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8년 12월 19일 08:1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NH농협금융지주는 전통적으로 순혈주의가 강하다. 폐쇄적인 조직문화 탓이다. 농협금융 회장을 제외하고 외부인사가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로 선임되기 어려운 이유이기도 하다.실제로 계열사 CEO를 외부인사가 맡은 사례는 드물다. 초대 농협생명 사장을 지낸 나동민 전 사장과 NH-아문디자산운용 대표였던 한동주 전 사장 정도만 손에 꼽힌다. 이마저도 나 전 사장은 신경분리 이전인 2009년부터 농협에 몸담고 있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외부인사로 분리하기도 어렵다.
이 같은 순혈주의 현상은 김광수 농협금융 회장도 깨지 못했다. 김 회장은 취임 후 첫 주요 계열사에 대한 CEO 인사를 단행했지만 전원 농협 출신으로만 채웠다. 다만 이들 CEO 선임 과정을 들여다 보면 유의미한 변화의 모습이 보이고 있다는 평가다. 일각에선 농협금융의 순혈주의가 많이 옅어지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차기 농협생명 사장으로 외부인사 영입을 추진했다는 점이 대표적이다. 지역 농·축협 의존도가 큰 농협생명의 특성상 외부출신이 조직을 추스르기 어렵다는 이유로 결국 무산됐지만 시도 자체에 큰 점수를 줄 수 있다.
특히 농협생명의 성장을 위해 외부인사를 영입해야 한다는 요구가 농협금융 내부에서 나왔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과거 외부인사 영입 얘기만 나오면 농협금융 내부에서 반대 의견이 나왔던 것과 대조되는 모습이다. 지난해 계열사 CEO 인선 당시만 하더라도 농협금융은 후보군 논의를 시작한 단계부터 외부인사를 배제한 바 있다.
농협금융 이사회 관계자는 "농협금융 내부에서 먼저 농협생명의 지속 성장을 위해 보험업에 정통한 전문가가 필요하다는 얘기가 나왔다"며 "이 때문에 외부인사 영입을 고려한 후보군을 추릴 수 있었다"고 말했다.
'농협금융 부사장=계열사 CEO'라는 공식이 깨졌다는 점도 눈여겨 볼 부분이다. 그간 농협금융 부사장은 농협금융그룹 내에서 지주 회장과 은행장에 이어 3인자로서 임기만료 후 계열사 CEO로 영전할 수 있다는 인식이 강했다. 유독 연공서열을 중요시 하는 분위기 탓이다.
농협금융 부사장을 지낸 김주하·이경섭 전 부사장은 농협은행장으로 선임됐고 오병관 전 부사장은 농협손보 사장으로 이동했다. 이 때문에 이강신 부사장 역시 농협금융 내부에선 계열사 CEO를 맡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본 결과, 이 부사장은 이번에 계열사 CEO로 옮기지 못했다.
물론 변하지 않은 부분도 있다. 계열사 CEO의 임기를 1년으로 유지한 점이다. 또 농협캐피탈 사장으로 선임된 이구찬 본부장 역시 농협중앙회장의 의중이 반영된 인사로 보인다는 점이다. 농협금융 인사와 관련해 농협중앙회로부터 독립성을 확보하는데 아직 시기상조라는 점을 보여주는 단면들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농협금융의 변화되고 있는 인사 스타일에 좀 더 많은 점수를 주고 싶다. 전통적인 금융산업을 넘어 핀테크 등 다양한 업종과의 무한 경쟁이 시작된 시점에서 순혈주의로 인한 경직된 조직 문화는 자칫 농협금융의 경쟁력을 망가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아직은 미약한 변화에 불과하지만 향후 농협금융의 긍정적 변화를 이끌 수 있는 초석이 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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