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8년 11월 30일 08시26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업무보고나 회의 때 어떤 문제점이 발견되더라도 화를 내거나 고성을 지르는 적이 없다고 한다. VIP용 엘리베이터를 타지 않고 해외 출장 때도 가방을 비서에게 맡기지 않는다. 모범생이고 겸손하다. 괜한 폼을 잡거나 목에 힘을 주지도 않는다. 그런 그가 유독 자신감에 차 보이고 평상시와 달라 보이는 때가 있다. 금융과 관련한 업무를 처리할 때라고 한다.스스로를 '금융맨'이라고 여긴다는 인상을 주었던 사례가 많다. 일본을 갈때면 요즘도 다양한 금융업계 종사자들과 미팅을 잡는다. 그들과 대화를 할 때면 늘 자신감에 차 있다. 이해의 폭이 깊고 흥미를 갖고 있다는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그가 부회장 직함을 갖고 있었던 한 때 편의점 '세븐일레븐'의 사업 확장 전략을 상의하기 위해 주요 자문을 노무라증권 옛 동료들에게 받았던 일화도 있다. 20년도 더 된 얘기다. 지금의 편의점 성장 상황을 보면 그 당시부터 얼마나 금융맨을 신뢰했고 스스로 금융가의 정보와 판단을 존중했는지 알 수 있다.
1997년 신동빈 회장이 그룹 부회장으로 승진하며 경영 전면에서 활약을 시작한 이후의 롯데그룹 역사는 '금융'과 뗄레야 뗄 수 없는 시기다. 신동빈 당시 부회장은 '글로벌'과 '금융'을 신성장 동력의 주요 축으로 설정했다. 2002년 동양카드(현 롯데카드)를 인수했고 2008년초 대한화재(현 롯데손해보험)와 코스모투자자문(현 스팍스자산운용) 일부 지분을 인수했다. 증권업 진출을 위한 잦은 시도가 있었던 시기가 2008년이다. 2010년엔 대우인터내셔널 인수전에 참여했다. 본입찰에서 포스코에 밀려 고배를 마셨으나 신동빈 당시 부회장이 본입찰까지 완주한 배경으론 대우인터내셔널이 보유한 교보생명 지분이 거론됐다.
형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은 상대적으로 금융에 대해선 별다른 관심이 없었다는게 정설이다. 아오야마학원 경영학부를 졸업하고 동대학원 경영공학 석사 학위를 받은 후 선택한 직장은 일본 미쓰비시상사였다. 신동빈 회장은 반면 아오야마학원 경제학부를 졸업하고 미국 컬럼비아대학 경영학 석사 과정을 마치고 일본 노무라증권에 입사했다. 경제학도였으면서도 투자은행(IB)을 택한 결정은 진로 선택 당시의 형과 대비된 성향을 보여준다.
부친 신격호 명예회장의 '금융과 은행'에 대한 소유욕과 인식도 신동빈 회장에 영향을 주었을 것으로 짐작된다. 신격호 명예회장은 1980년 동명목재그룹 강석진 회장 등으로부터 부산은행 주식 360여만주를 인수한 이후, 부산은행 최대주주에 올라섰고 지금껏 BNK금융지주 주요 주주로 남아있다. 은행산업에의 투자가 돈을 만지기 위함이 아니라 신뢰 이미지와 안정적 브랜드 가치를 만들어내는 일임을 신격호 회장이나 신동빈 회장은 모두 인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롯데그룹이 롯데카드와 롯데손해보험을 매각하기 위한 절차에 들어갔다. 지주사 체제로 전환한지 1년여동안 결단을 내리지 못하다 이제서야 매각 절차에 착수한 이유는 신동빈 회장의 금융에 대한 이런 애착 때문이었다. 전격적으로 지주회사 체제 밖 롯데 관계사에 넘기면 될 일을, 또는 외부 원매자에게 전격적으로 매각하면 될 일을 1년 가량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질질 끌다가 이제서야 떠들썩하면서도 마지못한 듯 인상을 남기며 꺼내놓았다.
과연 롯데그룹은 금융계열사를 팔 수 있을까. 신동빈 회장의 '금융' 애착을 너무 잘 알고 있는 그룹내 임직원들은 여전히 반신반의한다. 이번 결정에 최고경영자(신동빈 회장)의 의중은 실리지 않았을 거라는 시각이 설득력있어 보이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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