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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SDI 브라운관 '역사 속으로' 말레이시아 법인 청산 완료, 4년간 누적손실 1128억

김장환 기자공개 2018-11-26 07:57:58

이 기사는 2018년 11월 23일 14:3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성SDI가 마지막으로 남아 있던 브라운관(CPT, CRT TV용 튜브) 생산 해외법인까지 청산했다. 철수 시기를 두고 좀처럼 갈피를 잡지 못해 손실만 키웠던 곳이다. 법인 청산과 함께 미국 주 정부와 가격 담합 배상 합의까지 마치면서 삼성SDI는 브라운관 사업으로 인한 손실 부담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있게 됐다.

2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삼성SDI는 말레이시아 CPT 생산 법인 청산 절차를 올 들어 모두 마무리했다. 2016년 중국 선전(Shenzhen)에 있던 CRT(진공브라운관) 법인을 철수한 데 이어 말레이시아 법인까지 청산하면서 삼성SDI 내 브라운관 생산 관련 법인은 완전히 사라지게 됐다.

삼성SDI가 CPT 사업 중단을 결정한 건 이미 오래 전이다. 2013년부터 PDP와 CPT 등 생산을 단계적으로 철수하기로 결정하고 관련 절차를 밟아왔다. 다만 인도, 중남미, 아프리카 등 저개발 국가에서 브라운관 TV 수요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판단하고 생산 법인을 곧바로 철수하지 않은 채 유지해왔다.

삼성SDI가 과거 말레이시아 CPT 법인을 서둘러 철수하지 않았던 또 다른 이유는 이곳을 2차전지 생산기지로 전환하려고 시도했기 때문이다. 삼성SDI는 디스플레이 사업을 2004년 분할한 후 전지 사업에 주력해왔다. SB리모티브를 2013년 흡수한 뒤에는 자동차용 전지 사업에도 힘을 실었다. 말레이시아 CPT 생산법인을 이를 위한 전초기지 중 하나로 활용하고자 했다.

삼성SDI의 이 같은 판단은 결론적으로 수익적 측면에서 패착이 됐다. 브라운관 TV를 앞세워 공략했던 저개발국가에서 발광다이오드(LED) TV가 빠르게 정착했다. 글로벌 TV 제조사들도 수익성 측면에서 별다른 도움이 안되는 브라운관 TV나 냉음극형광램프(CCFL) 액정표시장치(LCD) TV 생산을 이미 오래전 중단한 상태였다. 말레이시아 기존 생산법인을 2차전지 생산 라인으로 활용하려던 전략도 성공적 결과를 얻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SDI는 말레이시아 CPT 법인의 청산 시기를 놓친 탓에 이로 인한 손실만 키운 것으로 분석된다. 2014년~2017년까지 말레이시아 CPT 생산 법인이 기록한 누적 순손실은 1128억원대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사업 중단을 결정하고 부채를 처리하던 과정에 발생한 손실이 상당 수준으로 보이지만, 법인을 지속해 유지한 탓에 불필요한 손실이 추가 발생한 것으로 분석된다.

말레이시아 CPT 생산 법인 청산 과정에서 추가적인 손실도 냈다. 삼성SDI에 따르면 말레이시아 법인 청산 과정에 210억원대 처분 손실이 발생했다. 2013년 CPT 사업 중단을 결정했던 시점에 서둘러 철수를 했다면 이처럼 대규모 누적 순손실과 처분손실을 내지는 않았을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올해 들어서는 말레이시아 CPT 법인 청산까지 완료한 덕분에 삼성SDI가 브라운관 TV로 인한 추가적인 손실 부담을 완전히 벗어나게 된 상태란 점이 주목된다. 특히 최근 미국 시장에서 브라운관 담합행위 손해배상 소송 합의를 완료하면서 이로 인한 추가 손실 발생 리스크도 해소할 수 있게 된 상태다.

삼성SDI는 1996년~2006년까지 말레이시아 법인과 독일 자회사를 비롯해 LG전자, 파나소닉, 필립스 등과 함께 컴퓨터와 컬러TV에 들어가는 브라운관 가격을 담합한 혐의로 EU집행위원회로부터 2012년 대규모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당시 부과된 과징금은 총 1조8000억원으로 이 중 상당수가 삼성SDI 몫이었다. 삼성SDI는 이후 미국 등 글로벌 시장에서 비슷한 혐의에 휘말려 각종 손해배상 소송을 진행해왔다.

최근 삼성SDI는 미국 워싱턴 주에서 제기된 브라운관 가격 담합 민사소송에서 합의를 이루며 손해배상 소송에 마침표를 찍었다. 워싱턴 주 장관이 시민을 대표해 냈던 소송으로 삼성SDI는 330억원대 배상금을 내기로 했다. 합의가 더뎌져 함께 피소됐던 다른 업체들보다 배상금이 많아진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소송을 마무리하고 말레이시아 법인까지 청산하면서 삼성SDI 브라운관 생산 사업은 이제 역사 속으로 완전히 사라지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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