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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대 위에 선 대만 푸본그룹 [thebell note]

신수아 기자공개 2018-05-11 08:17:49

이 기사는 2018년 05월 10일 08:0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예상보다 빠른 태세 전환이었다. 현대라이프생명(이하 현대라이프)의 최대주주에 오른 대만 푸본그룹(이하 푸본) 이야기다. 현대차그룹과 미묘한 신경전을 예상했던 일각의 관측이 무색하게 푸본그룹은 현대차 측 실권주를 전량 인수하겠다고 빠르게 발표했다. 하반기 금융당국의 승인을 전망한 푸본은 조만간 현대라이프의 사명을 변경하고 순차적으로 핵심 경영진도 교체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푸본이 국내시장에 첫 발을 내딛은 것은 2015년 현대라이프와 전략적 제휴를 맺으면서다. 당시 국내 보험시장의 화두였던 저금리 기조와 고령화 문제를 10년 앞서 겪었던 푸본은 자산운용 노하우와 리스크 전략 분야에서 한발 앞섰다는 평가를 받던 회사였다. 시장 경쟁력 확보를 두고 골머리를 앓던 현대라이프에게 푸본은 단비와도 같은 존재였다.

그러나 기대는 채 3년이 가지 못했다. 푸본은 상품개발과 자산운용 분야의 인력을 파견하며 업무에 참여시켰으나 현대라이프의 체질을 바꾸기엔 역부족이었다. 영업 전략은 기존 틀에서 벗어나지 못했고 도리어 저축성보험의 판매만 늘어났다. 단기간 누적적자는 확대됐고 수차례 자본확충에도 건전성지표는 제자리걸음이었다. 푸본의 장점으로 꼽혔던 대만식 영업 노하우가 무엇이냐는 자조 섞인 질문만 불거졌다. 푸본의 투자는 실패했다는 평가도 뒤따랐다.

내수시장의 철옹성을 뚫은 외국계 생보사 사례는 푸본의 지난 3년을 돌아보게 한다. 메트라이프는 국내 생보사들이 앞다퉈 판매고를 올리고 있는 변액유니버셜보험을 국내에 최초로 소개했다. 상품과 운용의 절묘한 균형이 필요한 변액상품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국내시장에 안착할 수 있었다. 푸르덴셜생명은 스타설계사의 산실로 불린다. '보험산업의 핵심인 종신보험은 사람 채널을 통해 전달해야한다'는 기조를 앞세워 막강한 설계사 조직을 구축했고, 다수의 설계사 출신 CEO를 배출하기도 했다. 독보적인 텔레마케팅(TM) 전략을 국내에 이식한 라이나생명 역시 수십년간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었다. 특히 라이나생명의 전매특허로 불렸던 치아보험은 상품개발 역량의 중요성을 보여준 사례로 회자되고 있다. 이들의 공통점은 수년간 쌓아 온 독창적인 노하우를 투영한 차별화된 전략에 있었다.

한 차례 쓴 맛을 본 푸본이 또 다시 시험대에 섰다. 단순 제휴와 협업으로는 시장의 요구에 맞는 상품을 개발하고 영업 노하우를 전수하기에 충분하지 않다는 해명이 이젠 통하지 않는다. 리딩 보험사로 성장할 수 있었던 푸본의 선진화된 보험기법을 증명해야할 때다. 현대라이프를 국내 생보사 톱10(top 10)의 반열에 올려두겠다는 목표를 더이상 미뤄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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