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8년 04월 24일 09:4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발발한 지 68년이 지났지만 아직까지 그냥 휴전상태였던 전쟁이, 드디어 그 끝을 맺을지도 모를 역사적 단계를 맞았다. '종전'과 '평화체제 구축'은 이른바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두 가지 핵심 요인 중 하나인 지정학적인 리스크를 현저히 감소시킨다는 점에서, 금융투자업계가 우선 반길 일인 듯 싶다.

게다가 국내 기업집단들의 불투명한 지배구조 역시 일련의 국정농단 사건과 최근 갑질 논란을 계기삼아 개선될 조짐이 보이고 있다. 만약 이 두 가지 변화가 성공리 마무리 된다면, 국가 신용 등급의 상승, 주식 시장의 재평가, 북한과의 투자 및 교역의 확대 등으로 한국 경제는 또 다른 전환점을 맞이하게 될 것이 분명하다.

그런데 이런 상황과는 전혀 다른 이유에서 다시금 주목을 받고 있는 또 하나의 전쟁이 있다. 1950년 발발한 한국전쟁 이후로 이 땅에서 있었던 단 하나의 전쟁, 연인원 20만여명이 참전해 무려 4년간 지속되었던 이 전쟁은, 그러나 놀랍게도 정작 많은 한국 사람들에겐 잘 알려져 있지 않다.

2004년 리니지2에서 있었던 바츠해방전쟁에서 영감을 받은 듯한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

그 전쟁이란 엔씨소프트가 2003년 10월 서비스를 시작한 MMORPG <리지니2>를 무대로, 2004년 6월경 시작된 ‘바츠 해방 전쟁'을 말한다. 일상적으로 플레이어간의 전투와 전쟁이 벌어지는 가상 공간 속 게임에서 벌어진 사건에 특정한 이름을 붙여서 기록하고 기억하고 있는 이유는, 다음과 같은 극적인 전개와 결말 때문이다.

<리니지1>에서부터 악명을 떨치던 '드래곤나이츠 혈맹'(DK 혈맹)은 <리니지2>의 서비스가 시작하자 마자 가장 큰 서버인 ‘바츠' 서버를 장악한다. 혈맹의 맴버들에 의한 독재 체계를 구축한 뒤, 사냥터를 독점하고 거래 아이템의 세율을 올리며 혈맹이 아닌 플레이어들을 죽이는 등 무자비한 행태를 자행한다.

그런 폭정을 참지 못하던 일부 플레이어들이 2004년 5월 일군의 혈맹이 반란을 일으켜 기란성이라고 하는 성을 점령하고 세율을 0%로 내린다고 선언하는 일이 발행한다. 물론 얼마 못 가서 기란성은 다시 DK 혈맹에 함락되었지만, 이를 계기로 DK 혈맹에 대항할 연합군이 만들어지게 된다.

그러나 연합군은 DK 혈맹의 상대가 되지 못했기 때문에 무자비하게 학살을 당한다. 이에 <리니지2>의 전체 서버들에 연합군을 지지해달라는 아래와 같은 호소문들이 올라온다. 이를 본 많은 플레이어들이 바츠 서버로 옮겨와 연합군에 참여하게 되었는데, 서버를 옮길 경우 내복과 비슷해 보이는 기본 방어구만 주어져, 이들은 '내복단'이라고 불렸다

"이번 전쟁은 바츠 서버만이 아닌, 전 서버가 그 결과를 주목하고 있습니다. 특히 거대 혈맹에 억눌려 있는 많은 저주 서버 유저들이 함께 지켜보고 있습니다. 그들에게 희망을 주어야 합니다. (중략) 전 지금 이 순간 바로 바츠 서버에 캐릭을 만들어 내복단에 합류할 것입니다. 제 가슴 속에 끓어오른 피를 주체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언젠가 사람들에게 자신 있게 말할 겁니다. 그 거대했던 바츠 서버 해방 전쟁에 내복단의 일원으로서 그 자리에 있었노라고…" (출처: 아래 링크 참조)

그렇게 본격적으로 시작된 이른바 1차 ‘바츠 해방 전쟁'은 2004년말 DK 혈맹이 거의 모든 성을 빼앗기면서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듯 했다. 그러나 놀랍게도 결말은 전혀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 간다. 서버를 장악한 연합군 내에 분열이 일어나고, 이를 계기로 DK 혈맹이 다시 집결하여 결국 2005년 초 DK 혈맹이 다시 서버를 장악하게 된 것이다.

그러한 1차 ‘바츠 해방 전쟁'의 전개가, 얼마전 개봉된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레디 플레이어 원>의 내용과 너무 유사해 새삼 관심을 끌게 된 것이다. 특히 가상 현실 게임 OASIS의 소유권을 확보하려는 IOI이라는 대기업에 대항하여, 수 많은 플레이어들이 연합군을 만들어 전쟁을 벌이는 부분은 거의 똑 같다. 다만, 스필버그의 영화이니만큼 그 결말은 정반대지만 말이다.

나무위키, 바츠 해방 전쟁 항목: https://namu.wiki/w/바츠%20해방전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