권이 바뀌면 CEO가 바뀌었다. KT는 내규를 바꿔가며 낙하산 인사를 막고 진짜 민영기업의 모습을 갖추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KT가 민관 딜레마에서 새로운 정체성을 찾기 위한 과제와 해법을 모색해본다.
이 기사는 2018년 03월 16일 07:1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KT의 민영화는 반쪽짜리다. 정부는 KT 지분을 모두 민간에 매각했지만 여전히 경영에 개입하고 있다. 근거 없는 월권이지만 통신 산업의 공공성이란 명분으로 정부 개입이 정당화되고 있다.해외에서도 통신 산업을 민영화한 사례가 여럿 눈에 띈다. 영국 등 선진국에선 통신 사업을 민영화하면서 완전 시장 경쟁 체제를 도입했다. 공공성을 유지하기 위해 장기 플랜을 갖고 순차적으로 사업과 지배구조, 경영 구조 등을 모두 민영화했다.
일본, 프랑스 등은 공공성을 위해 정부가 지분을 유지하고 있다. 통신 서비스의 공공성을 위해 서서히 민영화 작업을 진행했다. 근거 없는 개입으로 회사 흔들기를 하며 기업 가치를 떨어뜨리는 경우는 찾기 힘들다.
◇영국 BT 민영화에 10년…완전 경쟁 체제 갖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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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간 통신의 민영화 사례로 가장 모범적인 사례는 영국 통신사 브리티시텔레콤(BT)이 꼽힌다. 영국 정부는 갖고 있던 지분 50%를 순차적으로 매각, 분산형 소유구조를 만들었을 뿐만 아니라 경영 불간섭 원칙을 공표해 경영의 자율권을 확보해줬다. BT는 2002년 과도한 설비투자로 인한 부채로 무선사업부문을 외부에 매각하기도 했다. 완전 경쟁 체제에서 감내한 부담이었다. 민영화 뒤 정부 개입이 전혀 없었다는 점을 방증하는 것이다.
영국 정부는 국민들의 보편적 통신 서비스를 보장하기 위해 몇 년에 걸쳐 지분을 매각했고 경영 자율권 보장을 위해 불간섭 원칙도 공표했다. 정부가 지분을 계속 보유해 서비스 공공성을 확보했으며 경영 독립성을 통해 시장경쟁체제를 만들었다. 민영화→가격규제→신규 진입 촉진 정책→완전경쟁체제 등의 수순으로 민영화에 성공했다는 평가다.
영국 정부는 약 10년에 걸쳐 BT 민영화를 추진했다. 1980년 우정과 통신사업을 분리해 BT를 설립했다. 1984년 BT 민영화를 추진하기 위해 독립규제기관인 오프텔(OFTEL)을 설치했다. 정치에 영향을 받지 않고 매각 업무를 진행하기 위해서다. 또한 오프텔은 매각에 따른 경쟁력 집중, 민영화 이후 가격 규제 등을 관장했다.
BT는 1984년 정부 지분 50.2%, 1991년 25.9%, 1993년 21.9%을 매각했다. 정부는 BT의 경영에 대한 불간섭 원칙을 공표했으며 증시 여건에 대한 정확한 시장 조사, 후속조치 등도 신경 썼다. 특히 주식 배분 시 일반적인 비례할당방식 대신 소액투자자 우대 전략을 펼쳤다. 자본시장에 BT 주식이 안정적으로 자리 잡게 하기 위해 3년간 보유하면 15주당 1주를 덤으로 부여한데 이어 주식 매입에 대한 부담을 줄이기 위해 대금을 3회 분납할 수 있도록 했다.
이와 함께 3%이상의 주식을 획득할 경우 BT에 통지하도록 의무화했다. 동일인지분제한 15% 규정을 통해 특정인의 BT 소유도 방지했다. 영국 정부는 민영화 이후에도 특별주를 보유, BT의 공공성을 유지하는 방안으로 활용했다. 건강한 지배구조를 형성하는 절차와 함께 서비스 공공성 확보, 시장경쟁체제 형성 등이 함께 진행된 것이다.
◇BT, 완전 경쟁 체제 속 위기 겪기도
공기업 태생의 BT가 민영화된 이후 시장경쟁에서 뒤쳐진 상황도 있었다. 2002년 과도한 설비투자로 인한 부채로 무선사업부문을 매각하는 어려움도 겪었다. BT는 1998년 순부채는 약15억 달러 수준이었으나 2000년 300억 달러로 늘어났다. 자기자본대비 부채비율이 190%였다. 3G 투자로 과도한 비용을 집행한 것이 문제였다.
BT는 재무건전성 회복을 위해 무선 사업을 매각하긴 했지만 통신 시장에서 유선사업만으로는 성장 한계가 있다는 것을 깨닫고 경영 정상화 이후 무선 사업을 다시 인수했다. 통신 시장이 초고속 인터넷, IPTV, 모바일 등 결합 상품으로 재편됨에 따라 2조 원을 들여 EE 인수에 나섰다. BT는 EE 인수에 앞서 기간통신사(MNO)로부터 네트워크를 임대하는 MVNO 방식으로 무선 사업을 영위하기도 했지만 MVNO 사업자로서의 한계를 느끼고 MNO 사업에 진출했다.
BT가 위기 상황을 겪고 구조조정을 하는 과정은 BT에 정부 특혜가 없음을 방증한다. 실제로 영국 정부는 BT 경영과 인사에 개입하지 않았다. 통신 업계 관계자는 "통신 서비스 공공성을 위해 정부가 시차를 두고 지분을 매각한데 이어 업체 간 자율경쟁이 가능하도록 시장을 형성해준 것이 우리나라와 가장 다른 점"이라며 "정부가 경영에 절대 간섭하지 않겠다고 스스로 선을 그은 것처럼 공기업 태생의 기업이 민간기업이 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알고 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 경영 개입하려면 지분 확보라도
한국 정부는 2002년 KT 민영화를 위해 지분 28.36%를 한 번에 분산 매각했다. 표면상 독립적인 경영권을 확보했으나 16년 동안 정권 교체기마다 정부가 개입하는 기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정부가 KT의 경영에 개입하려면 차라리 지분 일부를 남겨놨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일본 NTT도코모는 1986년부터 6차례에 걸쳐 정부 보유 지분을 회당 100만~195만주씩을 매각하고 있다. 총 발행주식 수 2억 주 가운데 극히 일부만 민간에 매각하고 있다. 여전히 일본 정부는 NTT도코모 지분 32.44%(680만주)를 보유하고 있다.
프랑스도 정부가 통신 서비스의 공공성을 위해 기간 통신 사업자의 지분을 계속 보유하고 있다. 프랑스 정부는 1997년 프랑스텔레콤(FT) 민영화를 시작, 2002년 50%이하로, 현재 13.4%까지 낮춰 놓은 상황이다. FT는 2013년 오렌지로 상호를 변경했다.
KT의 민영화는 유례를 찾을 수 없는 기형적인 구조다. 아예 정부의 간섭을 막을 수 있는 장치를 처음부터 마련하고 장기 플랜을 짜거나 정부가 개입할 근거를 확보했어야 했다. 이제라도 정부 개입의 원칙과 가이드를 정형화해야 정권 교체기마다 기업 흔들기가 사라질 것이란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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