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난로 1위 파세코, 생활 가전으로 재도약 [중소형가전사 경영분석]①틈새가전 공략, 코웨이에 의류관리기 공급 예정
서은내 기자공개 2018-04-10 08:03:23
[편집자주]
생활가전 산업은 대형사 위주로 시장이 고착화돼 있다. 하지만 틈새수요를 파고들며 가전 시장을 키우는 소형 가전사들의 위상은 하루가 다르게 높아지고 있다. 이들은 독특한 아이디어와 아이템으로 한국판 '다이슨'을 꿈꾸고 있다. 자본시장에서도 주목하는 중소형가전업체들의 경영 상황을 짚어보며 업계의 변화상을 함께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18년 04월 06일 07:1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파세코가 주방·생활가전업체로 변신을 꾀하고 있다. 파세코는 세계 1위 석유난로 업체로, 1974년 설립된 난로 심지제조사 신우직물공업사가 전신이다. 1990년대 국내 빌트인 가전으로 사업을 확장한 파세코는 세탁기와 공기순환기(써큘레이터) 등 생활가전 B2C 시장으로 무대를 넓히는 중이다.틈새 가전으로 각광받는 의류관리기를 국내에서 처음 개발, 선보인 곳도 파세코다. 파세코는 지난 2008년 빌트인 가전으로 옷장형 의류관리기를 출시했다. 이후 LG전자가 '스타일러' 판매로 이 시장을 키우기 시작한 가운데 삼성전자, 코웨이도 조만간 제품을 내놓는다. 파세코는 제조기술력을 바탕으로 코웨이에 OEM 공급을 앞두고 있어 올해 생활가전 수익의 추가 성장이 기대된다.
◇조그만 심지난로업체, 석유난로 시장 1위
파세코는 창업자 유병진 회장이 30년 넘게 가업을 일군 곳이다. 뒤를 이어 장남 유일한 사장이 10년째 사업을 이끌어 오며 2세 경영이 안착됐다.
처음 시작은 조그만 난로심지제조업체였다. 유 회장은 일본에서 난로심지 수입 사업을 꾸려오다 직접 국내에서 이를 제조하기 시작했고 사업을 키워 석유난로 완제품을 생산하기로 했다. 1980~1990년대로 들어오면서 점차 국내에선 석유난로 수요가 줄었지만 유 회장은 일찍이 해외로 눈을 돌렸다.
유 회장은 일교차가 크고 저녁 이후 난방이 필수인 중동 사막을 타겟으로 석유난로 시장을 개척했다. 석유 난로는 전력이 필요없어 전원 공급이 어려운 지역 난방에 적합했다. 나아가 러시아 미주 등으로 판로가 확대되면서 전 세계 40여개 국으로 수출이 가능해졌다.
파세코는 15년이 넘게 전세계 석유난로 시장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중동에선 점유율이 60%, 글로벌 점유율은 약 35%에 달한다. 파세코는 해외에서 한국 난로라고 하면 자체 브랜드 '케로나'를 쉽게 떠올릴 만큼 인지도를 구축했다.
최근 들어 전체 석유난로 시장의 규모가 줄고는 있지만 석유스토브에서 전기스토브, 팬히터 등으로 관련 제품을 다각화하며 사업을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또 증가하는 캠핑용 수요를 겨냥한 제품들도 내놨다. 현재 파세코의 전체 매출 중 석유난로 매출 비중은 약 35% 정도다.
◇빌트인 가전으로 한단계 도약, B2C 생활가전으로 수익 안정화
파세코가 한 단계 도약한 계기는 빌트인 가전을 시작하면서다. 석유난로사업은 계절적 요인으로 비수기 실적 부진에 대한 고민이 컸다. 때문에 선풍기나 가스레인지 등의 제품을 생산하기 시작했고 그러던 차에 한샘과 식기건조기 납품 계약을 맺게 되면서 1990년대부턴 빌트인 가전에 진출했다. 파세코는 삼성전자, 한샘 등 국내업체에 식기세척기, 가스쿡탑, 후드 등 주방가전을 OEM ·ODM방식으로 공급하면서 외형을 키웠다.
파세코는 석유난로 해외 수출사업이 점차 줄면서 최근 몇년간 매출이 감소해왔다. 파세코는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전년보다 19%, 30% 증가한 1213억 원, 39억 원을 기록했다. 지난해의 성과는 2016년에 비해서는 성장한 수치이지만 2013~2015년 수준을 아직 회복하진 못했다.
2014년 한때 파세코는 매출이 1380억 원을 넘어섰으며 영업이익률이 2013년 8.1%, 2014년 6.1%, 2015년 6.2%에 달할만큼 수익성이 높았다. 하지만 지난해와 직전년 영업이익률은 2.9%, 3.2%에 그쳤다. 그결과 총영업활동현금흐름(OCF)이 2013년(155억 원) 이후 2014년(112억 원), 2015년(103억 원), 2017년(83억 원)으로 줄고 있다.
김기준 본부장은 "석유난로 쪽은 앞으로 큰 성장을 바라보기 어려운 시장"이라면서 2014년 이후 미주와 중동 지역의 겨울 기온이 이전보다 많이 높아 수출실적이 줄었으며 미주의 경우 지난 올해 물량이 일부 늘 것으로 예측되나 중동은 여전히 기온이나 저유가 추세로 볼 때 이전 수준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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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큘레이터 라인업 전년대비 30% 확충, 의류관리기 사업 확대
대신 파세코는 B2C 부문의 성과가 수출 부진을 메우며 전체적인 실적 성장을 이끄는 모습이다. 그간 파세코의 사업 중심이 석유난로 수출, 빌트인 가전 등 B2B 위주였다면 3년 전부터는 B2C 업체로 모양을 갖춰가고 있다. 파세코는 '파세코' 브랜드를 살려 일반 소비자 대상 생활·주방가전 위주로 사업구조를 바꾸는 중이다.
파세코는 지난해 가전 B2C 사업 매출액이 전년 대비 두 배 이상 증가해 전체 매출의 10%를 차지했다. 김기준 본부장은 "3년 전부터 홈쇼핑에서 빌트인 가전을 B2C형태로 판매하기 시작했으며 점차 빌트인 가전이 아닌 일반 생활가전제품 사업까지 확장하고 있다"며 "2015년 2%에 그쳤던 B2C부문 매출이 지난해 전체의 10% 수준으로 증가했다"고 말했다.
가스레인지, 전기레인지, 김치냉장고, 전기그릴 등 주방가전을 비롯해 생활가전으로 의류관리기, 써큘레이터, 제습기, 비데, 빨래건조대, 가습기 등의 제품군을 형성했다. 최근에는 틈새 가전으로 소형 세탁기 '미니클린'을 내놓기도 했다. 모스클린(모기퇴치기), 도마클린(도마살균기) 등 클린시리즈에 이은 제품이다.
김 본부장은 "소형생활가전 사업을 확대하는 가운데 지난해 써큘레이터 제품의 경우 라인업을 전년 대비 30% 이상 늘렸다"면서 "올해는 의류관리기 사업 실적이 더욱 증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파세코는 국내에서 처음 의류관리기를 개발 판매한 업체다. 이같은 제품 기술력을 기반으로 올해부터 OEM 방식으로 렌탈 1위 업체인 코웨이에 의류관리기를 제조해 공급하기로 했다. 코웨이는 오는 5월 의류관리기와 공기청정기를 결합한 제품 출시 계획을 밝힌 상태다.
파세코는 탄탄한 재무구조를 자랑한다. 지난해 부채비율은 33.9%이며 2012년 89%에서 2014년 58%로, 2016년 41%로 점차 감소하는 등 해마다 100% 미만을 유지해왔다. 장단기차입금 규모가 지속적으로 줄어왔으며 순차입금은 2012년 248억 원에서 지난해 12억 원으로 20분의 1수준으로 감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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