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산분리 완화됐지만 케이뱅크 자본확충 '난망' KT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 과정서 특혜시비 우려
안경주 기자공개 2018-09-27 10:49:28
이 기사는 2018년 09월 21일 13:4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은산분리 완화 내용을 담은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및 운영에 관한 특례법'(이하 특례법)이 국회 문턱을 넘었지만 케이뱅크의 대규모 자본확충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특례법 시행에 맞춰 KT가 케이뱅크의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자본을 늘릴 계획이지만 대주주 적격성 심사 과정에서 특혜시비가 불거질 가능성이 높은 탓이다. 특례법에 반대했던 국회의원과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의 거센 반발이 예상된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국회는 20일 본회의를 열고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및 운영에 관한 특례법'을 통과시켰다. 특례법의 핵심은 4%로 제한된 산업자본의 은행 지분보유 한도를 34%까지 늘려 은행 소유를 허용하는 것이다.
산업자본이 은행을 소유할 수 있는 길은 열어뒀지만 은산분리 취지 자체는 살렸다. 시행령을 통해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을 배제하고 대기업그룹의 진입은 차단한 것이다. 다만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목적을 살리기 위해 금융과 정보통신기술(ICT) 융합을 통한 새로운 금융서비스가 나올 수 있도록 상호출자제한집단이라도 ICT 자산비중을 고려해 예외를 허용했다.
또 특례법 부칙을 통해 '은행법'에 따라 인가된 인터넷전문은행이라도 특례법에 따른 인터넷전문은행으로 보기로 했다.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는 특례법 시행에 따른 별도의 인가를 다시 받지 않아도 되는 셈이다.
KT는 케이뱅크의 최대주주가 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이에 KT는 특례법이 시행되면 바로 케이뱅크의 유상증자에 참여, 추가 지분을 확보해 최대주주로 올라선다는 계획이다. 대주주 적격성 심사 역시 금융위원회에 신청할 예정이다.
케이뱅크 역시 자본확충에 숨통이 틔일 것으로 보인다. KT의 출자로 수천억원 가량의 자본이 새로 수혈되기 때문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카카오뱅크 등의 자본 수준을 고려할 때 케이뱅크 역시 수천억원의 자본이 필요하다"며 "지분율 제한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KT 역시 상당한 규모로 출자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나 KT가 최대주주로 올라서는데 난관이 예상되면서 케이뱅크의 자본확충이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특례법은 '은행법 제15조'를 그대로 준용해 대주주 적격성 요건을 심사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기존 주주가 의결권 있는 주식 4%를 포함, 10%, 25%, 33%를 초과할 대마다 적격성 심사를 받아야 한다.
이 과정에서 과거 5년간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 '조세범 처벌법' 또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을 위반해 벌금형 이상에 해당하는 형사처벌을 받은 사실이 없어야 한다. 다만 예외적으로 금융위가 법령의 위반 정도가 경미하다고 인정할 경우 진입을 허용할 수 있도록 길을 터줬다.
KT는 케이뱅크의 유상증자 과정에서 지분율을 34%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현재 KT의 케이뱅크 지분율(보통주 기준)은 10%다. 이는 KT 역시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받아야 한다는 얘기다. 문제는 특례법 수혜를 받아야 할 KT가 공정거래법 위반 전력이 있다는 점이다. KT는 2016년 3월 지하철 광고 IT시스템 입찰 과정에서 담합해 공정거래법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7000만원의 벌금형을 받았다.
금융위가 공정거래법 위반 내용이 경미하다고 인정하면 큰 문제는 없다. 그러나 그간 케이뱅크의 경우 특혜시비로 논란이 됐었다는 점에서 금융위의 부담이 커졌다. KT가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통과하면 또다시 특혜 논란이 불거질 수 있어서다. 앞서 참여연대 등은 우리은행이 금융위의 은행법 시행령 유권해석으로 특혜를 받아 케이뱅크 대주주 자격 요건을 확보했다고 지적했다.
이학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금융위가 대주주 적격성 심사과정에서 KT에 면죄부를 주면 안된다"며 "특혜가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만약 공정거래법에 발목이 잡히면 KT는 앞으로 3년 가량 케이뱅크의 지분을 추가로 확대할 수 없다. 케이뱅크의 자본확충에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는 셈이다.
추혜선 정의당 의원은 "KT의 공정거래법 위반 문제로 (케이뱅크의) 경영안정성 문제를 해결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카카오 역시 카카오뱅크 지분을 늘리는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카카오와 이달 초 합병한 카카오M이 공정거래법 위반 전력이 있기 때문이다. 카카오M은 2016년 음원 서비스 관련 담합 사실이 드러나 1억원의 벌금형을 받았다. 당초 카카오M은 계열사였기 때문에 대주주 적격성 심사 대상이 아니었지만 합병 으로 인해 카카오뱅크 주주가 된 만큼 대주주 적격성 심사 대상이 된다.
금융위는 지분 추가 인수를 위해 승인 요청이 들어오면 그때 대주주 자격요건을 보겠다는 원칙적인 입장만 밝힌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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