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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종규 KB금융 회장 인사의 숨은 뜻은 [thebell note]

안경주 금융부 차장공개 2019-01-23 08:08:51

이 기사는 2019년 01월 22일 08:1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그룹 내 최대 계열사(은행)의 부행장을 지냈다 하더라도 외부 인사와 회장 자리를 두고 경쟁하면 이길 수 없기 때문이다."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하고 있는 핵심 관계자에게 최근 윤 회장이 실시한 경영진 인사의 함의를 묻자 돌아온 답변이다. 그는 또 "능력 있는 외부 인사와 경쟁에서 이기려면 계열사 한 곳의 경험만으로 부족하다며 최소 2~3개 계열사에서의 업무 경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윤 회장은 조직개편과 경영진 인사를 통해 KB금융지주 산하 사업부문장 직을 네 자리 늘렸다. 기존 부문장은 WM(자산관리)·CIB(기업·투자은행)·자본시장 등 3명이었는데, 이번에는 디지털혁신·개인고객·SME(중소기업)·보험 부문장을 신설했다.

대거 확대한 '부문장' 직은 핵심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들에게 고루 맡겼다. 허인 KB국민은행장이 디지털혁신부문장을 맡았고 박정림 KB증권 사장은 자본시장부문장, 양종희 KB손해보험 사장은 보험부문장, 이동철 KB국민카드 사장은 개인고객부문장에 각각 선임됐다.

겉으론 CEO들에게 계열사 고유 업무를 넘어 그룹 차원의 시너지를 높일 수 있는 주도적 역할을 주문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속내를 들여다 보면 '포스트 윤종규'를 준비하기 위한 윤 회장만의 생각이 담겨 있다. 외풍이 차단된 KB금융을 만들겠다는 의지다.

KB금융그룹은 그동안 숱한 외풍에 시달려왔다. 2008년 지주체제 출범 후 정치권과 관가의 노골적인 개입으로 황영기·어윤대·임영록 등 3명의 외부출신 회장을 맞았다. 이들은 이헌재사단, 고려대 인맥, 모피아를 각각 등에 업고 화려하게 등극했다. CEO 자리 뿐만이 아니다. 외풍을 등에 업고 감사나 주요 임원 자리를 꿰찬 인사도 많았다.

다만 오랜 외풍으로 인해 곪을 대로 곪았다가 터진 2014년 'KB사태'는 전화위복이 됐다. 내부 출신인 윤종규 회장이 선임됐기 때문이다. 여기에 2017년 11월 윤 회장이 연임에 성공하면서 외풍을 차단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정권에 줄 대지 않으면 CEO가 될 수 없다'는 금융계의 속설을 뒤집었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KB금융은 보이지 않는 손을 통해 CEO 인사가 결정되고, 이로 인해 가장 큰 피해를 본 지주사"라며 "윤종규 회장의 연임으로 외풍에 대한 우려는 불식시켰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외풍을 완벽히 차단했다고 보기도 어렵다. 지금이야 윤 회장이 막고 있지만 '포스트 윤종규' 논의가 본격화되는 내년엔 정치권 줄대기 현상이 다시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언제든 정치권력에 휘둘릴 수 있는 셈이다.

윤 회장의 이번 경영진 인사는 앞으로 외풍에 시달리지 않고 CEO의 내부 승계 전통을 이어갈 수 있게 하고 싶다는 바람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현재 KB금융 이사회는 회장 후보군에 내부 인사 뿐만 아니라 외부 인사도 포함해 관리하고 있다. 이는 향후 회장 후보 경쟁에서 외부 인사를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문제는 '풍부한 금융경험'을 앞세운 외부 인사와의 경쟁에서 은행·보험 등 하나의 금융권역에서만 성장해온 내부 인사들이 이기기 쉽지 않다는 점이다. 결국 핵심 CEO들에게 부문장을 맡겨 다양한 금융권역에서 업무를 경험시켜 향후 외부 인사와 경쟁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주고 싶은 윤 회장의 인사철학이 담겨 있다.

아직 1년10개월 가량 윤 회장의 임기가 남았다는 점에서 이 같은 '포스트 윤종규' 준비가 이르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지주 체제 출범 이후 끊임없이 외풍에 시달려온 KB금융의 역사를 돌이켜 보면 과하다고 얘기하기도 어렵다.

앞선 핵심 관계는 "윤 회장의 생각대로 계열사 CEO들이 경험을 쌓아 경쟁력을 키운다면 더 이상 외풍에 흔들리는 KB금융은 없을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그의 바람대로 윤 회장이 단행한 경영진 인사가 외풍을 막고 내부 승계의 전통을 세우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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