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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을 서시오"…'갑'이 된 메자닌 발행사 [코스닥 벤처펀드 점검] ②16개 상장사, 운용사 대상 벌써 2300억 발행…RCPS 유증도 증가세

이충희 기자공개 2018-05-02 10:44:24

이 기사는 2018년 04월 27일 15:3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코스닥 벤처펀드가 출시 3주만에 2조원에 육박하는 자금을 쓸어담으면서 메자닌 시장의 발행사 우위 판도가 확연히 굳어지고 있다. 포트폴리오 내 의무 편입해야 하는 코스닥 주식을 메자닌으로 대체해 담기 위한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는 분석이다.

메자닌은 3~4년 전까지만 해도 주로 증권사 프롭트레이딩 부서, 저축은행, 캐피탈사 같은 공격적 투자를 감행하는 기관투자자 전유물이었다. 2016년부터 한국형 헤지펀드가 급격히 커지면서 개인자산가 시장에서도 메자닌 수요가 증가했고, 이번 코스닥 벤처펀드가 다시 한번 리테일 업계 수요 촉진의 방아쇠를 당겼다는 평가가 나온다.

◇메자닌 발행 급증, 코스닥벤처펀드가 방아쇠

지난 5일부터 26일까지의 발행공시 집계 결과 코스닥 벤처펀드를 대상으로 직접 메자닌을 발행한 코스닥, 코넥스 상장사는 총 16개사나 됐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상장사는 전환사채(CB), 교환사채(EB), 신주인수권부사채(BW), 상환우선주(RCPS) 등 다양한 발행 방법을 활용해 이 기간 총 2400억원에 달하는 자금을 조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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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닥 벤처펀드가 발행사와 직접 접촉해 메자닌을 받아간 사례 이외에도 증권사 IB들이 발행사와 운용사 간 중개한 물량도 상당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중소형 IB들을 중심으로 향후 코스닥 벤처펀드에 셀다운하기 위해 상장사 메자닌을 미리 받아 놓으려는 수요가 증가하는 추세다.

업계 전문가들은 벤처펀드 출시 이후 발행사가 '갑'이 되는 업계 분위기가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고 진단하고 있다. 벤처펀드는 공모주 우선배정이나 소득공제 등 혜택을 받기 위해 벤처·코스닥 회사 주식이나 메자닌을 의무적으로 편입해야 한다. 채권 성격을 갖고 있는 메자닌은 주식 대비 안정성이 훨씬 높기 때문에 인기가 더욱 많아지고 있는 것이다.

증권사 관계자는 "덩치가 작은 벤처기업, 코스닥 기업들의 주가는 아무래도 변동성이 커 채권인 메자닌을 더 선호할 수 밖에 없다"면서 "코스닥 상장회사가 운용사들을 줄 세운다는 얘기가 회자될 정도로 갑의 위치에 올라 섰다"고 말했다.

◇ 발행사 우위 시장 정착, 깐깐한 발행 조건

코스닥 상장사가 갑이 된 분위기는 최근 메자닌 발행조건에서도 엿볼수 있다. 거의 대부분 회사 CB들이 금리를 0%로 동결하고 있다. 투자자들의 조기상환청구권(풋옵션) 기간은 늘고 있고, 매도청구권(콜옵션)을 발행 조건에 명시하는 회사 비율도 높아지고 있다. 심지어 리픽싱 조건이 없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

특히 코넥스 상장사 에프엔가이드가 얼마전 발행한 CB는 업계에서 이슈가 됐다. 에프엔가이드는 금리 0%에 전환가조정(리픽싱)을 없앴고, 콜옵션 비율도 무려 70%에 달하는 발행조건을 제시했다. 60억원 규모로 발행된 이 CB는 에이치알자산운용과 흥국자산운용의 코스닥 벤처펀드가 모두 받아 갔다.

자산운용사 대상 3자 배정 유상증자도 늘어날 조짐이다. 3자 유증을 진행하는 상장사들은 대부분 주식전환을 1년 뒤 할 수 있는 락업(Lock up) 전환우선주(RCPS) 형태로 발행하고 있다. 사실상 전환사채와 구조가 비슷하지만 이자를 주지 않아도 되고 당분간 지분 희석 리스크가 없어 최근의 발행사 우위 판도를 대변해주고 있다.

RCPS는 기본적으로 주식이기 때문에 공모 코스닥 벤처펀드들도 투자할 수 있어 더욱 인기를 모을 것으로 전망된다. 공모 코스닥 벤처펀드들은 채권 등급이 없는 CB나 BW를 펀드 내 편입할 수 없다. 공모 운용사 중에서는 처음으로 KTB자산운용이 바이오니아의 3자 유증에 참여했다.

업계 관계자는 "2조원 규모로 커진 코스닥 벤처펀드들이 코스닥 회사의 메자닌 발행량을 더욱 키울 수 밖에 없는 구도가 형성되고 있다"면서 "신용도가 떨어지는 기업의 무분별한 발행이 이뤄지면서 1~2년 뒤 많은 투자금이 손실에 직면할 위험성도 거론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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