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CIO 겸직, 허남권 신영자산운용 사장 절대파워 [지배구조 분석] ②운용·마케팅 전반 관여..도제식 매니저 양성, 충성도 최고
이충희 기자/ 서정은 기자공개 2018-04-13 08:40:00
[편집자주]
자산운용사는 고객의 돈을 굴려주고 그 대가로 수익을 내는 금융회사다. 하지만 실제 자금을 집행하기까지 어떻게 의사결정이 이뤄지는지, 그 과정과 체계에 대한 정보는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자산운용사 업무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이사회 구성과 주요 주주 등 지배구조에 대해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18년 04월 11일 08:4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신영자산운용이라고 쓰고, 허남권이라 읽는다.'자산운용업계 관계자들은 신영자산운용을 이렇게 표현한다. 그만큼 신영자산운용내 허남권 사장의 존재감과 영향력이 크다는 소리다.
대표이사 취임 이후 허남권 대표의 지배력은 더욱 공고해졌다. 허 사장은 대표이사인 동시에 운용을 총괄하는 최고 투자책임자(CIO) 자리를 여전히 맡고 있다. 경영과 운용 모두 그의 손에 달려 있다.
◇운용·경영관리·마케팅 조직, 허 사장 아래 총집결
신영자산운용은 지난해 하반기 조직개편을 통해 기존 2부문 8본부 체제에서 2부문 7본부 체제로 바꾸었다. 허남권 대표가 작년 5월 부사장에서 사장으로 승진한 이후 단행한 첫번째 조직 개편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조직개편으로 그의 영향력이 절정에 다다랐다고 보고 있다.
허 대표는 당초 5개 본부를 거느리던 자산운용부문을 해체하고 △배당가치본부 △마라톤가치본부 △투자전략본부 등 산하에 3개 본부만 둔 주식운용부문을 출범시켰다. 자연스럽게 운용부문장의 영향력이 줄어들 수 밖에 없다. 대표이사 취임 전까지 본인이 직접 맡았던 조직이 바로 자산운용부문이다.
이 과정에서 연금가치본부는 없어졌고 채권운용본부는 운용부문에서 떨어져 나와 대표이사 직할 조직으로 바뀌었다. 채권운용본부가 대표이사 직할로 바뀌면서 펀드운용의 자율성이 상대적으로 줄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허 사장이 대표 취임 이후에도 CIO 역할을 놓지 않은 것과 같은 선상에서 해석 가능하다.
업계 관계자는 "이전 대표이사였던 이상진 사장 시절 신영자산운용은 운용부문장에게 최대한 자율성을 부여했다"며 "허 사장 체제로 바뀐 이후 운용과 마케팅, 경영관리 등 모든 업무가 대표이사 아래로 집결하게 됐다"고 말했다.
신영자산운용의 펀드 운용 스타일을 경험한 업계 관계자들은 회사 내에서 허 사장의 영향력이 절대적이라고 입을 모은다. 본부장급 임원들까지 세세한 것들을 허 사장에게 보고하고 투자를 집행하게 되면서 한편에서는 유연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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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충성도 높은 운용역, 근속기간 '톱'…견고한 공채문화, 막강한 우먼파워
신영자산운용의 핵심 인력들을 봐도 그의 지배력을 여실히 알 수 있다. 상당수 인력들이 그와 장기간 손발을 맞춰온 사람들이다. 이같은 충성도를 뒷받침하는 건 도제식 공채문화에 있다. 신영자산운용은 매년 공채를 진행한뒤, 운용역 교육기간을 약 3년 거친다. 신입직원들은 장기간 신영자산운용의 '가치투자' 철학을 내재화하는 셈이다. 이는 곧 허 사장의 운용철학이기도 하다.
공채문화가 견고한 덕에 매니저들의 평균 근속연수도 다른 운용사보다 훨씬 높다. 좋게 말하면 임직원들의 충성도가 높다는 뜻이지만, 반대로 보면 다른 색깔을 가진 운용역이 살아남기 쉽지 않다는 뜻이기도 하다. 허 사장 또한 평소에도 경력직 채용에 대해서는 우호적이지 않은 스탠스를 보여왔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해 3월 2일 기준 신영자산운용의 매니저 평균 경력(15명)은 8년 7개월, 평균 근무기간은 7년 11개월에 달했다. 전체 자산운용사의 평균 근무기간 6년을 훌쩍 넘을 뿐 아니라 전체 운용사 중 최고수준이다.
인력 이탈이 적은 조직의 특징 중 하나는 여성 비율이 높다는 점이다. 신영자산운용 또한 마찬가지. 의도적으로 여성인력을 우대했기보다는 공채 위주의 장기근속문화가 정착되면서 나타난 결과다. 신영자산운용이 재택근무를 검토하는 것도 여성 운용역들을 붙잡아두겠다는 의도다.
신영자산운용의 주식운용 및 리서치 인력은 총 20명이다. 이 중 여성운용역 비중은 9명으로 전체의 45%에 이른다. 이중 2개 본부에서 여성임원이 수장 역할을 하고 있다. 대표적인 인물이 바로 원주영 마라톤가치본부장과 박인희 배당가치본부장이다.
이들은 신영자산운용을 대표할 뿐 아니라 업계를 대표하는 여성 매니저이기도 하다. 원주영 본부장은 2000년, 박인희 본부장은 2006년부터 신영자산운용에 몸담아왔다. 이밖에 김화진 배당가치본부팀장, 고도희 마라톤가치본부 선임운용역 등도 약 10년간 운용을 맡고 있다.
신영자산운용 관계자는 "성별이 중요한건 아니지만, 여성매니저들의 꼼꼼함이 펀드 운용에 강점으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다"며 "인력 이탈이 크지 않은만큼 다른운용사에 비해 여성 비중도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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