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8년 07월 30일 13:3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성SDI가 투자 축소 방침을 직접적으로 드러냈다. 2분기 실적 발표 과정에서 "성장에 집착해 수익성을 잃어버렸던 과거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시장 흐름을 볼 때 향후 수익 확대에는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이지만 무리한 투자는 피하겠다는 생각이다. 설비투자(CAPEX) 비용 지출을 줄이겠다는 의미로 읽혀 삼성SDI의 대규모 투자도 당분간 찾아 보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SDI는 30일 진행한 2018년 2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당분간 무리한 투자는 피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삼성SDI는 "성장성과 수익성,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것이냐 고민하고 있고 과거처럼 성장에 집착해 수익성을 잃어버리는 잘못을 범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EBITDA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고 감내할 수 있는 수준 내에서 투자재원 조달이 충분히 가능하다"고 전했다. 현금창출능력(EBITDA) 범위 내에서 투자를 하겠다는 의미로 읽힌다.

삼성SDI가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건 과거 삼성전자 납품 물량 확대를 믿고 투자를 늘렸다가 대규모 손실을 냈던 아픈 기억 때문으로 풀이된다. 중소형 전지 납품을 주력 사업으로 삼고 있는 가운데 삼성전자 스마트폰 등 실적이 2015년 크게 약화된 탓이었다. 그 해 삼성SDI는 598억원에 달하는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2년 연속으로 투자비를 대거 늘린 게 발목을 잡았다는 평가였다.

이런 가운데 투자비를 크게 줄인다면 삼성SDI의 올 한해 수익성은 기존 업계 예상보다도 더 큰 폭으로 늘어날 수 있다. 특히 삼성SDI의 올해 하반기 수익 전망은 상반기보다도 밝다는 평가다. 원소재 가격이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고 중대형 전지의 전방산업 시장 수요가 점차 확대되고 있다. 원통형 전지 수요도 고성장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SDI에 따르면 올 하반기에도 중대형 전지의 수익성은 안정적으로 유지될 전망이다. 상업용 ESS 시장이 활성화되고 있는 덕분이다. 삼성SDI는 "ESS수익성이 계속 견조한 추세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하반기에는 중대형 전지 수익성 추가 개선이 가능할 전망"이라며 "글로벌 시장을 봤을 때 ESS 시장은 금년 하반기와 내년은 물론 중장기적으로도 성장세를 지속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관건은 자동차형 전지의 향후 흐름이다. 글로벌 자동차 제조업체들과 초기에 맺어둔 납품 계약이 삼성SDI에 불리하게 짜여 있다. 이에 따라 자동차형 전지 부문이 나머지 중대형 전지 부문의 수익성을 깎아 먹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는 평가다. 삼성SDI 자동차형 전지 부문은 손익분기점(BEP)을 넘기지 못한 상태이고 이 같은 추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점쳐진다.

다만 삼성SDI는 올해 하반기 자동차형 부문의 실적 개선을 기대하는 눈치다. 삼성SDI 측은 "자동차 납품사들과 초기 계약 프로젝트가 아직 있고 원소재 가격이 납품가에 반영되지 않는 불합리한 상황이어서 단기적 실적 개선과 BEP 달성은 어려운 상황"이라며 "하지만 고객들과 신규 프로젝트가 본격화되는 시점이 도래하고 있고 기존 고객과 거래 조건도 지속적으로 나아지고 있어 빠른 시일 내에 자동차 전지도 수익성이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SDI의 올 하반기 성장세가 기대되는 건 원소재 가격 하락이 지속될 것으로 점쳐진다는 점이 가장 크다. 배터리의 주요 재료인 리튬과 코발트 가격이 올 1분기 대폭 상승했다가 2분기 들어 점차 하락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올 하반기뿐 아니라 내년 초반까지도 리튬과 코발트 하락 추세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SDI는 "올해 2분기부터 코발트와 리튬 중심의 주요 원소재 가격이 하향 안정세를 보이고 있고 하반기에도 이 같은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며 "구매시점과 판가 적용시점에 시차가 걸림돌이지만 원소재 가격 변동가를 제품에 연동시켜 리스크를 최소화시킨다는 게 기본 방침이고 하반기 수익성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