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8년 06월 20일 11:5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2년여를 끌어왔던 SK플래닛 자본확충 작업이 마무리 단계다. 많은 우여곡절과 무산 위기에도 불구하고 외부 자본 유치가 성사되면서 11번가가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됐다. 무엇보다 최대 투자자로 국민연금을 끌어들였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이제 투자금을 적절히 활용해 11번가의 기업가치를 끌어올리는 일만 남았다.SK플래닛은 이번 자본확충으로 또 한번 수술대 위에 오르게 됐다. 투자금이 오롯이 11번가에만 쓰이길 원하는 투자자의 요청에 따라 회사를 쪼개기로 한 것이다. SK플래닛 커머스 사업인 11번가는 인적분할로 떨어져 나가고, 비(非)11번가 사업은 SK텔레콤 자회사 SK테크엑스와 합쳐져 재탄생된다.
대규모 투자를 이끌어냈지만 조직개편을 앞둔 SK플래닛 직원들은 기쁨 보다는 아쉬움이 더 크게 느껴질 법하다. 2011년 출범 초기만 하더라도 SK플래닛에 대한 기대는 남달랐다. SK텔레콤의 플랫폼 기업으로서 IT 전문회사라는 자부심도 상당했다. 그러나 그동안 이런저런 이유로 계열사 매각과 사업구조 재편이 빈번히 이뤄지면서 사세가 날로 위축돼 왔고, 이제는 주력 부문이었던 11번가까지 남남이 돼 버렸다.
SK플래닛 전체 직원들에게는 다소 안타까운 노릇이겠지만 11번가의 건전한 성장을 위해서 이번 분할은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측면도 있다. 11번가 입장에서는 분할과 자본확충이라는 거대한 소용돌이 속에서 한 단계 점프업 할 수 있는 기회를 잡은 셈이다.
물론 소수지분을 가져간 재무적투자자와 단순히 피를 섞는 것 만으로 당장의 가시적인 성과를 예측하는 것은 무리다. 다만 트렌드에 민감한 이커머스 사업의 특성을 감안할 때 SK플래닛의 품을 떠난 11번가가 과거에 비해 보다 유연한 사고와 변화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순발력을 갖출 수 있게 됐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SK플래닛은 SK텔레콤 산하에서 온실속 화초처럼 지냈다는 평가도 받는다. SK플래닛의 자체 경쟁력에 더해 SK텔레콤의 지원 덕을 받은 면도 있었다.
11번가가 독립하고 SK플래닛도 새로운 출발선에 섰다. 이제부터 진짜 경쟁력을 확인하는 시간이다. 제2의 탄생으로 새로운 도전에 직면한 11번가의 행보를 지켜보자. 경쟁의 강도가 여전한 이커머스 시장에서 11번가가 보배로 거듭날 수 있을지 진짜 승부가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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