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할비율 조정 대신 글로비스 매각으로 선회? [현대차 지배구조 개편]모비스 분할비율 조정시 자금부담…글로비스 매각 현실성 변수
임정수 기자공개 2018-05-25 08:12:29
이 기사는 2018년 05월 24일 16:0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대차그룹이 지배구조 개편 수정안을 모색하는 가운데 현대글로비스 지분을 매각해 지배회사인 현대모비스 지분을 사는 방안이 유력한 대안 중 하나로 떠오르고 있다.24일 투자은행(IB) 등 전문가들은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 수정안도 모비스와 글로비스를 중심으로 만들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차-기아차-모비스를 인적분할한뒤 합병하는 지주사 전환 방안은 금융 계열사 처리 문제로 채택될 가능성이 낮다는 평가다. 금융 계열사를 포기하겠다는 전제가 없으면 추진할 수 없는 방안이다.
지주사 전환 방식을 제외하면 △분할·합병비율을 모비스 주주에 친화적으로 조정하는 방안 △분할 모비스를 상장해 공정가로 분할·합병비율을 정하는 방안 △분할 합병 절차를 거치지 않고 순환출자를 해소하는 방안 등 세 가지가 남는다.
분할·합병비율 조정안과 분할 모비스 상장안은 본질적으로 유사하다. 기존 지배구조 개편안보다 모비스 주주들에게 유리하게 분할·합병비율을 정하는 효과가 있다. 기존 지배구조 개편안의 분할·합병비율이 모비스 주주에게 불리하게 결정됐다는 주주와 의결권 자문기관의 불만과 지적을 해소할 수 있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모비스 분할·합병안은 공정거래위원회 등 정부가 이미 용인한 지배구조 개편 방안이라는 점에서 가장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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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순환출자 해소에 대주주의 자금 부담이 커진다는 문제가 걸림돌로 작용한다. 현대차그룹이 순환출자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정 부회장 등이 보유한 글로비스 주식과 기아차, 현대제철 등이 보유한 모비스 주식의 스와프(swap)가 이뤄져야 한다. 정 부회장이 보유한 글로비스 주식 가치가 높아야 더 많은 모비스 주식을 확보하게 되는 구조다.
이와는 반대로 분할·합병비율이 재조정되면 분할 모비스 가치가 높아져 글로비스 지분이 큰 폭으로 희석된다. 글로비스 주식만으로 확보할 수 있는 모비스 주식이 줄어든다는 의미다. 정 부회장이 자금 부족으로 모비스 주식을 충분히 매입하지 못할 경우 순환출자 해소도 완벽하게 이뤄질 수 없다. 또 안정적인 지배구조 확보도 어려워진다.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모비스의 분할·합병비율이 재조정될 경우 기존 지배구조 개편안보다 순환출자 해소에 필요한 대주주의 자금 부담이 30% 가량 증가한다"면서 "글로비스 주식을 매각해 확보할 수 있는 모비스 주식도 같은 비중으로 줄어들게 된다"고 지적했다.
또 분할·합병에 대한 임시주주총회, 주주 설득 등 기존 지배구조 개편안과 같은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점도 부담이다. 모비스 분할·합병비율이 공정가치로 재조정된다고 해서 주주들의 불만을 잠재울 수 있을지 여부도 불확실하다. 분할 모비스와 글로비스간 합병의 사업적 시너지가 의심된다는 시장의 지적도 걸림돌이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모비스 분할·합병은 애초에 글로비스 지분 가치를 높이기 위한 방안이었다"면서 "분할·합병 비율을 재조정해 다시 분할·합병하는 것은 자금 부담이나 절차적 측면에서 실익이 없다"고 진단했다.
이 때문에 글로비스를 사모펀드(PEF) 등에 매각한 후 모비스 지분을 확보하는 방안이 유력한 지배구조 개편 방법 중 하나로 거론된다. 정몽구 회장과 정 부회장이 보유한 글로비스 경영권 지분 30%를 주가에 경영권 프리미엄을 붙여 매각하는 방안이다.
자금 확보 측면에서 분할·합병안보다 유리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IB업계 관계자는 "글로비스를 매각할 경우 분할·합병안보다 정 부회장이 모비스 지분을 확보하기 위한 자금을 더 많이 확보할 수 있게 된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연매출 16조원, 순이익 7000억원에 달하는 기업을 살 만한 주체가 있느냐는 게 변수다. 또 글로비스 매각을 추진하는 순간 모비스 주가가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매각 실사, 대주주 적격성 심사 등 매각 절차를 거치는 과정에서 소요되는 시간도 부담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이 모비스 분할·합병과 글로비스 매각 방식을 놓고 저울질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주주 이익을 훼손하지 않는 선에서 정 부회장이 보유한 글로비스 지분 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는 방안을 선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시간을 두고 주주 이익을 극대화하는 지배구조 개편 방안을 고민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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