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시장 스탠스 굳건해…꾸준한 성장 이어갈 것" [법률시장 개방 6년]김종한 폴헤이스팅스 한국대표
김일문 기자공개 2018-11-15 16:04:30
[편집자주]
외국법 자문사들의 국내 활동이 허용된 지 꽤 많은 시간이 흘렀다. 국내 법조계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초기 우려와 달리 한국에 상륙한 글로벌 초대형 로펌들은 그들만의 방식으로 정착해 나갔다. 반면 일부는 철수를 준비하는 등 미묘한 변화도 감지된다. 법률시장 개방 6년. 한국에서 활동하는 글로벌 로펌의 현재는 어떨까.
이 기사는 2018년 11월 12일 13:2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성전자가 가장 자주 찾는 외국 법률회사가 있다. 바로 폴 헤이스팅스다. 삼성전자가 승승장구해오고 있듯 폴 헤이스팅스 역시 한국 진출에 가장 빨리 안착해 안정적인 성장을 이어가고 있는 외국 로펌 중 하나다. 이 하우스를 이끌고 있는 김종한 한국대표를 만났다."폴 헤이스팅스는 한국 시장에서 그 동안 큰 부침없이 안정적으로 성장해 왔습니다. 앞으로도 지금처럼 꾸준한 성과를 내는 외국 로펌으로 남을 것입니다." 김종한 폴 헤이스팅스 한국 대표는 서울 오피스 개소 이후 지난 6년간의 소회를 이렇게 평가했다.
김종한 대표 변호사를 다시 만난 건 지난 10월 말. 2013년 초 서울 사무소 개소식을 겸한 기자간담회 이후 5년여 만이었다. 세월의 흔적을 말해주듯 흰머리가 다소 많아진 것 외에는 겉모습이 예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함께 동석한 파트너 김새진, 김동철 변호사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 동안의 근황을 묻는 질문에 여전히 바쁘다는 말로 갈음한 그는 폴 헤이스팅스의 6년간의 행보에 대한 이야기를 담담하게 풀어나갔다. 서울 사무소 설립 당시 김 대표가 가장 몰두했던 일은 코오롱인더스트리가 미국에서 화학기업 듀폰으로부터 당한 영업비밀 침해 소송이었다.
미국 법원은 1조원의 배상금을 듀폰에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렸으나 이후 미국 연방 법무부와 코오롱인더스트리, 듀폰간 3자 합의를 통해 민사 합의금과 형사벌금 일부를 납부하는 선에서 마무리 된 사건이었다. 폴 헤이스팅스는 이 소송에서 코오롱인더스트리쪽 변호를 맡아 원만하게 매듭지었다.
폴 헤이스팅스는 송무 전문인 김종한 대표 변호사와 M&A 김새진 변호사, 자본시장 김동철 변호사 세 명의 파트너를 중심으로 국내 기업의 외국법 자문역할을 해왔다. 서울 사무소 설립 초기 구심점이 됐던 멤버들이 현재까지 남아 폴 헤이스팅스를 이끌고 있다.
2015년과 2016년 클라이언트의 자문 업무 강도가 높아졌을 때는 덩치가 커지기도 했으나 지금은 다소 줄어든 상태다. 김 대표는 "처음 5명의 변호사로 시작해 일이 많을 때는 변호사 숫자가 최대 9명까지 늘어나기도 했지만 현재는 7명 가량이 폴 헤이스팅스 한국 소속으로 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 관련 아웃바운드 M&A와 송무를 전담하는 외국계 로펌으로 잘 알려져 있는 폴 헤이스팅스는 여전히 삼성 관련 업무 비중이 높다. 8조원에 달했던 하만인터내셔널 인수에도 삼성전자를 도왔고, 현재 미국에서 진행 중인 각종 특허 소송에 법률 대리인으로 활약하고 있다.
다만 6년여를 거치면서 다른 대기업들이 폴 헤이스팅스의 새로운 클라이언트가 된 점을 고무적으로 평가했다. 김 대표는 "그 동안 한화그룹과 CJ그룹, 세아그룹 등의 법률 자문을 제공하면서 더 많은 대기업들과 일을 하게 됐다"며 "앞으로도 다양한 분야에서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미국 본사에서도 서울 사무소의 성과에 만족하고 있다는 것이 김 대표의 설명이다. 따라서 앞으로도 지금과 같은 스탠스를 계속 유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김 대표는 "한국 기업의 해외 관련 법률 자문의 규모가 작긴 하지만 그로 인해 파생되는 일들이 많다는 점에서 본사에서도 서울 사무소의 성과를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들어 나타나고 있는 일부 외국계 로펌의 한국시장 철수 움직임에 대해서는 조심스러운 입장을 나타냈다. 그는 "단순히 실적이 뒷받침 되지 않아 한국을 떠난다고 보지는 않는다"며 "선택과 집중 차원에서 본사의 전략이 수정됐을 가능성이 더 높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외국계 로펌의 현실적인 한계가 갖는 개인적인 아쉬움도 피력했다. 그는 "사무소 설립 당시 기본 전략은 국내 기업의 해외 진출과 송무를 맡는 것이었지만 큰 틀에서는 해외 기업의 한국 진출과 다양한 법률 서비스 제공을 기대했었다"며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한국법 자문은 국내 대형 로펌들의 벽을 넘을 수 없었다"고 토로했다.
따라서 본사 차원에서도 한국 오피스의 비즈니스 모델은 지금과 마찬가지로 유지될 것이라는 게 김 대표의 생각이다. 그는 "외국 기업의 한국 관련 자문은 국내 로펌에 맡기고 폴 헤이스팅스 서울 사무소는 기존의 업무 패턴을 그대로 가져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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