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 외화 신종자본증권 발행 '봇물' 최근 1년 4.5조, IFRS17 대비…글로벌 유동성 풍부, 발행조건 우호적
강우석 기자공개 2018-06-15 13:34:33
이 기사는 2018년 06월 12일 17:2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보험사들이 자본확충 차원에서 외화 신종자본증권(영구채)을 잇달아 발행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이 투자자를 확보하기 용이할 뿐 아니리 금리 부담도 비교적 낮기 때문이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보험사의 발행 행렬은 새 회계제도가 전면 도입되는 2021년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한화·KDB生 발행 완료, 교보·동양生·현대해상 뒤이어
12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교보생명과 동양생명, 현대해상은 외화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준비 중이다. 현재 주관사 선정을 마친 상태로 이르면 다음달 북빌딩(수요예측)에 돌입할 예정이다. 세 회사가 발행에 성공할 경우, 국내 보험사들이 최근 1년 간 발행한 외화 신종자본증권 규모는 총 42억 달러(약 4조 500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발행에 물꼬를 튼 건 교보생명이었다. 지난해 7월 5억 달러 규모를 발행하며 시장의 침묵을 깨뜨렸다. 국내 보험사의 외화 신종자본증권 발행은 2014년 10월 이후 약 3년 만이었다. 당시 코리안리는 국내 보험사 최초로 2억 달러 어치의 외화 신종자본증권을 찍은 바 있다.
시장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총 54억 달러 규모의 주문이 들어왔으며, 270곳의 해외 기관투자자가 참여했다. 아시아 투자자가 이탈했지만, 미국과 유럽 지역에서 신규 청약이 몰린 덕분이었다. 발행금리는 수정 가이던스(IPG) 하단 수준인 3.95%로 책정됐다.
흥행행진은 계속 이어졌다. 흥국생명은 지난해 11월 발행 시 총 47개 기관, 7억 달러의 청약을 확보했다. 지난 4월 10억 달러 어치를 발행한 한화생명도 73개 기관에서 16억 달러의 주문을 접수했다. 신용등급 'BB(피치 기준)'로 투기등급인 KDB생명 역시 지난달 2억 달러 발행에서 모집액 대비 2배 넘는 유효수요를 끌어모았다.
IB 업계 관계자는 "KDB생명이 발행한 정크본드도 오버부킹을 거둘 정도로, 글로벌 채권 시장의 유동성은 풍부한 편이다"라며 "국내 보험사들이 원화보다 외화로 발행하는 걸 선호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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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투자자 확보·금리조건 모두 유리…"외화 발행 2021년까지 늘 것"
보험사가 신종자본증권 발행에 나서는 건 오는 2021년부터 도입되는 국제회계기준(IFRS17)을 대비하기 위해서다. IFRS17은 보험 부채(보험사가 가입자에게 줘야 할 보험금)를 원가(계약시점 기준)가 아닌 시가(결산 마다 시장금리 등을 반영한 기준)로 평가토록 한다. 이럴 경우 보험사 부채 규모는 급증하게 된다. 후순위채, 영구채 등 회계상 자본으로 분류되는 채권을 찍어 대응하는 것.
발행사들은 후순위채보단 외화 신종자본증권을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분위기다. 국내 원화채 시장에서 수요를 확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주요 보험사가 채권 시장의 큰 손이지만 경쟁사 신종자본증권을 편입하는 건 쉽지 않다. 지급여력비율(RBC) 계산 시 활용되는 위험계수가 주식과 동일한 수준인 까닭이 크다. 국민연금, 우정사업본부 등 굵직한 연기금이 발행량을 전부 소화해주길 기대하는 것도 무리다.
발행조건도 해외 시장이 유리하다. 미국 국채금리가 상승하면서 해외 신종자본증권의 금리도 덩달아 뛰고 있다. 하지만 원화로 스왑(Swap)할 경우 국내 조달보다 유리하다는 게 시장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다른 IB 업계 관계자는 "국내에서는 투자자 풀(Pool)이 제한적이어서 발행 자체에 한계가 있다"라며 "홍콩, 싱가포르 시장의 경우 투자자 수요에 맞춰 발행량, 발행조건을 유연하게 조절할 수도 있어 국내보다 모든 면에서 용이한 편"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올 하반기에도 외화 신종자본증권 발행이 이어질 것이라 보고 있다. 임정민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미국 국채 금리 상승에도 국내보다는 해외 발행 유인이 높은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라며 "자본확충이 필요한 보험사들의 발행 행렬은 계속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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