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민의 Money-Flix] 아재가 아닌, 어른으로서의 아저씨40대 중년 남성들에게 치유를 선물한 드라마 <나의 아저씨>
이철민 VIG파트너스 부대표공개 2018-06-08 15:24:06
[편집자주]
많은 영화와 TV 드라마들이 금융과 투자를 소재로 다룬다. 하지만 그 배경과 함의를 파악하기란 쉽지 않다. '알고 보면 더 재미있다'는 참인 명제다. 머니플릭스(Money-Flix)는 전략 컨설팅 업계를 거쳐 현재 사모투자업계에서 맹활약 중인 필자가 작품 뒤에 가려진 뒷이야기들을 찾아내 쉽고 재미있게 전달하려 한다.
이 기사는 2018년 06월 08일 15:2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남자 나이 40이 넘으면, 몸이나 맘 어디 한군데 말 못 하는 아픈 곳이 있게 마련이지." 모두 다르게 살아왔으니 쉽게 겉모습만으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며, 몇 년 전 한 선배가 했던 말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대한민국 사회에서 40대 남성들이 대체로 ‘아재'라는 고루하고 정형화된 이미지에 가둬지고 있는 불편한 상황을, 에둘러 비판한 것으로도 들린다.생각해 보면 대한민국의 40대 남성들은 사회적으로 그다지 주목 받지 못해 왔던 것이 사실이다. ‘386세대'라는 화려한 네이밍을 부여받은 50대 남성들과 비교해보면, 그 차이는 확연하다. 산업화 시대의 막내이자 민주화 시대의 전위로서 언제나 스포트라이트를 받아왔던 386세대들에게, 40대들은 항상 부채의식을 가지고 있었고 주눅들어 있었다.
대학생 때 만해도 대한민국 역사상 최초로 경제적인 풍요와 정치적인 안정을 동시에 누린 ‘X세대'라 불린 적도 있었지만, 그 것도 잠깐이었을 뿐이다. IMF 금융위기를 전후로 혼란한 시기에 정신 없이 사회 생활을 시작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 뒤 20여년간 극심한 경쟁에서 시달리다 돌아보니, ‘아재'라고 불리며 몰취향 몰개성의 대명사가 되어있는 상황이다.
물론 일부는 키덜트로, 오타쿠로 그런 사회적 흐름을 거스르는 과감한 시도를 하기도 했지만, 그저 일부의 일탈로 치부되었을 뿐이다. 초중고를 다니는 자녀들의 아버지로, 승진에 목메는 차부장 혹은 초급임원으로, 임대료와 매상 간의 간극을 매일매일 고민하는 자영업자의 모습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는 것이 대부분 40대 남성의 현실이다.
그렇게 재미없는 혹은 전형적인 삶을 살아왔고 살고 있었기 때문인지, 대중문화에서 40대 남성은 철저히 소외되어 왔다. 30, 40대 여성을 전면에 내세운 드라마나 386세대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영화들은 끊임없이 만들어지고 소비되었지만, 40대 남성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우고 40대 남성들의 공감을 산 드라마나 영화는 극히 드물었던 것이다.
40대 초반의 꽃중년 캐릭터들을 등장시킨 2012년 드라마 <신사의 품격>만 봐도, 그 드라마의 주 시청층은 꽃중년 배우의 다소 비현실적인 라이프 스타일에 열광한 30,40대 여성층이었다. 지난해 개봉해 큰 호평을 받은 영화 <1987>의 경우는, 그야말로 386세대의 막내라 할 수 있는 장준환 감독이 386세대 스스로에게 헌사한 영화라고 할 수 있다.
그렇게 대중문화의 주변인으로 남아 있던 40대 남성들에게 주목을 한 것은, 철저한 니치 전략으로 성공을 거듭해온 새로운 드라마의 강자 tvN이었다. 2014년 방영된 <미생>을 통해 직장에서 중간층을 형성하고 있는 40대 남성들에게 자신의 과거와 현재를 동시에 바라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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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4년이 지난 후 <미생>의 김원석 PD가 40대 아저씨를 전면에 내세운 드라마를 선보인 것이, 바로 얼마 전 호평 속에 막을 내린 <나의 아저씨>다. ‘남 몰래 쓰레기통에 처박고 싶은' 가족과 ‘무릎도 꿇고 뺨도 맞고 욕도 먹지만' 가족만 모르면 되는 일이 항상 벌어지는 직장에 다니는 40대 중반의 박동훈 부장(이선균)을 주인공으로 삼은 것이다.
이 드라마는 첫 방영 직후부터 40대 남성들에게 엄청난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매번 눈시울을 붉히며 감상했다는 게시물들이 남초 커뮤니티마다 넘쳐났을 정도다. 중요한 것은 그런 뜨거운 반향의 이유가 (일부에서 비판을 한 것처럼) 20대 파견직 여사원 이지안(아이유)과 주인공 사이에 만들어지는 미묘한 감정선 때문만은 절대 아니었다는 점이다.
그보다는 순리대로 살아온 삶을 송두리째 부정당하는 부조리한 상황 속에서 놓인 주인공이, ‘아재'가 아닌 ‘어른'으로서의 모습을 보여주는 과정에서 감정의 치유를 받았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미생>은 "아저씨 비긴즈", 이 드라마는 "아저씨 라이즈"라 불러야 할 듯 하다. 훗날 "아저씨 리턴즈"가 만들어져 3부작을 완성해주길 바라는 마음에서 말이다.
<나의 아저씨> OST ‘어른': https://www.youtube.com/watch?v=5a-tqIQc8R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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