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8년 06월 04일 07:5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말만 컨설팅 성향의 감사이지 그런 역할이 되고 있다고 볼 수 있나요. 은행으로부터 거둬들이는 감독분담금은 해마다 늘리면서 정작 은행의 경영에 도움을 주기 위한 감사가 아닌 징계를 위한 감사를 하는 건 이전과 다를 게 없습니다."금감원의 경영실태평가를 두고 모 은행 관계자가 내놓은 말이다. 비슷한 시기 경영실태평가를 받은 또 다른 은행 관계자들 사이에서도 비슷한 목소리가 나오기는 마찬가지다. 금감원이 옛 종합검사에서 경영실태평가로 명칭을 바꾼지 한참의 시간이 지났지만 '징계'에만 초점을 맞춘 검사를 벌이고 있는 건 이전과 별 다를 게 없다는 불만을 표시한 것이다.
금감원 경영실태평가는 금융위원회가 금융감독체제 관행을 뿌리부터 고치겠다고 외치면서 2016년 말 탄생했다. 제재를 중점에 뒀던 종합검사에서 단순히 명칭만 바꾼 게 아니었다. 금감원은 경영실태평가를 통해 금융사의 '컨설팅' 역할을 해주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지나치게 징계 위주의 검사만 벌이고 있다는 업계 불만을 의식한 결과였다.
변화의 핵심은 '체크리스트' 중심의 건전성 검사에 있었다. 자본적정성과 유동성 등 앞 글자를 딴 일명 'CAMELR' 기준에 맞춰 은행 건전성을 살펴보고 이를 개선하기 위해 필요한 대응 방안 등을 제시해주기로 했다. '워치독'보다는 컨설턴트 역할을 해주겠다는 것. 또 다른 변화는 '자율적 제재'였다. 경영실태평가를 거쳐 문제점이 적발될 경우 은행이 제재 수위를 자율적으로 결정해 금감원에 통보하도록 했다. 준법성검사와 경영실태평가를 이원화해 전자는 감사의 기능을, 후자는 건전성검사 기능을 수행토록 했다.
그러나 은행권에서는 금감원의 이 같은 검사 체계 변화를 전혀 체감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금감원이 경영실태평가 과정에 채용비리와 지배구조 자료 등까지 중구난방으로 살펴보고 있는 탓이다. 특히 4일 시작될 하나금융지주와 하나은행의 금감원 경영실태평가가 어떻게 진행될 지 뻔하다는 지적이다. 경영실태평가 시작과 동시에 십수억원대 비용을 들여 법무법인을 고용하고 대응에 나서는 은행까지 나올 정도. 금감원이 컨설팅에 중점을 두겠다고 선언한 경영실태평가를 정작 은행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를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철저한 검사를 하지 말아야 한다는 얘기는 아니다. 은행의 위험을 사전에 적발해 경고음을 내주는 건 금감원의 존재 이유라고 할 수도 있다. 감독 목적의 중심에 금융소비자를 두겠다는 최근 기류 변화는 박수를 칠만 한 일이기도 하다. 하지만 시장 친화적인 역할, 은행의 징계보다는 바른 길로 안내하는 길잡이로의 역할 변화 약속이 단순히 말로만 그치고 있는 듯해 아쉬움이 남는다. "민간 금융회사의 영역에 일일이 간여하는 낡은 감독 관행을 벗어나 금융사가 경영건정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적극 돕겠다"는 윤석헌 금감원장의 최근 발언이 공허하게 들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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