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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윗' 플랫폼, '골리앗' 맥쿼리와 전쟁 무얼 남겼나 헤지펀드 주주행동주의 '선봉'…'단기차익 노림수' 시각도

구민정 기자/ 김슬기 기자공개 2019-01-21 07:48:00

이 기사는 2019년 01월 18일 15:2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소형 헤지펀드 회사인 플랫폼파트너스자산운용이 대형 외국계 금융회사인 맥쿼리와 인프라펀드 운용사 교체를 놓고 각축전을 벌이면서 행동주의 헤지펀드의 대표주자로 올라섰다. 가장 큰 요구였던 운용사 교체에는 실패했지만 운용보수 인하 등을 이끌어 내며 한국 헤지펀드 행동주의의 출발을 알리게 됐다.

일부에선 자사 펀드의 수익률을 올리기 위해 공격적인 행동을 무리하게 시도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플랫폼파트너스운용이 주총 기준일 전후로 의결권을 확보하기 위해 대차거래를 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맥쿼리인프라 측과 법적 공방을 벌이기까지 했다. 또 다른 주요 주주들을 설득하는 데 실패하면서 결정적인 요구는 관철시키지 못했다.

◇ 국내 소형사, 맥쿼리 상대 주주권 강력 행사 '행동주의 신호탄'

지난해 플랫폼파트너스운용은 토종 헤지펀드로서는 드물게 행동주의펀드를 표방하며 맥쿼리인프라를 상대로 주주권 행사에 나섰다. 맥쿼리인프라 펀드의 비합리적인 운용보수 체계를 지적하며 운용보수 인하와 운용사 교체를 요구했고 결국 맥쿼리 측의 운용보수 인하를 이끌어냈다.

주주로서 플랫폼파트너스운용은 행동주의를 실현하며 자사 펀드인 '플랫폼파트너스액티브인프라전문투자형사모투자신탁' 수익률을 높이는 데 성공했다. 운용보수 인하를 집중적으로 주장했던 것도 자사 펀드 수익률과 직접적으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주주권 행사 이후 맥쿼리인프라 측이 운용보수를 낮추자 주가가 상승하고 배당수익을 수취하면서 실제 해당 펀드들의 수익률은 상승했다. 작년 연초 8050원까지 내려가던 맥쿼리인프라 주가는 최근 9500원대까지 올랐다.

이는 무명의 소형 자산운용사였던 플랫폼파트너스운용의 존재를 업계에 알린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비록 운용사 교체가 무산되기는 했지만 플랫폼파트너스의 핵심요구였던 운용보수 인하가 받아들여지며 1차전은 마무리된 양상이다. 플랫폼파트너스는 토종 행동주의펀드로서 명성을 떨치게 됐다.

금융권 관계자는 "플랫폼파트너스가 맥쿼리인프라펀드 운용사 교체를 요구하고 나섰을때 다들 그 의도에 대해 반신반의했다"면서도 "결과적으로 행동주의를 통해 주주들의 가치를 제고한 것에 대해 평가를 해줘야한다"고 말했다.

◇ 의도적 대차거래 의혹·대주주 설득 실패

과오도 있었다. 주주총회 직전 플랫폼파트너스운용이 부국증권, 한국타이어와 공동 의결권 행사를 목적으로 주식 대차거래를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에 맥쿼리운용은 의결권 행사금지 가처분 신청을 법원에 냈다.

법원도 정황상 문제를 지적했다. 의결권 행사만을 위해 대차거래가 이뤄지면 차입자는 소액의 수수료만으로 대여주식에 대한 의결권을 행사해 과장된 의결권 행사를 할 수 있다는 것. 이 경우 주주들의 의사결정이 왜곡되고 회사 전체의 이익에 부합되지 않게 의결권이 행사될 우려가 있다고 봤다. 하지만 현행 상법, 자본시장법상 주식의 대차계약과 이를 통해 취득한 주식에 대한 의결권 행사를 금지하지 않고 있어 가처분신청은 기각됐다.

행동주의를 표방하는 주주들의 요구사항이 주주총회 표대결로 당락이 결정되는만큼 주총 기준일 전후로 이뤄지는 대차거래에 대한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맥쿼리인프라 관계자는 "의결권 대치 상황에서 대차거래로 의결권을 매입하는 행위를 제재할 제도개선이 필요하다"며 "감독 당국에 제도개선을 공식 요청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다른 주주들의 동참을 이끌어내지 못한 전술적 허점이 드러나기도 했다. 맥쿼리인프라 지분구성을 보면 영국 뉴톤인베스트, 한화손보·생명·자산운용, 신영자산운용이 보유지분 5% 이상의 핵심 주주들이다. 이들이 운용사 교체건에 대해 모두 반대의사를 밝히며 플랫폼파트너스운용 측의 핵심 요구사항은 무산됐다.

신영자산운용은 주식형 펀드를 통해 맥쿼리인프라에 투자하고 있다. 배당성향이 높은 맥쿼리자산운용 측을 무리하게 바꿀 동기가 없다. 플랫폼파트너스 측이 의결권 행사에 결정적인 대주주들을 설득하는 데 실패하면서 운용사 교체 안건은 끝내 물거품이 됐다.

금융투자업계관계자는 "맥쿼리인프라의 대주주들 입장에선 유동성 위험이나 인수인계 비용 등을 감수할 만큼 운용사 교체가 격하게 필요하진 않다고 본 것"이라며 "플랫폼 측이 이들의 보수적 상황을 뒤집을 만한 획기적인 제안을 들고오진 못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플랫폼파트너스가 장기적인 시각에서 맥쿼리를 공격한 것인지 의문스럽다"며 "과격한 공격을 통해 단기 차익을 거두는 의도가 있었던 건 아닌가하는 의문은 여전히 남는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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