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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건설 사장 제대로 뽑으려면 [thebell note]

김장환 기자공개 2018-05-14 17:41:49

이 기사는 2018년 05월 11일 08:3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2016년 7월 서울 플라자호텔 비지니스센터. 오후 9시경 내부에서 고성이 흘러 나왔다. 뒤이어 한 사람이 문을 박차고 나왔다. 잔뜩 상기된 얼굴로 문을 나선 사람은 당시 대우건설 사장후보추천위원회(사추위) 위원이었던 A 씨. B 위원이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그를 붙잡기 위해 따라 나섰지만 A 위원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사라졌다.

A 위원은 당시 더벨과 통화에서 "출출해서 베이커리에 다녀온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다른 사추위원들도 말을 아꼈다. 최종 사장 후보자에 대한 단순한 의견충돌이었을 것이라고 어림짐작만 가능했던 상황이다. 이처럼 사추위원간 진통을 겪은 뒤 선출됐던 대우건설 사장이 바로 박창민 씨였다.

박 전 사장은 대우건설에 부임한지 1년여 만인 지난해 8월 회사를 떠났다. 박근혜 정권 국정농단 사태의 주역인 최순실 씨가 박 전 사장 인선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나오고 있던 때다. 대우건설 노동조합은 이동걸 전 산업은행 회장과 전영삼 자본시장부문 부행장 등을 검찰에 고발했다. 대주주인 산업은행이 정치권을 통해 사장 인선 절차를 조작했으니 '업무방해' 혐의에 해당한다는 게 노조의 주장이다.

훗날 확인해본 결과 A 위원이 회의실 문을 박차고 나왔던 것도 이와 관련이 있었다. 당시 사추위에 참여했던 C 위원은 "산업은행이 박 전 사장 선임을 '윗선'의 뜻이라고 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동걸 전 회장과 서울 모처에서 만난 자리에서 이 말을 들었다고 한다. 윗선은 누구였을까. 짐작이 어렵지는 않았다. 대우건설 사장 선임에 외압이 작동했다는 방증이었다.

산업은행이 최근 진행 중인 대우건설 신임 사장 선출 절차도 과거와 크게 달라진 게 없어 보인다. 사추위는 산업은행 입맛에 따라 좌지우지될 수 있게 꾸려졌다. 청와대 유력 인사와 친분이 있는 인물, 유력 정치인 캠프에서 자문 역할을 했던 인사 등이 대우건설 사장 후보자로 거론되고 있다. 이번에도 정치권에 줄을 댄 인사가 사장으로 뽑히는 게 아닐까 우려된다.

정작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는 산업은행에 "대우건설 사장 인선에 관여하지 않겠다"는 뜻을 전달했다고 한다. 그렇다면 이번 인선에서 절대적 힘을 갖고 있는 건 이동걸 현 회장이 될 수밖에 없다. '원칙론자'로 잘 알려진 이 회장이 이번 인선 절차에서 뚜렷한 잣대를 세워줬으면 한다. 원칙을 잘 지킨다면 대우건설 사장 인선이 과거처럼 망가질 일은 없을 것이다. 무엇보다 정치권과는 거리가 먼 인물을 뽑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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