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천리·삼탄의 동업 매커니즘 '상호 견제' [이사회 분석]이만득=삼천리·유상덕=삼탄, 상호 이사회 참여 통로 마련
박창현 기자공개 2018-08-16 09:03:00
[편집자주]
지배구조 개선이 재계의 화두로 떠오르면서 이사회 중심 경영이 확산되고 있다. 특히 내부통제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오너가 아닌 전문경영인과 사외이사의 역할과 책임이 커지고, 계열사별 책임경영을 천명하는 기업들도 늘고 있다. 기업 경영에 관한 대부분의 의사결정이 이사회에서 이뤄지는 만큼 이사회는 지배구조의 핵심이다. 더벨은 변곡점을 맞고 있는 주요 기업의 이사회 구성과 운영 현황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18년 08월 13일 14:0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천리그룹은 국내 대표 종합 에너지 기업이다. 도시가스와 민자발전, 집단에너지, 광물 등 다방면에 사업 뿌리를 두고 있다. 계열사 수만 17곳에 달하며, 그룹 총 자산은 6조원이 넘는다. 재계 순위는 53위로 한진중공업과 하이트진로, 유진그룹, 한솔그룹 등이 삼천리보다 아래다.사실 삼천리그룹을 대표하는 수식어는 따로 있다. '동업 경영'이 그것이다. 삼천리그룹은 유성연, 이장균 두 선대회장이 함께 세운 '삼천리 연탄기업사'가 모태다. 이 동업 경영은 대를 이어 현재까지도 이어져오고 있다. 2세 시대 주역은 이만득 명예회장과 유상덕 삼탄 회장이다.
이씨와 유씨 집안은 사이좋게 핵심 계열사 '삼천리'와 '삼탄' 지분을 나눠갖고 있다. 삼천리는 도시가스와 집단에너지, 플랜트, 발전 부문 지주사 역할을 하고 있으며, 삼탄은 유연탄 자원개발 사업을 주도하고 있다.
삼천리 최대주주는 지분 12.3%를 갖고 있는 유상덕 회장이고, 이만득 명예회장은 8.34% 지분으로 2대 주주다. 뒤를 이어 이 명예회장 조카인 이은백 부사장이 7.84%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또 오너 일가 중에는 유 회장의 누나인 혜숙 씨가 3.8% 지분이 있다. 집안끼리 몫을 합치면 유씨 일가와 이씨 일가가 똑같이 16.18%의 지분을 나눠갖고 있는 형국이다.
삼탄 지분도 이씨와 유씨가 똑같이 50%씩 소유하고 있다. 이씨 집안은 이 명예회장과 이 부사장이 23.43%씩 개인 지분을 갖고 있다. 나머지 3.13%은 이씨 소유 공익재단인 천만장학회 몫이다. 유씨 측 소유 구조도 거의 유사하다. 유 회장과 송은문화재단이 각각 43.14%, 6.86%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유 회장은 송은문화재단 이사장을 역임하고 있다.
한 치의 오차도 없는 기계적 지분 분배가 이뤄져있다는 점에서 상호 간에 원만한 역할 분담과 경영 협조가 필수적이다. 이에 따라 두 집안은 사업 영역별로 독립 경영을 하는 방식으로 그룹을 운영하고 있다. 먼저 이씨 일가는 그룹 모태인 삼천리 경영을 책임지고 있다. 대신 유씨 일가는 삼탄 의사결정 권한을 쥐고 있다. 이 명예회장은 삼천리 회장으로, 유 회장은 삼탄 회장으로 불리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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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가 독립 경영을 하고 있지만 상호 균형과 견제를 위한 안전장치를 마련해두고 있다. 이는 이사회 구성 명단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삼천리 이사회는 사내이사 2명과 사외이사 3명 등 총 5명으로 구성돼 있다.
사내이사인 이찬의 부회장(대표이사)은 삼천리는 물론 삼탄 대표이사 경력도 갖고 있다. 이 부회장은 1988년 삼천리 그룹기획실에 입사해 삼천리 이사(1991년), 삼탄 기획조정실 전무(1996년), 삼탄인터내셔널의 전신인 삼천리제약 부사장(2000년) 등을 거쳤다. 2002년부터 2009년까지 삼탄의 핵심 수익원인 인도네시아 키데코(KIDECO) 유연탄 사업을 주도했고, 그 공로를 인정받아 2011년부터 2013년까지 삼탄 대표를 역임했다. 2014년 다시 삼천리로 복귀한 그는 이듬해부터 경영까지 총괄하고 있다.
이 부회장이 삼탄 최고 핵심 요직을 두루 거쳤다는 점에서 유 회장과 긴밀한 사업 파트너십을 구축했을 것이란 평가다. 이 부회장이 삼천리와 삼탄, 이 명예회장과 유 회장을 잇는 연결고리가 되고 있다는 관측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삼천리 공동 대표이사인 유재권 부사장은 반대로 '삼탄' 감사 업무를 겸직하고 있다. 유 부사장은 27년간 한 우물만 판 정통 삼천리맨이다. 삼천리 사업개발 담당(2001년)과 경영전략실장(2005년), 사업개발본부장(2011년) 등 기획·전략 파트에서 경력을 쌓은 후 2012년 계열사 에스파워 대표를 맡았다. 2년 뒤 다시 삼천리로 돌아와 이 명예회장의 복심이라 할 수 있는 미래전략본부장을 맡았다. 그룹 임원 중 유일하게 삼천리와 삼탄 이사회에 모두 참여하면서 동업 경영 균형추 역할을 맡고 있는 모습이다.
또 이 명예회장의 경우 기타비상무이사로서 직접 삼탄 이사회에 참여하면서 사내이사인 유 회장과 똑같이 경영권을 행사하다. 이 명예회장은 2016년 삼천리 등기임원직에서 물러나면서 경영 보폭을 스스로 줄였다. 주력인 삼천리 이사진에서는 빠졌지만, 오히려 삼탄 의사결정 창구는 유지하고 있는 모습이다. 업계는 이 명예회장이 최소한의 견제 기능 수행을 위해 상징적인 차원에서 삼탄 이사회 직책을 맡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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