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엇이 대한항공 주요주주였다면 외국계운용사, 오너 리스크 포함 ESG 가이드 구비.."실제 액션은 없을듯"
이승우 기자공개 2018-04-23 10:52:42
이 기사는 2018년 04월 19일 14:1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대한항공의 외국인 지분율은 16%대. 이중 대다수는 해외 자산운용사의 펀드 자금일 것으로 추정된다. 그중에는 엘리엇과 같은 헤지펀드도 있을 것이고 일반 주식형 펀드도 포함돼 있을 것으로 보인다.삼성과 현대차 그룹 지배구조 이슈로 국내에 널리 알려진 행동주의 헤지펀드 엘리엇이 만약 대한항공의 주요 주주였다면 조현민 전무의 갑질로 인한 파장을 어떻게 해석하고 또 어떤 액션을 취했을까.
엘리엇과 같은 행동주의 펀드가 아니더라도 외국계 운용사들중 다수는 기업 오너 혹은 임직원의 위법 행위 대한 '주주로서의 행동 지침'을 내부적으로 갖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그 지침을 실제 이행하는 경우는 극히 드문 것으로 보인다.
◇주가하락 원인 입증되면 '소송 가능성'
지난 12일 조현민 대한항공 전무의 갑질 논란이 처음 제기되면서 대한항공 주가는 5% 이상 하락했다. 모회사 한진칼의 주가 역시 큰 폭으로 하락하면서 한진그룹 주요 계열사 시가총액이 하루만에 수천억원 날아갔다. 투자자 입장에서 보면, 사업상 큰 변화 없이 오너 일가의 일탈로 날벼락을 맞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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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국내 펀드와는 달리 외국인 투자자들은 이를 심각하게 받아들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조현민 전무 갑질논란이 발생한 당일 주가가 크게 하락, 원인 제공에 대한 입증이 가능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혹여 손절매에 나선 투자자가 있었다면 손실은 더 커질 수 있다.
안상희 대신경제연구소 본부장은 "해외 투자자들은 주주가치가 훼손됐다고 판단할 경우 소송으로까지 진행한다"며 "당장은 아니겠지만 오너리스크로 인해 실적에 영향이 있다고 판단되면 극단적인 상황도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외국계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임직원의 위법 행위로 인해 주가 하락이 명백히 입증된다면 소송의 여지는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다만 하락한 주가가 다시 회복되고 있고 조 전무 갑질 논란이 실적에까지 영향을 미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극단적인 상황이 벌어지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외국계 운용사, ESG 가이드 대부분 마련...실효성은 의문
소송이라는 극단적인 상황은 아니더라도 외국계 운용사들이 투자 기업의 오너 리스크 등을 체크하는 지침은 대부분 갖추고 있다. 유럽계 자산운용사인 A 사는 'ESG(Environment, social, governance) Policy Guide'를 두고 기업이나 오너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고 있다.
미국계 자산운용사 B 사 역시 'ESG 스크리닝'이라는 개념의 가이드라인을 두고서 위법 행위 발생시 주식 투자를 중단하는 규정을 두고 있다. A사와 B사 외 대부분의 외국계 운용사들이 이와 유사한 규정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외국계 운용사 관계자는 "미국계에 비해 유럽계 운용사의 경우 환경과 사회적 책임에 관한 투자 가이드가 강한 편"이라며 "오너나 임직원의 일탈 행위에 대해서도 체크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이 가이드의 실효성은 대체로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때문에 조현민 전무 갑질로 인한 외국계 운용사들의 실제 액션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 가이드는 초기 투자 단계 때 필터링 기능에 제한을 두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투자를 진행하고 있는 도중 대한항공 사건과 같은 정도의 이슈에 대해 반응하지 않는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외국계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2011년 일본 올림푸스 분식 회계 사건에 대해 외국계 운용사들이 강력한 의견을 제시하는 경우가 있었으나 이는 회사 차원의 위법행위였다"며 "오너나 임직원 개인의 사회적 물의에 대해서는 액션을 취하는 펀드가 거의 없었다"고 말했다.
한국 기업의 과거 사례에 비추어봐도 대주주나 임직원의 위법행위에 대해 액션을 취한 외국계 펀드가 거의 없었다. 심지어 가장 공격적인 헤지펀드라는 엘리엇마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비율과 배당금 등에 대한 문제제기를 했지, 이건희 회장과 이재용 부회장의 뇌물 공여나 배임 등 위법 행위에 대해서는 어떠한 코멘트도 없었다.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현대와 SK, 삼성, 한화 등 국내 대기업들의 오너 리스크가 부각됐을때 이에 대한 문제제기 및 투자자로서의 액션을 취한 외국계 펀드는 하나도 없었다"며 "결과적으로 오너리스크에 대해서는 외국인 투자자들도 어느 정도 감내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향후 간접적인 액션을 취할 가능성은 높다. 스튜어드십코드 도입이 완료된 외국계 자산운용사들은 향후 조현민 전무의 임원 선임에 대해 반대 입장을 전달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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