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바반도체 M&A, 엘리엇 방해공작 피해갈 수 있을까 6월주총 전 중국 반독점심사 승인 관건
윤동희 기자공개 2018-04-20 09:18:46
이 기사는 2018년 04월 17일 11:1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이 중국의 도시바 M&A 반독점 심사에도 여파를 미치고 있다는 의견이 외신을 통해서도 제기되기 시작했다. 여론에 힘입어 도시바 정기 주주총회 안건이 상정되는 5월 중순 전까지 결합 승인을 받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도시바 이사회는 여전히 메모리사업부 매각을 지지하는 입장이지만, 5월을 넘기면 지난해 말 새로운 주주로 참여한 엘리엇 등 행동주의 헤지펀드들의 입김으로부터 자유롭긴 힘들다.도시바는 도시바메모리를 KK판게아(K.K.Pangea)에 매각하기로 했고 지난달 30일을 시한으로 잡았다. 판게아는 베인캐피탈, SK하이닉스 등을 주축으로 한 한미일 컨소시엄이다. 반독점심사 승인이 완료되지 않아 거래는 마무리 하지 못했다. 도시바 이사회는 공시를 통해서도 기한은 넘겼지만 여전히 거래는 유효하다고 밝혔다. 일각에서 주장하는 2차 매각시한과 같은 날짜는 계약상 존재하지 않는다.
이사회의 우호적인 자세에도 불구하고 매각심사 지연이 거래 결렬 가능성을 높이는 이유는 도시바의 바뀐 주주구성 때문이다. 도시바는 지난해 11월 6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했다. 통상 자국 투자자를 모집한 것과 달리 다수의 해외 액티비스트 펀드들이 주주로 참여해 눈길을 끌었다. 복수의 외신에 따르면 에피시모(Effissimi), 세간티(Segantii), 헌터 패톤(Hunter Patton), 엘리엇(Elliott), 서버러스(Cerberus), 써드포인트(Third Point), 오아시스(Oasis) 등이 주요 투자자로 나섰다. 이들이 보유한 지분은 총 35% 가량이다.
우리나라에는 삼성과 최근 현대차 주주로 참여한 엘리엇의 이름이 가장 유명하다. 지난 3일 엘리엇 계열 투자 자문사 엘리엇어드바이저스홍콩은 현대차그룹 계열사에 10억달러규모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며 계열사별 △기업 경영구조 개선 △자본관리 최적화 △주주환원 달성 계획 등 더욱 자세한 로드맵을 공유해 줄 것을 요청했다. 엘리엇뿐 아니라 오아시스, 써드포인트 등도 공격적인 행동주의 펀드로 손꼽히는 곳이다. 오아시스가 한 외신에 밝힌 바에 따르면 주주로서 도시바가 비용절감과 적정가격에 사업부를 매각하기를 원한다고 밝혔다. 경영진의 투명성도 함께 요구했다.
엘리엇과 같은 강한 발언 성향을 가진 행동주의 펀드들이 대거 주주로 참여한 상황에서, 매각 시한을 넘긴 도시바메모리 거래를 그대로 지켜만 볼 것으로 기대하긴 어려워 중국 반독점 심사 문제에 또다른 변수가 될 것을 우려하는 시각이 나오고 있다. 극단적으로 거래 무효처리는 아니더라도 가격조정을 요구할 여지가 있다. 6000억원의 자본확충 작업이 마무리된 상태이기 때문에 매각가격을 올리거나 거래 조건을 변경해야 한다는 주장을 할 수도 있는 것이다.
도시바는 내달 15일에 2017년 실적을 발표한다고 밝혔다. 지난해에는 작년 실적을 5월 15일에 발표하고 보름 후에 주주총회 안건을 상장, 익월인 6월 28일에 주주총회를 열었다. 올해도 일정이 같다면 안건상장 전인 5월 중순까지는 중국으로부터 승인을 받고 잔금납입 등의 절차를 거쳐 5월 말이나 6월 초까지 거래를 마무리 지을 수 있다.
도시바 M&A는 중국의 반독점 심사 지연은 미국과 중국의 무역 분쟁이라는 변수를 만나 크게 지연됐다. 도시바 메모리 매각안은 한국과 미국, 일본, 유럽연합(EU), 브라질, 필리핀, 대만 등 7개국으로부터 승인을 받았다. 중국 당국의 심사만 통과하지 못하고 있다. M&A 거래 관계자들은 통제할 수 없는 변수로 불똥이 튀었다는 지적이 내부적으로 일었다. 거래 종결 시점을 아무도 예측할 수 없는 것도 같은 이유였다.
하지만 최근 중국의 도시바 M&A 반독점 심사 지연이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 탓이라는 점을 외신에서도 꼬집기 시작했다. 월스트리트저널 등 외신은 지난 13일 퀄컴의 NXP반도체 인수와 베인캐피탈의 도시바 인수를 한 사례로 묶어 중국이 의도적으로 승인작업을 더디게 진행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의 이러한 태도는 미국이 국제 무역 질서를 흐트러뜨린 데 있다고도 언급했다. 특히 도시바메모리거래보다 두배 가까이 큰 47조원 초대형 M&A 퀄컴-NXP의 사례가 한 데 묶이면서 도시바 M&A도 함께 이목을 받게 됐다. 중국이 무작정 심사를 지연시키기 어려워졌다는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반독점 심사에 필요한 제반 작업은 마쳤고 중국은 승인과 관련한 의사결정만 내리면 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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