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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번가 지분가치 2.7조…낮아진 이커머스 기대감 거래액 대비 0.3배 수준…"2015년 쿠팡 자금 유치전과 시장 다르다" 중론

김일문 기자공개 2018-06-21 07:50:56

이 기사는 2018년 06월 20일 16:3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오픈마켓 11번가가 외부 자본유치 과정에서 평가받은 지분가치는 어느정도 수준일까. 단순 비교는 어렵지만 3년전 쿠팡의 대규모 자본확충 대비 멀티플(배수)은 크게 낮아진 것으로 판단된다. 이는 이커머스 시장에 대한 줄어든 기대치가 반영된 결과라는 분석이다.

SK플래닛으로부터 인적분할 되는 11번가에 재무적투자자들이 5000억원을 투자하고 가져갈 지분은 약 18% 정도다. 100%로 환산할 경우 11번가 지분 100%의 가치(Equity Value)는 약 2조7700억원 가량이다.

이는 약 9조원으로 추산되는 11번가 전체 거래금액의 0.3배 수준이다. 즉, 11번가는 이번 자본 유치를 통해 재무적투자자로부터 거래 금액의 30% 수준에서 지분가치를 인정받았다고 볼 수 있다.

M&A나 투자 유치 과정에서 통상적으로 적용되는 배수는 에빗타멀티플(Ebitda Multiple)이다. 기업의 현금영업창출능력을 가늠할 수 있는 상각전이익에 적정 배수를 곱해 산출한다. 벌어들이는 수익의 멀티플을 적용해 전체 거래 금액을 산정하는 방식이다.

다만 이 방법을 11번가에 적용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에빗타멀티플은 보통 제조업체 벨류에이션에 주로 쓰이는 가치측정 기법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11번가가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탓에 밸류에이션 산정이 불가능하다.

11번가가 속한 이커머스처럼 성장 산업에 포함된 기업의 경우 거래금액에 배수를 적용하는 GMV(Gross Merchandise Volume)멀티플이 타당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2000년대 초반 실적은 없지만 성장 속도가 빠른 산업의 기업들은 세일즈 규모에 따라 가치를 산정하는 PSR(Price Sales Ratio)이 있었다"며 "GMV 멀티플은 PSR의 최신 버전인 셈"이라고 설명했다.

11번가가 적용받은 GMV 멀티플 0.3배는 어느 정도 수준일까. 2015년 소셜커머스 업체 쿠팡의 대규모 투자 유치 사례를 비교 평가해 볼 수 있다.

쿠팡은 3년전 일본의 소프트뱅크로부터 1조원의 자본을 유치했다. 이 과정에서 소프트뱅크가 가져간 쿠팡 지분은 20% 수준. 결국 2015년 쿠팡 지분 100%의 가치는 5조원 가량으로 추산할 수 있다. 당시 쿠팡은 GMV 멀티플 1배를 조금 넘는 수준으로 지분 가치를 인정받았다.

0.3배인 11번가와 비교하면 상당한 차이가 나는 셈이다. 물론 단순 비교로 11번가가 쿠팡에 비해 지분가치를 훨씬 박하게 받았다고 평가할 수는 없다. 11번가는 '온라인 거래 장터'인 오픈마켓이 주력인 반면 쿠팡의 비즈니스 모델은 소비자 수요가 높은 상품을 직매입 후 되파는 방식이다.

특히 거래금액만 놓고 보면 11번가가 쿠팡의 두 배 이상이다. GMV 규모가 훨씬 큰 11번가가 쿠팡보다 훨씬 낮은 가치를 평가 받았을리 만무하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3년전에 비해 이커머스 시장의 성장에 대한 기대감이 줄어든데 따른 결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지적한다. 시장이 어느정도 성숙 단계로 접어드는 가운데 경쟁의 강도는 여전하다는 점에서 이커머스를 바라보는 시각 자체가 보수적으로 변했고, 결국 11번가의 GMV 멀티플도 과거 쿠팡에 비해 낮아질 수 밖에 없었다는 논리다.

업계 관계자는 "11번가의 GMV 멀티플은 이커머스 시장에 대한 성장성이 반영된 결과"라며 "만약 지금 시점에서 쿠팡이 다시 펀딩을 받는다 하더라도 3년전과 동일한 멀티플을 적용받을 수는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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