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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수로 배당받은 삼성증권 주식, 횡령죄상의 '재물' 해당되나 매도 행위 '고의성 여부' 등 논란

한형주 기자공개 2018-04-12 14:15:09

이 기사는 2018년 04월 10일 16:4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로펌업계에선 삼성증권 배당주식을 매도한 직원들의 '횡령죄 적용' 타당성에 의문을 다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형법에 해당 직원들이 처한 특수 상황까지 커버할 죄명이 딱히 없다는 것이다. 직원들의 행위에 고의성이 있고, 이들이 처분한 삼성증권 주식을 재물로 봐야 한다는 앞선 변호사들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한 셈.

A로펌 변호사는 "무엇보다 고의를 입증하는 것이 중요한데, 정황상 직원들이 당초 배당금으로 예정된 주당 1000원 대신 1000주가 계좌에 들어온 것을 몰랐을리 없다고 말할 순 있어도 이러한 미필적(불확정적) 고의만을 가지고 이들을 처벌할 충분한 논리를 제시할 수 있느냐에서 벽에 부딪힐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번 사건과 직접 비교는 어렵지만, 은행이 실수로 입금한 돈을 통장주가 일부 썼을 때 죄가 성립되지 않은 사례도 많다"며 "삼성증권 직원들이 도덕적으로 비난받아야 한다는 점을 떠나 법적으로 이들을 처벌할 명분이 뚜렷하다 보기엔 반론의 여지가 많다"고 덧붙였다.

직원들이 처분한 주식이 전산상으로만 거래돼 실체가 없는 '유령주식'이란 점도 변수로 지목된다. 횡령죄는 재산죄에 해당한다. 대상이 재물이어야 한다는 얘기다. 이를 감안할 때 정상적인 발행절차를 거치지 않은 주식을 과연 재물로 볼 수 있느냐가 논란의 대상이 될 수 있다. D로펌 변호사는 "가령 보드게임 '브루마블'에서나 쓸 수 있는 장난감 돈을 돈으로 생각하고 누군가에게 팔았다고 해서 그 돈이 재물이 되는 것은 아니다"며 "효과 없는 주식을 처분한 삼성증권 직원들에 대한 횡령죄 적용 여부는 법조계에서도 갑론을박이 펼쳐칠 수 있는 소재"라고 평했다.

이 변호사는 "직원들이 주식을 재물로 인식했느냐 아니냐보다 객관적으로 그 주식이 재물이냐 아니냐를 따지는 것이 중요하다"며 "인신을 다루는 형사 처벌의 경우 '죄형법정주의(범죄와 형벌은 법률로 정해져야 한다는 원칙)'에 따라 법리 해석을 엄격히 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법원이 삼성증권 주식을 재물이 아니라고 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관측했다.

삼성증권은 잘못 배당된 주식을 바로 복구 조치했다. 매도 주문 이후 영업일 기준 3거래일이 돼야 매매거래가 완료되는 만큼 그간 실제 오간 자금은 없다. 횡령죄 적용이 어려울 것으로 판단하는 변호사들 입장에선 어차피 무효인 주식을 팔았으니 경제적 가치도 없다고 주장할 법한 대목이다.

삼성증권 직원들이 만약 횡령죄로 제소를 당한다면 회사가 직접 이들을 상대로 소송을 걸거나, 금융감독원이 고발하는 등의 시나리오가 예상된다. 삼성증권은 주식을 판 직원 16명을 대기발령 조치하고 민형사상 책임을 물리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감독원은 현재 삼성증권에 대한 특별점검 및 현장검사에 돌입한 상태다. 횡령죄는 형법(제355조)상의 죄목이다. 감독원 조사 결과 혐의가 인정되면 고발권이 부여된다. 그러면 검경의 수사가 시작되고, 검사의 피고인 기소시 형사재판으로 넘어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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