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8년 05월 23일 15:5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대표적인 가치투자 하우스 중 하나인 KB자산운용이 기사회생하고 있다. 지난해 부진을 비웃기라도 하듯 상승세를 타고 있다. 스튜어드십코드를 도입한 이후 투자기업을 대상으로 전략적인 주주관여 활동을 벌인게 펀드 수익률 상승에 주효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에서는 그동안 가치투자를 고수해왔던 밸류운용본부가 행동주의 전략으로 진화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밸류·중소형주포커스펀드 등 수익률 순위 '반전'
23일 펀드스퀘어에 따르면 지난 21일 기준 운용펀드 순자산 1000억원 이상인 국내 액티브주식형 총 40개 모펀드 가운데 'KB중소형주포커스증권모투자신탁[주식]'은 연초후 수익률 9.4%로 2위에 올랐다. 수익률 10.5%인 '동양중소형고배당증권모투자신탁(주식)'을 근소한 차이로 추격하고 있다. 올들어 두 펀드는 1위 자리를 두고 엎치락 뒤치락하는 양상이다.
같은 기준으로 '미래에셋한국헬스케어증권모투자신탁(주식)'은 수익률 8.4%로 3위를 차지했다. 뒤를 이어 4위와 5위는 'KB마이플랜배당주증권모투자신탁[주식]'과 'KB밸류포커스증권모투자신탁[주식]'이다. 펀드의 수익률은 각각 7.2%, 3.9%를 기록했다.
KB자산운용이 설정한 펀드가 연초후 수익률 기준 1~5위 사이에 3개나 포함됐다. 공교롭게도 KB자산운용 내 밸류운용본부가 3개 펀드를 모두 운용한다. 밸류운용본부는 지난해 주식운용본부에서 분리된 조직으로 국내 가치투자 전문가로 알려진 최웅필 상무가 본부장을 맡고 있다.
업계에서는 지난해 밸류운용본부가 분리된게 부진한 성과 때문이라는 시각도 적지 않았다. 실제로 앞선 3개 펀드는 작년 12월 29일 연초후 수익률 기준으로 하위권 5위에 모두 포함됐다. 연 수익률 10% 초반의 성적이었지만 절반 이상의 펀드가 20%를 웃돈 점을 감안하면 상대적으로 부진을 면치 못했던 셈이다.
◇장기투자한 컴투스, 주가는 부진
밸류운용본부의 주요 펀드들이 올해 다른 펀드들에 비해 높은 수익률을 기록할 수 있었던 것은 컴투스의 주가 상승 덕분이다. KB자산운용은 2014년 11월 컴투스 주식 52만 5614주를 1주당 16만5000원에 처음으로 매수한 이후 꾸준히 지분율을 늘려왔다.
컴투스는 밸류운용본부의 '앓던 이'였다. 가치투자 철학이 반영된 대표적인 기업이지만, 장기간 주가 상승이 이뤄지지 않아 펀드 수익률 향상에 크게 기여하지 못한 종목이다. 컴투스 주가는 2015년부터 하락세를 보이다 2016년에는 한때 10만원 아래로 떨어지기도 했다. 그해 연말 누적된 투자금은 4000억원에 육박했다. 당시 지분율은 25%에 달할 정도였다.
가치투자는 내재가치보다 낮은 가격에 거래되는 종목에 투자해 주가가 목표치까지 오르면 차익을 실현하는 전략이다. 그런데 컴투스와 마찬가지로 장기간 주가 상승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운용사 입장에서도 기다리는 것 외에는 손쓸 도리가 없었다.
밸류운용본부는 이같은 맹점을 해소하기 위해 행동주의를 돌파구로 삼았다. 행동주의는 주주들이 기업의 의사결정에 적극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해 이익을 추구하는 전략이다. 국내에서는 최근 현대모비스 분할합병안을 두고 반대입장을 표명하며 주주제안을 실시했던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행동주의 헤지펀드로 알려져있다.
앞서 국내에서도 이같은 시도가 있었다. 지난 2006년 행동주의 펀드로 주목받았던 라자드자산운용의 한국기업지배구조개선펀드(일명 장하성펀드)는 출시 초반 투자자들의 관심을 한몸에 받았다. 하지만 행동주의 전략에 우호적이지 않던 환경과 주주제안으로 투자기업의 변화를 이끌어 내지 못해 뚜렷한 족적을 남기지 못했다.
◇컴투스 대상 주주관여 활동 '신호탄'
이와 달리 해외에서는 성공사례를 찾는게 어렵지 않다. 대표적으로 홍콩계 행동주의 헤지펀드인 오아시스매니지먼트가 일본 게임업체인 닌텐도를 대상으로 한 관여활동을 꼽을 수 있다. 2013부터 닌텐도에게 모바일게임 시장 진출을 촉구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레터를 전달했다.
닌텐도 경영진들은 모바일 시장에 진출하지 않겠다고 입장을 꺾지 않았다. 그러나 오아시스매니지먼트가 2015년까지 추가적인 레터를 발송하고 다른 주요주주들과 합심해 끈질기게 압박하자 닌텐도는 결국 모바일 시장 진출을 발표를 했다. 이같은 과정을 거쳐 2016년 탄생한 게임이 '포켓몬고'였다. 이후 닌텐도의 주가는 큰폭으로 상승했다.
밸류운용본부도 이같은 사례를 연구해 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1월 공개적으로 컴투스를 대상으로 주주관여 활동을 실행해 '기다리는 투자'에서 '적극적인 행동'으로 진화한 전략을 사용했다. 오아시스매니지먼트와 유사하게 공개적인 방식으로 자기자본이익률(ROE) 하락에 대한 회사의 입장 등을 묻는 레터를 보냈다.
컴투스의 반응은 비교적 빨랐다. 주주의 요구에 부응해 배당성향을 10~15% 수준으로 유지하고, 분기 배당을 실시하기로 약속했다. 주가도 점차 우상향 곡선을 그렸다. 올해 1월 2일 컴투스 주가는 13만6500원으로 출발했지만 같은해 3월에는 18만원을 넘어서기도 했다. 지난 21일 기준 종가는 17만7000원이었다.
밸류운용본부는 컴투스의 성과에 힙입어 또다른 투자기업인 골프존과 광주신세계를 대상으로도 관여활동을 실시했다. 앞으로도 투자기업의 기업가치를 제고할 수 있도록 하는 주주관여 활동을 지속해 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행동주의는 적극적인 주주 관여활동을 통해 투자대상기업의 가치를 향상시키는 전략으로 가치투자의 궁극적인 귀결점"이라며 "이미 해외에서는 가치투자 하우스들이 차익실현 시점을 앞당기기 위해 행동주의로 전환하는 사례가 많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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