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신양회, 점유율 꼴찌 위기…'레미콘'으로 반등 노리나 경쟁사 잇단 M&A로 입지 축소, 한라엔컴 인수로 물량 확대 기대
심희진 기자공개 2018-07-24 08:20:23
이 기사는 2018년 07월 23일 14:4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최근 2년간 진행된 시멘트업계 인수합병(M&A)에서 한번도 승기를 잡지 못한 성신양회가 레미콘 사업 확대를 통해 분위기 반전을 모색한다. 레미콘 부문은 지난해 건설경기 호조로 성신양회 전체 순이익의 70%를 책임진 든든한 버팀목이다. 이번 한라엔컴 인수로 성신양회가 추가 생산물량을 확보해 실적 개선세를 이어갈지 주목된다.성신양회가 레미콘 사업에 첫 발을 내딛은 건 1986년 9월 진성레미컨의 부천공장을 인수하면서다. 이후 1998년 11월 진성레미컨을 흡수합병한 데 이어 이듬해 4월 경기도 구리에 생산공장을 준공해 사업 덩치를 키웠다. 성신양회 구리공장은 국내 레미콘 업체들이 보유하고 있는 수도권 내 생산설비 중 규모가 매우 큰 편이다.
사세 확장에 힘쓴 덕분에 레미콘 부문의 실적은 눈에 띄게 좋아졌다. 2000년 936억원에 그쳤던 매출은 이듬해 1100억원을 넘어선 이후 2004년 1265억원으로 매년 증가했다. 영업이익도 2000년 33억원에서 2001년 162억원, 2002년 203억원으로 늘어났다.
이후 레미콘 사업에 대한 투자는 더욱 활발해졌다. 2006년 한해에만 충청남도 아산, 충청북도 앙성·주덕·충주, 경기도 용인 등에 위치한 레미콘 공장 5곳을 매입한 데 이어 인천에 사업소를 설치했다. 2007~2008년에는 충청남도 공주·당진·보령, 세종 조치원, 경기도 남양주 등에 추가로 사업소를 개설했다. 덕분에 2008~2009년 레미콘 부문의 외형은 2000억원에 근접한 수준까지 커졌다.
문제는 수익성이었다. 당초 기대와 달리 정부의 부동산 규제 강화, 주요 원재료인 유연탄 가격 상승 등으로 동종업계 간 수주경쟁이 심화되면서 위기가 찾아왔다. 2004년만 해도 톤당 5만2700원이 넘었던 레미콘 판매가격은 2006~2007년 4만6000원대로 하락했다. 같은 기간 성신양회가 레미콘 생산물량을 연 180만㎥에서 260만㎥로 늘렸지만 수익 반등을 꾀하긴 어려웠다. 레미콘 부문의 영업이익은 2006년 -66억원, 2007년 -28억원 등 2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2008년 이후엔 글로벌 금융위기, 미분양 주택 증가 등이 겹치면서 상황이 더욱 나빠졌다. 성신양회는 돌파구를 찾기 위해 해외 시장으로 눈을 돌렸고, 2010년 베트남 현지에 레미콘 제조업체인 성신VINA(SungShin VINA)를 설립했다. 이듬해 8월 성신VINA는 라이엔 공업단지에 연 42만㎥규모의 생산공장을 완공하며 레미콘 사업에 본격 착수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한 채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46억원 이상의 누적 적자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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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2015년 매년 수십억원의 순손실을 내던 레미콘 사업이 반등하기 시작한 건 2016년부터다. 정부의 시장활성화 대책으로 대규모 분양물량이 발생하면서 레미콘 수요가 증가했다. 건설투자가 늘어남에 따라 레미콘 판매가격도 2015년 톤당 5만9000원에서 2017년 6만4000톤으로 상승했다. 덕분에 레미콘 부문의 매출은 2016~2017년 1600억원대를, 순이익은 50억~80억원대를 유지했다. 특히 지난해 레미콘 부문은 성신양회 전체 순이익의 68%를 홀로 책임졌다.
사업부 구조조정을 추진한 것도 긍정적인 결과를 낳았다. 성신양회는 과거 10여개 달했던 생산공장을 구리·파주·용인·세종 등 4곳만 남겨두고 모두 정리했다. 외형보단 내실 위주의 경영 전략을 구사해 분위기 반전을 꾀한 것이 효과가 있었다는 분석이다.
다만 이익 규모가 경쟁사들에 비해 미미하다는 점은 아쉬운 대목이다. 지난해 삼표산업, 쌍용양회, 유진기업 등은 건설경기 호황에 대비해 생산량을 전년대비 평균 400만㎥가량씩 늘린 데 반해 성신양회는 200㎥를 확보하는 데 그쳤다. 공장 가동률을 경쟁사들(30~40%)의 2배 수준인 70%까지 끌어올렸지만 설비 한계를 뛰어넘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성신양회는 레미콘 사업 확대를 통해 실적 반등을 이어갈 계획이다. 이를 위해 최근 BCH페레그린파트너스와 손잡고 한라그룹 레미콘업체인 한라엔컴 인수 작업에 착수했다. 한라엔컴 전체 인수대금의 20~30%인 150억~200억원가량을 성신양회가 출자할 예정이다.
성신양회 관계자는 "올해 하반기로 갈수록 건설투자가 위축돼 레미콘 수요가 전반적으로 감소할 것으로 예측된다"며 "다만 당사는 수도권 위주로 생산공장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수익성 측면에선 큰 타격을 받지 않을 전망"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경쟁사들의 잇단 M&A로 시멘트업계에서 입지가 좁아진 성신양회가 성장동력을 찾기 위해 레미콘 사업에 집중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핵심 사업부인 시멘트 부문은 업체 간 생산기술이나 품질의 차이가 거의 없기 때문에 시장점유율을 높여 물량을 최대한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상위 7개사가 30년 이상 과점해오던 시멘트 시장은 최근 2년새 5강 체제로 바뀌었다. 한때 클링커 생산능력 2위였던 성신양회는 한라시멘트 등을 인수하지 못하면서 꼴지로 밀려날 위기에 놓였다. 시멘트 부문의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서라도 레미콘 사업이 힘을 보태줘야 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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