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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반그룹이 택한 '묘수' [thebell note]

이명관 기자공개 2018-10-08 13:20:00

이 기사는 2018년 10월 05일 08:2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동안 멈춰있던 호반건설의 상장(IPO) 시계가 다시 돌아가기 시작했다. 최근 미래에셋대우와 KB증권을 대표주관사로 선정했다. 지난 4월 IPO 주관사 선정에 돌입한 지 6개월여 만이다. 한동안 주관사를 선정하지 않다 보니 한때 시장에선 호반건설의 진정성에 의구심을 갖기도 했었다. 속된 말로 간만 보고 마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흘러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호반건설은 이 같은 의구심을 불식시키고 2019년 증시 입성을 공식화 했다. 여기에 ㈜호반(옛 호반건설주택)과의 합병안도 발표했다. 선제적으로 호반건설과 ㈜호반이 합병을 하고, 이후 본격적인 상장작업을 시작한다.

사실 호반건설과 ㈜호반의 합병을 예상한 이는 많지 않았다. 김상열 회장이 일찌감치 후계구도를 정리해놨기 때문이다. 계열사를 크게 호반건설, ㈜호반, 호반베르디움, 호반산업(옛 호반건설산업) 등 4곳으로 나누고, 자신이 대주주로 있는 호반건설을 제외한 나머지 3개 계열사를 자녀들에게 넘겼다. ㈜호반은 장남인 김대헌 전무, 호반베르디움은 장녀(둘째) 김윤혜 씨, 호반산업은 차남 김민성(셋째) 씨가 각각 최대주주다.

표면적으로 드러난 합병 이유는 기업가치 극대화를 통해 상장 밸류를 끌어올리기 위함이다. 호반건설과 ㈜호반이 합병하면 건설사의 평가 잣대인 시공능력평가 기준 10대 건설사로 발돋움할 정도로 몸집이 커진다. 여기에 상장 시 기업 가치를 평가하는 기준인 당기순이익도 8000억원 수준으로 불어난다.

속내를 들여다보면 단순히 밸류를 높이기 위해서 합병을 택한 것은 아닌 듯하다. IB업계 관계자는 "이번 합병을 통해 지배구조 상 장남 김대헌 전무로의 승계 작업을 마무리 짓겠다는 의도가 깔린 것 같다"며 "이 같은 시나리오를 감안해 ㈜호반을 중점적으로 키운 측면도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최근 호반건설보다 ㈜호반으로 일감이 치우치는 모습을 보여 왔다. 이는 실적으로도 잘 나타난다. ㈜호반은 2015년 매출 1조2194억원을 기록해 호반건설(1조1593억원)을 제쳤다. 지난해엔 매출 2조6158억원을 기록해 호반건설의 1조3103억원보다 2배 가량 많았다.

합병 비율에 따라 확보하는 지분 규모는 차이가 나겠지만, 몸집만 놓고 보면 합병 후 김 전무는 호반건설 지분을 대규모로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김 전무는 ㈜호반 지분 51%를, 김 회장은 호반건설 지분 29.08%를 각각 보유 중이다. 사실상 김 전무는 별도의 비용을 들이지 않고 호반건설의 주주로 이름을 올리게 되는 셈이다. 가업 승계에 필연적으로 뒤따르는 증여세에 대한 부담도 일정 부분 덜어내는 것이나 다름없다.

'묘수(妙手)'는 발상이 독특하여 상대가 예측하기 어려운 기묘한 수를 일컫는다. 묘수는 상대가 정확한 수순(手順)에 따라 대응하더라도 그 효과가 반감되지 않는 정상적인 수다. 합병을 통한 IPO가 호반건설의 가업승계라는 측면에서 보면 묘수라 봐도 무방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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