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8년 06월 29일 08:1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이유 없이 지연되는 일은 여전하다. 감사원 지적처럼 구두로 얘기하지 말고 서면 등으로 정확한 사유를 전달해주면 좋겠는데 그냥 다시 해오라는 식이다. 개선된 게 뭔지 전혀 모르겠다."금융감독원의 금융상품 약관심사를 두고 모 은행 관계자가 전한 말이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도 비슷한 불만을 나타내기는 마찬가지. 과도한 약관심사 지연을 자제하라는 감사원 지적이 나온지 1년이 넘었지만 금감원의 '거북이 약관심사'는 전혀 나아진 게 없다는 얘기다.
복수의 금융권 관계자는 금감원이 정확한 이유를 설명하지 않은 채 금융상품 약관심사를 빈번히 미뤄 부담이 크다고 전했다. 제대로 된 이유를 알면 약관의 어느 부분을 수정해야 할지 감이 오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금융사가 금감원에 이를 항의하기는 쉽지 않다. 앞서 관계자는 "은행 입장에서 갑이라고 볼 수 있는 금감원 담당자에게 약관심사를 서둘러 해달라거나 뭐가 문제냐는 식으로 대응하기는 어렵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문제는 감사원의 지적에도 불구하고 금감원의 이유 없는 약관심사 지연 상황이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금감원이 지난해 말 혁신안을 발표하며 바로잡겠다고 한 사안이지만 여전히 약속은 지켜지지 않고 있다.
감사원은 금감원 감사를 거쳐 2015~2016년 사이 특별한 사유 없이 약관심사가 지연된 다수의 사례를 적발했다고 지난해 초 발표했다. 금감원은 여신전문금융업법 등 관계 법률에 존재하지 않는 '반송·철회 권고' 규정을 내부에 만들어놓고 복수 카드사의 금융상품 약관심사를 차일피일 미뤘다. 담당자가 "다른 업무 때문에 바쁘다"는 이유로, 또 "국정감사를 앞두고 있어서"란 핑계로 1년 동안이나 약관심사를 지연시킨 경우도 있었다.
금감원은 감사원 감사 결과를 받아들여 지난해 10월 혁신안을 발표하고 약관심사의 체질 개선을 약속했다. 금융상품 약관 제·개정 심사를 사후보고로 전환하는 제도를 곧 도입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발표 후 9개월이 다 돼 가는 현 시점까지도 이는 실현되지 않았다. 금감원의 늑장 약관심사도 여전하다.
금감원도 할 말은 있어 보인다. "법률 개정안이 국회에 계류돼 있어 금융상품 사후보고 체제를 도입하지 못하고 있다"는 게 금감원 측 입장이다. 사후보고 체제만 도입되면 금융상품 약관심사 지연을 향한 업계의 불만이 단번에 해소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듯하다. 바꿔 말하면 해당 제도 도입 없이는 업계 불만을 잠재우기가 어려울 것으로 판단했을 수 있다.
금감원의 이 같은 태도를 바라보는 금융권 시선은 곱지 않다. 약관심사 지연은 감사원 지적이 나온 후 금감원이 약간의 신경만 썼다면 현 체제에서도 충분히 개선할 수 있는 사안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시장의 불신과 불만을 잠재우기 위한 노력을 얼마나 하느냐에 달려 있는 문제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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