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자산운용, 대만계 vs 중국계 주인 '불편한 동거' [지배구조 분석] ① 배당도 없고 협업도 없다...18년간 무배당
이승우 기자공개 2018-04-27 08:21:27
[편집자주]
자산운용사는 고객의 돈을 굴려주고 그 대가로 수익을 내는 금융회사다. 하지만 실제 자금을 집행하기까지 어떻게 의사결정이 이뤄지는지, 그 과정과 체계에 대한 정보는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자산운용사 업무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이사회 구성과 주요 주주 등 지배구조에 대해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18년 04월 24일 16:1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지난 20015년 중국의 안방보험이 동양자산운용의 주인인 동양생명을 인수했다. 안방보험은 동양생명 뿐 아니라 동양생명이 보유하고 있던 동양자산운용 지분 73%에 대한 지배권도 고스란히 챙겼다. 나머지 27%는 동양종합금융증권의 새 주인 유안타증권이 보유하고 있다. 주인이 바뀌었지만 실체는 그대로인 옛 주인 유안타증권과 동양자산운용의 불편한 동거는 이때부터 시작됐다.설립 이후 배당 한 푼 없는 동양자산운용이지만 주요주주인 유안타증권의 불만이 그렇게 크지 않아 이같은 관계는 향후에도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양사의 대주주가 중국과 대만계 금융회사여서 정치적 지형도에 따라 돌발변수가 생길 수 있다. 그럼에도 양사의 끈끈한 협업은 당분간 기대하기 힘들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유안타 보유 지분 27%, 계륵인가
동양자산운용이 설립된 지난 2000년 당시 주주 구성은 동양오리온투자신탁증권과 동양종합금융증권, 동양생명 등으로 나뉘어 있었다. 최대주주는 동양오리온투자신탁증권으로 지분율이 한때 78%에 달했다. 이후 동양오리온투자증권신탁은 동양종금증권과 합병했고 더불어 동양선물이 보유하고 있던 지분(7.06%)을 모두 받아 오면서 85.71% 지분율의 절대적인 주주 위치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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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계열사간 지분 정리로 동양자산운용의 최대주주는 동양생명으로 바뀌었다. 동양생명의 동양자산운용 지분율은 73%, 나머지 27%를 동양종금증권이 보유하게 됐다. 유안타증권 관계자는 "동양종금증권이 보유하고 있던 지분을 동양생명에 대거 넘긴 건 보험사 자산을 효율적으로 운용하기 위한 것으로 그룹 차원에서 협의가 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2015년 동양생명이 새 주인을 맞으면서 동양자산운용의 지배구조는 급격한 변화를 겪게 됐다. 사실 급격한 변화라기보다 실질적인 주인이 안방보험으로 바뀌었다고 이야기하는 게 맞다. 나머지 27% 역시 주인이 바뀐 유안타증권이 그대로 보유하게 됐다.
동양종금증권이 보유하고 있던 지분 27%는 유안타그룹이 동양종금증권을 인수할 때 협상 목록에 포함되지 않았다. 그 때문일까 유안타증권은 동양자산운용 27%를 크게 신경쓰지 않고 있는 눈치다. 동양생명도 마찬가지. 증권사 관계자는 "유안타그룹이 동양종금증권을 인수할 때도, 안방보험이 동양생명을 인수할때도 양사 모두가 동양자산운용 지분에는 크게 관심이 없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보면 유안타증권이 보유하고 있는 동양자산운용 지분 27%는 서로에게 관심 밖인 셈이다. 배당도 없어 유안타증권 입장에서는 계륵과도 같은 지분이 됐다. 동양자산운용은 지난 2000년 설립된 이후 배당을 한 번도 한적이 없다. 주인이 바뀐 이후에도 무배당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유안타증권도 배당을 강하게 요구하지는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증권사 관계자는 "배당도 없고 그렇다고 비즈니스차원에서 협력을 하는 것도 아니고 유안타 입장에서 동양자산운용 지분은 계륵과 같다"고 말했다.
동양자산운용 관계자는 "주주구조가 동양생명(73%)과 유안타증권(23%)으로만 구성되어 있으며 주주는 자산운용사로써 장기 성장하기를 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안타증권 관계자는 "배당은 없지만 투자 목적으로 지분을 계속해서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시너지 가능성 제로, 대주주가 '중국 vs 대만'
배당 한푼 못 받은 유안타증권과 동양자산운용의 비즈니스 관계는 어떨까. 판매사인 유안타증권이 동양자산운용의 펀드를 팔아주거나 혹은 일임 자금을 동양자산운용에게 맡길 수 있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하다.
동양자산운용의 운용자산은 대략 17조원 규모로 그 중 리테일 자금이 3조원 정도로 파악되고 있다. 이중 유안타증권으로부터 판매 혹은 모집된 자금은 5000억~6000억원 정도 불과하다. 전체 운용자금의 3.5% 수준으로 사실상 관계가 없는 회사와 다름 없다.
동양자산운용 관계자는 "동양그룹이 주인이었을 때도 동양종금증권을 통한 동양자산운용 펀드 판매는 저조했다"며 "주인이 바뀐 이후 유안타증권에 대한 의존도는 더 낮아졌다"고 말했다.
쿨(cool)한 관계의 이면에는 정치적인 문제도 자리잡고 있다. 양사 새 주인의 국적이 정치적 갈등을 겪고 있는 대만과 중국이기 때문이다. 안방보험은 중국의 대표적인 보험사이고 유안타증권은 대만의 대표 금융그룹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동양자산운용과 유안타증권의 관계는 정치적 이유로 인해서도 가까울 수 없다"며 "지분 관계가 있으나 사실상 관계회사로서 기대를 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반대로 이야기하면 중국과 대만간의 상황이 좋아진다면 한국에서 사업을 벌이고 있는 두 회사간의 협업 혹은 지분 협상에 대한 진전도 있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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