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8년 05월 03일 08:2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벤처투자 업계에서 '유한회사형 벤처캐피탈(이하 LLC)'이 상대적인 박탈감을 느끼고 있다. 주식회사형 벤처캐피탈 여러 곳이 잇달아 상장을 추진하면서 LLC들이 자금 확보를 통한 펀드 결성 측면에서 열세를 보이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국내 벤처캐피탈 중 올해 상장 계획을 밝힌 곳은 약 8곳이다. 잠재적인 상장 후보군까지 합하면 그 수는 더욱 늘어난다. 이는 벤처조합 대형화 바람과 맥을 같이한다. 많은 벤처캐피탈들이 펀드 결성시 운용사(GP) 의무 출자 부담이 커지자 자금 조달이 비교적 쉬운 상장을 선택했다.
실제로 최근 상장에 성공한 벤처캐피탈 대부분이 공모자금을 펀드 출자에 투입했다. 일부는 시장에서 전환사채(CB)를 발행해 추가 자금을 조달하기도 했다.
이러한 변화를 LLC들은 속수무책으로 바라만 봐야 하는 처지다. 세계적인 흐름에 발맞춰 선진 형태의 벤처캐피탈 뼈대를 갖췄지만 정작 펀드 결성 측면에서 경쟁력이 약화되고 있는 양상이다. LLC의 경우 발행 주식과 주주가 없기 때문에 상법상 상장이 불가능하다. 상장은 또 주주와 출자자(LP)간 이해상충 문제를 방지하는 LLC 설립 취지와도 맞지 않는다.
LLC는 주주가 곧 경영자이면서 펀드매니 형태를 띤다. 투자와 이익 배분에서 주주와 LP간 이해 상충 문제가 없어 그만큼 독립적으로 조합을 운영할 수 있다. 반면 주식회사형 벤처캐피탈은 주주, 경영자, 펀드매니저 등이 각각 존재해 이해 상충 문제가 일어날 수 있는 소지가 존재한다.
이로 인해 미국, 중국 등 벤처투자 선진국에서는 이미 LLC가 대세로 자리 잡았다. 국내는 아직 주식회사형 벤처캐피탈이 대다수를 이루고 있다. 한국벤처캐피탈협회 회원사 중 주식회사 형태는 약 120곳에 달하지만 LLC는 단 6곳에 불과하다.
국내 벤처투자 시장 선진화를 위해선 LLC가 활성화될 필요가 있다. 실제로 LLC가 늘어나는데 따른 효용은 크다. 설립 자본금 규제가 없기 때문에 손쉽게 실력 있는 벤처캐피탈리스트들이 시장에 대거 진입할 수 있다. 또 이해상충 문제 등으로 국내 조합에 출자를 꺼렸던 해외 LP들을 끌어들이는 효과도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LLC를 활성화하기 위한 방법은 그리 많지 않다. 정부 차원에서 직접적인 지원 방안도 마땅치 않은 게 현실이다. 국내 몇 안 되는 LLC들이 성과를 잘 관리해 주식회사형 벤처캐피탈에 비해 경쟁력이 있음을 스스로 증명해야 한다.
정부는 LLC들이 주식회사형 벤처캐피탈들의 무분별한 상장으로 인해 상대적인 박탈감을 느끼지 않도록 바람막이 역할을 해줘야 한다. 그래야 LLC들이 주식회사형 벤처캐피탈들과 동등한 출발선에서 경쟁한다고 느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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