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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 전문변호사들 이끄는 '항해사 출신' 대표 김경화 스티븐슨하우드 서울 대표 변호사

이민호 기자공개 2018-11-30 08:09:15

이 기사는 2018년 11월 29일 16:0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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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화 대표 변호사가 서울시 영등포구 스티븐슨하우드 서울지사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영국계 로펌 스티븐슨하우드(Stephenson Harwood)는 대표 변호사부터 시니어 어쏘(Associate) 변호사, 소속 변호사에 이르기까지 조선 및 해운 소송 전문가들로 중무장한 로펌이다. 2014년 문을 연 서울지사는 해상법을 바탕으로 선박금융과 건설법까지 자문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김경화(사진) 대표 변호사가 그 진화를 주도하고 있는 주인공이다.

김 대표는 한국해양대를 졸업하고 3년간 한진해운 항해사로 근무하며 군 복무를 대신했다. 1992년 복무기간 종료와 동시에 영국으로 건너간 그는 웨일즈대학교와 카디프 로스쿨에서 각각 해운학과 법학을 공부했다. 스티븐슨하우드와의 인연도 1996년부터 수습 변호사로 2년간 일하며 처음 시작됐다. 정식 변호사가 된 이후에는 리처드버틀러(Richard Butler)와 디엘에이파이퍼(DLA Piper) 같은 굴지의 로펌에서 해상법 전문 변호사로 활동했다. 2014년 스티븐슨하우드 서울지사가 개소하며 대표 변호사로 자리를 옮겼다.

스티븐슨하우드 서울지사는 개소 이후 4년간 법률 전문지 채임버스앤파트너스(Chambers&Partners)가 선정하는 아시아태평양지역 퍼스트밴드(first band)를 꾸준히 석권했다. 김 대표도 리딩인디비주얼(leading individual)에 이름을 올렸다. 2017년에는 법률 전문지 리걸리즈(Legalease)의 리걸500(The Legal 500)에서 아시아태평양지역 티어원(Tier 1)에 꼽히기도 했다.

◇조선·해운 넘어 선박금융·건설 분야로 확대

김 대표는 개소 이후 250건이 넘는 원유시추선 및 LNG선박 계약, 선박건조, 용선계약 등 해상법 관련 분쟁에서 국내 조선 및 해운업체를 대리하며 성공적인 해결을 이끌어냈다. 최근 대우조선해양을 대리해 노르웨이 원유 시추업체 송가오프쇼어(Songa Offshore)를 상대로 반잠수식 시추선 수주 관련 중재를 진두지휘했다. 해당 분야에 전문성을 갖춘 변호사를 충원하는 데도 소홀히 하지 않았다. 특히 싱가포르지사에서 근무하던 선박금융 전문 김근영 변호사를 내년 초부터 합류시키며 자문 영역을 확장하는 데 성공했다.

건설 관련 소송으로도 보폭을 넓혔다. 건설업은 선박건조 및 해상구조물 등 조선업과 유사한 점이 많고 최근 중재로 가는 사건도 늘고 있어 자연스럽게 영역을 확장했다는 것이 김 대표의 설명이다. 최근 김 대표가 집중하고 있는 건설 관련 사건으로는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자력발전소 건이 꼽힌다. 스티븐슨하우드 서울지사는 한국전력이 수주한 바라카 원전 관련 분쟁에서 하도급(subcontract) 계약을 체결한 현대건설과 삼성물산을 대리해 중재에 나서고 있다.

김 대표는 "건설 분야에 이어 국제 중재 등 다양한 분야를 다룰 수 있는 로펌으로 성장하는 것이 장기적인 운영 계획"이라며 "기존에 몰입했던 소송 분야 외에 금융(banking) 분야를 확장해 균형을 맞추겠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주니어 변호사들을 적극적으로 양성하는 등 전문 인력 확보에도 힘을 쏟을 계획이다.

서울지사의 성공적인 영역 확장에 영국본사도 후한 평가를 주고 있다. 김 대표는 "서울지사 개소 이후 국내 주요 업체들을 클라이언트로 유지 및 확장하고 한국 헤드라인 케이스들을 잇따라 수임했다"며 "건설업 등으로 마켓을 넓힌 성과도 드러나고 있어 본사에서도 만족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법 자문이 불가능한 외국계 로펌의 한계도

해상 분야 톱티어를 유지하고 있지만 여전히 외국계 로펌으로서 부딪히는 한계는 있다. 김 대표는 "글로벌 클라이언트들은 스티븐슨하우드에 서울지사가 있다고 하면 한국법 자문도 받을 수 있다고 기대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하지만 국내법상 외국계 로펌이 한국법 자문을 단독으로 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법률시장이 완전 개방된 홍콩이나 일본과 달리 국내 외국법자문사법에 따르면 외국계 로펌이 한국법 자문을 실시하려면 국내 로펌과 합작해야 한다. 이 때 외국계 로펌이 보유할 수 있는 지분율은 49% 이하로 한정됨에도 무한책임이 부과되는 구조다.

김 대표는 "외국계 로펌이 조인트벤처의 운영을 통제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무한책임을 지라는 것은 한국법 자문을 하지 말라는 것과 같다"며 "한국법의 경우 국내 로펌에 조회(refer)하는 등 추가적인 비용과 시간이 소요되는 현실적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중국과 차별화된 고부가가치선 등에 특화해야

조선 및 해운 업황에 따라 로펌이 중점적으로 참여할 소송의 성격도 바뀐다. 김 대표는 "유가가 크게 하락하면 오일 메이저들은 분쟁을 일으켜 유가가 오를 때까지 해양시추선 인수를 지연시키는 전략을 자주 펼친다"며 "이 경우 손실을 보는 국내 조선업체를 대리해 스티븐슨하우드가 중재에 참여할 기회가 많아진다"고 설명했다. 반면 조선 업황이 침체될 경우에는 이미 체결된 계약의 세부사항과 관련한 계약자간 분쟁이 다수 발생한다.

국내 업황은 중국의 영향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 김 대표의 설명이다. 과거 중국이 높은 성장을 기록할 때는 철광석과 석탄 등을 대거 수입하면서 선박 수요가 큰 폭으로 증가했다. 하지만 중국의 성장이 정체되며 이전에 비해 선박 및 해운 수요도 줄었다. 이전과 같은 호황은 더 이상 기대하기 힘들며 당분간 현재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는 게 김 대표의 전망이다.

김 대표는 국내 조선업체가 중국과 비교해 차별화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중국과 원가 경쟁에서 밀리는 화물선이나 광탄선을 고집한다면 전망이 어둡다"며 "기술력과 설계력에 바탕을 둔 로열티를 확보하고 고부가가치선 등 중국이 따라올 수 없는 분야에 특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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