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길 터줬던 거래소, 이번 결론은 다를까 [삼바 제재 후폭풍]규제완화·초고속승인 2년만에 원점…상폐시, 상장승인 번복하는 꼴
신민규 기자공개 2018-11-16 09:20:25
이 기사는 2018년 11월 15일 12:5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고의 분식회계 논란 끝에 한국거래소 심사대에 다시 오르게 됐다. 증권선물위원회가 회계처리 위반사항을 검찰에 통보하면서 상장 2년만에 적격성 실질심사를 받게 된 것이다. 상장 당시 거래소가 진입요건을 완화하고 초고속 승인까지 내줬던 것과 달리 이제는 정반대 위치에서 상장 적격성을 따지는 심사를 해야하는 셈이다. 거래소 기업심사위원회가 열리면 국내 회계기준 위반 여부를 다시 가려야 해 부담이 클 전망이다.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16년 11월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했다. 국내 증시 입성에는 한국거래소의 역할이 크게 작용했다. 거래소는 2015년 말 유가증권시장 상장요건을 완화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국내 상장길을 일찌감치 두갈래로 터줬다.
기존에는 코스닥 상장요건 밖에 충족하지 못했지만 거래소가 시가총액 중심으로 유가증권시장 상장요건을 완화하면서 저절로 기준을 충족하게 됐다.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하려면 그동안 시가총액과 매출액이 최근 사업연도 기준 각각 4000억 원, 2000억 원을 충족해야 했다. 하지만 규정 완화를 통해 시가총액과 매출액이 각각 2000억 원, 1000억 원으로 절반만 충족하면 경영 성과 요건을 갖춘 것으로 인정했다.
2014년만 해도 자회사였던 삼성바이오에피스를 관계기업으로 재분류하기 전이라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순손실을 기록하고 있었다. 거래소가 이익이 미달되더라도 시가총액과 매출액만으로 유가증권 입성이 가능하도록 길을 열어준 셈이다.
유가증권 상장을 결정한 이후에는 속전속결로 절차가 진행됐다.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한지 36영업일만에 거래소 심사를 통과했다. 패스트트랙(상장 간소화 절차)이 적용되진 않았지만 조단위 바이오 기업의 첫 IPO딜인 점을 감안할 때 순탄한 경로를 밟은 것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 논란이 점화됐을 때 거래소는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정지원 거래소 이사장은 증선위 판단이 나오면 결과에 따라 조치하겠다는 말만 했을 뿐 삼성바이오로직스 이슈에 대한 구체적인 의견을 드러내지 않았다.
거래소는 상장 2년만인 이달 삼성바이오로직스를 다시 마주하게 됐다. 증권선물위원회가 삼성바이오로직스를 고의 분식회계 위반으로 결론짓고 검찰에 고발하면서 자동으로 실질심사 사유가 발생하게 된 것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유가증권시장 상장규정 시행세칙(제50조 제1항 제3호)을 충족해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사유가 발생했다. 세칙에는 증선위 감리결과 회계처리 위반 사실이 확인될 경우, 회계처리기준 위반으로 금융위 또는 증선위가 검찰고발 및 통보조치를 의결할 경우 실질심사 대상에 해당된다고 나와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경우 두가지 요건 모두 해당되게 된 셈이다.
거래소는 유가증권 상장규정(48조, 49조)에 따라 상장적격성 실질 심사 사유 발생일로부터 특정 기한내 기업심사위원회 대상인지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통상적으로 15영업일이 소요되지만 추가조사가 필요하다고 판단될 경우 15영업일을 연장할 수 있다.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되면 상장 적격성을 유지할 수 있지만 대상으로 확정되면 20영업일 내에 기업심사위원회를 열어서 최종 결정을 내려야 한다. 거래소는 위원회의 구체적인 멤버에 대해서는 공개하지 않고 있다. 이번 건의 경우 외부 전문가를 다소 영입해 거래소 책임을 분산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심사 배경이 회계처리 이슈에 집중돼 있다는 점에서 거래소는 국내회계기준을 중대하게 위반했는지 여부를 살필 것으로 보인다. 상장심사 승인을 내준 부서에서 폐지심사도 함께 맡고 있다는 점에서 부담이 가중될 전망이다. 거래소는 개선계획의 이행 여부 등을 고려해 최종적으로 상장 적격성을 유지하고 있는지를 심의한다. 지금까지 회계처리 위반을 이유로 상장폐지된 사례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거래소의 경우 상장길을 적극적으로 터줬던 기업이 상장전 이슈로 분식회계 도마에 올랐다는 점에서 공신력에 흠집이 불가피하게 됐다. 상장폐지를 결정하면 거래소 스스로 심사승인을 번복하는 꼴이라 유탄을 면하기 어렵다. 그렇다고 분명한 입장없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손을 들어줄 경우 증선위의 입장과 배치돼 딜레마에 놓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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