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민의 Money-Flix] 누굴 위해 총성을 울리려 했나?영화 <공작>속 총풍사건이 북핵 문제에 주는 시사점
이철민 VIG파트너스 대표공개 2018-08-28 09:14:33
[편집자주]
많은 영화와 TV 드라마들이 금융과 투자를 소재로 다룬다. 하지만 그 배경과 함의를 파악하기란 쉽지 않다. '알고 보면 더 재미있다'는 참인 명제다. 머니플릭스(Money-Flix)는 전략 컨설팅 업계를 거쳐 현재 사모투자업계에서 맹활약 중인 필자가 작품 뒤에 가려진 뒷이야기들을 찾아내 쉽고 재미있게 전달하려 한다.
이 기사는 2018년 08월 27일 14:4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뽀통령' 뽀로로의 탄생 뒤에 숨겨진 북한의 역할에 대해 자세히 아는 이들은 드물다. 닷컴 붐의 막바지 거품이 한창이던 2000년 말, 당시 신생 통신사였던 하나로통신(현 SK브로드밴드)은 북한의 삼천리총회사와 함께 3D 애니메이션의 공동제작에 대한 논의를 시작했다. 그 결과 2001년 1분짜리 33편(그 중 북한이 참여한 것은 17편)으로 선보인 것이 <게으른 고양이 딩가>였다.그 경험을 통해 한국 애니메이션 업계는 북한이라는 경쟁력 있는 하청 기지를 발견하게 되었고, 북한은 3D 애니메이션 시장으로 본격적인 진출 기회를 갖게 된다. 이를 기반으로 기획이 된 것이 바로 <뽀로로> 시리즈의 첫 번째 시즌 <뽀롱뽀롱 뽀로로>(2003년)였다. 한국의 아이코닉스, 오콘, 하나로통신이 다시 한번 북한의 삼천리총회사와 합작을 통해 이뤄낸 결과였다.
그 뒤 <뽀로로>가 6개의 시즌 동안 방영되며 그야말로 한국 3D 애니메이션의 전성기를 열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그런 성공적인 합작은 계속 이어지지는 못했다. 극장용 애니메이션 <왕후 심청>(2005년), TV용 애니메이션 <아티와 필리>(2008년) 등이 상업적 성공을 거두지 못하는 사이, 남북 관계도 경색 국면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2003년부터 2008년까지 6년간 남북간 사회문화협력사업의 승인 건수(통일부 발표 기준)는 124건이나 되었으나, 경색이 본격화된 2009년부터 9년간은 단 5건에 불과했다. 2008년 이전과 이후는 그렇게 건수뿐만 아니라 깊이에서도 큰 차이를 보였다. 2005년 이효리가 북한의 무용수 조명애와 함께 출연했던 ‘애니콜' 광고와 같이 대중들이 관계 개선을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사례가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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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라운 것은 남북관계 개선의 상징처럼 보였던 그 애니콜 광고 뒤에, 우리에게 전혀 알려지지 않았던 남북간의 비화가 숨겨져 있었다는 점이다. 그 주인공인 공작원 ‘흑금성' 박채서씨의 증언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것이 최근 큰 화제가 되고 있는 영화 <공작>이다. 이 영화가 얼마나 사실에 기반을 두고 있는 지는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최소한 그 광고와 관련된 내용은 대부분 사실에 부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영화의 개봉 이후 박채서씨가 인터뷰를 통해 털어놓은 영화의 뒷 이야기들은, 영화보다 더 충격적인 내용이 많았다. 97년 대선 직전에 당시 청와대 행정관과 여당의 현역의원 등 3명이 북한에 군사 공격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진 이른바 총풍 사건은 영화에도 자세히 다뤄지는데, 그와 관련된 다음과 같은 주장이 특히 그렇다.
"아마도 윤종빈 감독은 국민들이 받는 충격을 고려해서 4백만 달러로 축소시켜 상징적으로 얘기한 것 같습니다. 전면전에 준하는 긴장감을 만들어 달라는 것이 공식적인 얘기였고, 그렇게 했을 경우 이쪽에서 제시한 액수가 1억 달러였어요. 1억 달러를 보상금으로 주겠다. 현장에서는 그(4백만 달러)와 비슷한 금액을 건냈고…" (김어준의 뉴스공장, 2018년 8월 17일 인터뷰 중)
간단히 말해 북한에 4백만 달러를 주면서, 공격을 감행해주면 1억 달러를 추가로 주겠다는 제안을 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의 이런 주장을 쉽게 믿기 힘든 것 또한 사실이다. 관련 재판도 피의자들이 사전모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지만, 북한측 인사들과 접촉한 점 등 보안법 위반 혐의만 사실로 인정되어 집행 유예 3~5년만 선고되는 선에서 마무리 되었기 때문이다.
결국 현 시점에서 그 실체적 진실을 알 길은 없어 보인다. 다만 이 영화를 통해 과거 남북경협이 공작에 이용되었고, 북한을 국내 정치에 활용하려 한 시도가 있었다는 것이 다시 한번 상기되었다고 볼 수 있다. 이 영화를 여전히 희망의 불씨가 남아 있는 북핵문제 해결에 있어 당사자들이 더욱 진정성을 가져야 한다는 경고로 읽을 수도 있는 이유다.
그런데 그런 경고의 대상에 비단 남한과 북한 뿐만 아니라, 당사자로 깊숙이 참여하고 있는 미국과 중국도 포함되는 것이 마땅해 보인다. 일각으로부터 북한 문제를 무역 전쟁이나 자국 내부의 정치적인 상황과 연계하여 활용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받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애니콜 이효리, 조명애 CF: https://www.youtube.com/watch?v=DrOaXbeN-A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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