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끗한나라, 생리대로 '천당서 지옥'…설비투자 빛볼까 [제지업 생존전략]①발암물질 논란 '270억 적자', 공정 효율화에 220억·친환경 제품 출시
심희진 기자공개 2018-09-13 07:35:00
[편집자주]
종이는 우리 삶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다. 다만 IT(정보기술)산업 발달로 수요가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제지업계는 이러한 변곡점을 맞아 인수합병(M&A)이나 연구개발(R&D) 등을 통해 다양한 돌파구를 모색하고 있다. 흥망의 기로에 서있는 국내 제지업체들의 현주소와 생존 전략 등을 들여다 본다.
이 기사는 2018년 09월 10일 15:1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깨끗한나라가 주력 사업품목인 생리대로 천당과 지옥을 오갔다. 2000년대 중반 백판지 시장의 공급과잉으로 경영위기를 맞은 깨끗한나라는 '릴리안', '순수한면' 등 생리대 브랜드를 잇따라 출시하며 수익 반등에 성공했다.하지만 지난해 제품 중 일부가 발암물질 논란에 휩싸인 탓에 270억원가량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깨끗한나라는 생리대 제조공정 개선, 친환경 제품 출시 등을 통해 경영 정상화를 도모하겠다는 방침이다.
깨끗한나라는 1966년 3월 대한펄프공업으로 출범했다. 이듬해 12월 경기도 의정부에 연산 1만2000톤의 공장을 준공해 백판지 생산에 돌입했다. 백판지란 과자나 의약품, 화장품 등의 포장재로 사용되는 빳빳한 종이로 고부가가치를 내는 지종 중 하나다. 깨끗한나라는 1972년까지 두차례에 걸쳐 판지공장 생산능력을 1만8000톤까지 높였다. 1973년에는 1만8000톤 규모의 코팅판지 공장도 신설했다.
생산공정이 안정궤도에 진입하자 잇단 인수합병(M&A)으로 몸집을 불리기 시작했다. 깨끗한나라는 1976년 서울시 도봉구 창동에 거점을 두고 있던 신양제지를 사들였다. 1985년에는 금강제지를 인수해 화장지 시장에 첫 발을 내디뎠다.
제지 중심이었던 포트폴리오에 변화가 생긴 건 1987년 위생용지 생산에 돌입하면서다. 깨끗한나라는 1990년 충청북도 청주공장에 기저귀 생산설비 1호기와 생리대 1~3호기를 준공했다. 이후 10년여에 걸쳐 기저귀 설비는 4호기까지, 생리대는 5호기까지 증설해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했다. 미국과 중국 등에 현지법인을 설립해 수출 물량을 확보하는 데도 주력했다.
위생용지를 앞세운 깨끗한나라는 안정적 시장점유율로 성장가도를 달렸다. 1990년대 중반까지 2000억원이었던 매출은 1998년 3000억원대를 돌파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도 200억원대에서 350억원로 늘며 12%의 이익률을 유지했다. 2000년에는 매출 4000억원, 영업이익 400억원 고지를 넘어섰다. 제지 부문이 전체 매출의 54%를, 위생용지 부문이 나머지 46%를 책임졌다.
하지만 깨끗한나라의 승승장구는 오래가지 않았다. 외환위기 여파로 수요가 줄어든 상황에서 제지 업체들이 설비 증설에 나선 탓에 가격경쟁이 심해졌다. 여기에 펄프가격 상승 등으로 원가부담이 가중되면서 수익성이 악화됐다. 위생용지 부문도 유한킴벌리와 수입 브랜드에 밀리면서 시장 지배력을 잃어갔다. 그 결과 2004~2007년 매출액은 다시 3000억원대로 감소했다. 2002년 414억원이었던 영업이익은 2006년 57억원으로 감소하더니 이듬해 -18억원으로 적자전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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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끗한나라는 돌파구 마련을 위해 범 LG그룹 인맥을 활용했다. 윤종태 GS리테일 부사장, 이기주 LG전자 해외법인장 등을 잇따라 영입하며 관리비 절감과 마케팅 강화에 열을 올렸다. 당시 깨끗한나라가 가장 역점을 둔 사업은 위생용지 부문이었다. 여성 소비자들을 사로잡기 위해 '릴리안', '순수한면' 등의 생리대 브랜드를 신규 론칭했다. 이와 더불어 생산라인 증설을 통해 입히는 기저귀를 시장에 선보이기도 했다.
위생용지 부문의 매출 기여도(53%)가 제지 부문(47%)을 역전하면서 깨끗한나라의 실적도 정상궤도에 올라섰다. 매출액은 2010년 5000억원, 2012년 6000억원을 차례로 돌파했고 영업이익도 100억~200억원 수준을 유지했다.
깨끗한나라가 다시 위기를 맞은 건 '발암물질 생리대' 논란에 휘말리면서다. 2017년 8월 여성환경연대와 강원대학교 환경융합학부 연구팀이 릴리안 브랜드에서 인체에 유해한 휘발성유기화합물(VOCs)이 검출됐다고 발표한 것이 발단이었다. 이후 릴리안에 대한 불매운동이 순식간에 퍼지면서 깨끗한나라 생리대의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초 13%에서 8.8%로 하락했다. 2016년 178억원이었던 영업이익도 이듬해 -265억원으로 적자전환했다. 영업손실이 200억원을 넘어선 건 2001년 이후 16년만이다.
깨끗한나라는 생리대 제조설비 개선을 통해 경영 정상화를 꾀하겠다는 방침이다. 그 일환으로 지난 2월 청주공장에 220억원을 투입해 패드(PAD) 생산공정의 효율성을 도모한 바 있다. 릴리안 브랜드의 이미지 회복과 더불어 친환경을 표방한 신제품인 '메이앤준' 출시 등을 통해 소비자 만족도를 높일 계획이다.
깨끗한나라 관계자는 "부진에 빠진 생활용품 부문은 적극적인 마케팅과 신제품 출시, 생산성 향상 등으로 매출 달성에 힘쓰고 있다"며 "우수한 품질력을 바탕으로 내수뿐 아니라 해외시장으로도 사업을 확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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