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공익재단]'무보수 명예직' 임원 다수…'장수·고령' 이사회[IBK행복나눔재단]잦은 이사장 교체 따른 사업 연속성 '긍정적'…운영·사업특화 '우수'
안경주 기자공개 2018-07-31 09:47:07
[편집자주]
국내 금융사들이 이윤을 사회에 돌려주겠다며 공익법인을 설립, 운영하고 있다. 교육·장학사업부터 사회복지사업, 의료·보건사업 등 분야도 다양하고 기부금(출연금) 규모도 수십억원에서 수백억원에 달한다. 하지만 이들 공익법인이 설립 취지에 맞춰 제대로 운영되고 있는지에 대한 정보는 부족한 상황이다. 대기업집단 소속 공익법인을 대상으로 공정거래위원회가 운영 실태를 발표했던 것과 대조적이다. 이에 더벨에서는 은행·보험·여전사 등이 설립시 출연하거나 최근 3년간 출연한 바 있는 공익법인 37곳(설립 1년 미만 제외)을 대상으로 운영 현황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18년 07월 27일 17:4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IBK행복나눔재단은 2006년 4월 대기업에 비해 복지수준이 열악한 중소기업 근로자 가족의 복지향상을 목적으로 기업은행이 40억원을 출연해 설립됐다.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 설립 인가를 받은 IBK행복나눔재단은 매년 기업은행으로부터 수십억원의 기부를 받아 자선, 장학사업 등을 펼쳤다. 특히 정치·사회적으로 저명한 인사를 이사로 영입한 금융계 공익법인과 달리, IBK행복나눔재단은 중소기업 대표를 이사로 영입해 중소기업 근로자들에게 실익이 될 수 있도록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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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K행복나눔재단 초대이사장은 고(故) 강권석 전 행장이 맡았다. 이후 윤용로·조준희·권선주 전 행장 등 기업은행 최고경영자(CEO)가 IBK행복나눔재단 이사장도 겸직하고 있다. 현재 IBK행복나눔재단 이사장도 김도진 행장이 맡고 있다.
정부가 최대주주인 기업은행의 특성상 언제든지 CEO가 바뀔 수 있다는 점에서 IBK행복나눔재단의 장수 이사들이 사업을 꾸준히 이끌어간 원동력이 될 수 있었다는 평가다. 다만 이사진의 장수·고령화로 인해 경영진(이사장) 견제 부실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중소기업 대표, '무보수 명예직' 이사로 영입
IBK행복나눔재단 이사회 구성을 보면, 김도진 기업은행장이 이사장을 맡고 있고 이병재 씬터온 대표, 박준구 우신컴텍 대표, 장석준 전 보건복지부 차관, 이창용 전 기업은행 대구경북지역본부장 등이 이사진으로 참여하고 있다.
이병재 대표와 장석준 전 차관은 IBK행복나눔재단 설립 때부터 이사직을 유지하고 있다. 2006년 4월 처음 이사직을 맡은 후 올해 3월 5연임에 성공했다. 이에 따라 이병재·장석준 이사의 임기는 2021년 3월까지다.
박준구 대표는 2012년 3월부터 IBK행복나눔재단 이사를 맡고 있다. 박준구 이사도 3연임에 성공하면서 2021년 3월까지 임기다. 이창용 전 본부장도 1년 연임을 하면서 2019년 5월까지 이사직을 유지한다.
IBK행복나눔재단 이사회 멤버 가운데 재임기간이 가장 짧은 이사는 김도진 행장이다. 2016년 12월 기업은행장에 선임되면서 IBK행복나눔재단 이사장도 겸직하게 됐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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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K행복나눔재단 이사진의 평균 재임기간은 7.4년이다. 국내 비영리 재단법인의 경우 이사회 평균 재임기간이 2.9년으로 길지 않은 것과 비교하면 장수하고 있는 셈이다.
이는 정관상 임원(이사)의 임기를 3년으로 정하고 있지만 연임이 가능하고 횟수에 제한을 두고 있지 않고 있어서다. IBK행복나눔재단 정관 제14조 1항에 따르면 이사의 임기는 3년, 감사의 임기는 2년으로 하되, 연임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무보수 명예직이라는 점도 이사 연임의 배경이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대다수 이사들이 무보수로 이사직을 맡고 있다"며 "사회적으로 명망있는 분들을 무보수로 새롭게 모시기 어렵다는 점에서 이사직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사들의 재임기간이 길면 긍정적 부분이 있다. 이사장과 이사회가 동질적 집단이 되면서 협력과 소통이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다. 특히 기업은행장이 교체될 때마다 이사장도 바뀌는 상황에서 사업의 연속성 등을 고려할 때 장점이 될 수 있다.
다만 업계 일각에선 이사회의 가장 큰 역할인 경영진(이사장)을 견제하는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또한 재단에 출연한 기업은행과 재무적으로 얽혀 있을 경우 견제가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
이병재 이사가 대표로 있는 씬터온은 기업은행과 지분관계로 얽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씬터온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기업은행(계열사 포함)은 씬터온의 전환우선주 55.2%(IBK기업재무안정 사모투자전문회사 34.5%, IBK이노비즈-부품소재투자조합 제1호 13.8%, IBK금융그룹중기상생투자조합 제2호 6.9%)를 보유하고 있다. 발행가액 3만원을 기준으로 40억원에 달한다.
박준구 이사의 우신컴텍도 차입 뿐만 아니라 파생상품거래 등 기업은행과 거래관계를 갖고 있다.
이사진들이 고령화되고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김도진 이사장과 이창용 이사를 제외한 나머지 이사들은 모두 70세를 넘겼다. 이병재 이사는 1939년생으로 79세다. IBK행복나눔재단 이사진의 평균 연령은 68.6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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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영역 확대, 안정적 재단 운영
이사회의 장수·고령화와 무관하게 IBK행복나눔재단의 운영 성과는 우수했다. 특히 장학사업 중심에서 지난해부터 공동직장어린이집을 설치, 운영하는 등 사업영역을 확대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지난해 9월 공단지역 내 '일·가정 양립 환경'을 조성하고자 근로복지공단과 중소기업 근로자를 위한 공동직장어린이집을 설치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는 금융계 공익재단 최초 사례다. 어린이집 1호점은 인천시 남동구 기업은행 남동공단지점 3층에 마련됐으며, 공단 내 14개 중소기업 근로자를 위해 쓰이고 있다.
IBK행복나눔재단 관계자는 "중소기업 대표들이 이사로 참여하면서 중소기업 근로자들이 필요한 부분이 생생하게 접할 수 있다"며 "이를 바탕으로 사회공헌활동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익법인 운영의 효율성과 투명성도 우수했다. 순자산 공익목적사업 사용비율은 45.9%에 달한다. 전체 자산에서 공익목적사업에 사용하는 비율이 절반에 달한다는 얘기다. 출연금이 본연의 목적에 맞게 쓰이고 있는 지를 알아보는 프로그램 비용 비율(목적사업비/고유목적사업 필요경비)은 91.7%로 우수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안정적인 기부금도 사업 확대에 기여했다. IBK행복나눔재단이 받은 기부금 규모는 2015년 41억원, 2016년 27억원, 2017년 21억원이다. 특히 기업은행은 IBK행복나눔재단 설립 이후 지난해말까지 355억원을 출연(기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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