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트진로, 6년째 제자리 걸음…맥주 흑자전환 과제 [비틀거리는 주류업]①부진 장기화, 모회사 차입금 부담 공유
이충희 기자공개 2019-02-12 10:22:30
[편집자주]
2019년 국내 주류업계는 거센 변화 흐름에 직면했다. 술자리 문화의 변화 속에서 다양한 브랜드들이 넘쳐나면서 업체 간 경쟁은 한층 더 치열해지고 있다. 생존경쟁을 펼치고 있는 국내 주류업체들의 현 상황과 각사의 신사업 전략들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19년 02월 08일 14:2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주류 업계 판도 변화는 1위 사업자 하이트진로의 성장 동력을 빼앗고 있다. 2011년 소주(진로)와 맥주(하이트) 1위 사업자 간 합병이 성사된 이후 시장을 잠식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지만, 이후 맥주 부문에서 기세가 꺾이면서 성장이 정체되고 있다.1996년부터 이어온 국내 맥주시장 1위 지위를 2012년 카스에 내준 하이트는 최근 수입 맥주들의 공세에 다시 한번 시장점유율이 흔들리는 모양새다. 지방 소주 시장을 공략한 참이슬 매출이 전체 실적 하락을 상쇄하고 있지만, 국내에서 더 이상 새로 개척할 소주 시장이 없다는 점은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경쟁 더 치열해진 맥주, 부진 탈출 언제쯤
하이트진로는 작년 4분기 매출액 4717억원, 영업이익 176억원을 달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추석 연휴와 노조 파업 영향이 있었던 2017년 4분기 대비 기저효과를 고려하면 상당히 부진한 실적으로 평가된다. 연간 기준으로는 매출액 1조8856억원, 영업이익 904억원을 기록해 당초 시장에서 예상했던 컨센서스에도 못미쳤다.
하이트진로의 실적 정체는 2012년 이후 6년 동안 이어지고 있다. 2011년 하이트진로가 출범하고 이듬해 매출액 2조원 시대를 연 이후 매년 제자리 걸음을 걸었다. 2017년부터는 연간 영업이익이 1000억원 아래로 하락하면서 수익성도 떨어지는 형국이다.
하이트진로의 성장세 둔화는 국내 맥주시장 경쟁 심화와 관련이 깊다. 2014년 클라우드를 출시하며 맥주시장에 뛰어든 롯데와 치열한 점유율 경쟁을 벌였다. 최근에는 국내에 수입 맥주 유통이 많아졌고 지역별 소규모 양조장도 증가하면서 소비자 선택지가 상당히 다양해지고 있다.
2016년 연간 7667억원을 기록했던 맥주 부문 매출은 2017년 7422억원, 2018년 7141억원, 올해에는 6900억원대로 감소할 것으로 증권업계는 분석한다. 맥주 사업에서만 최근 연 3~4%씩 매출 하락세가 이어지는 것이다. 맥주 부문은 영업손실 규모도 2016년 217억원, 2017년 289억원을 기록한데 이어 지난해에도 200억원 안팎을 기록해 당분간 흑자 달성이 쉽지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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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주 부문 실적 증가는 위안
하이트진로는 실적이 꺾이고 있는 맥주 부문에서 돌파구를 찾기 위해 2017년 4월 발포주 필라이트를 출시했다. 이에 하이트로 대표되는 기존 레귤러 맥주 매출은 눈에 띄게 줄어든 반면 새로 출시한 발포주나 수입맥주 유통 실적은 증가하고 있다.
실제 지난해 레귤러 맥주 매출은 전년 대비 16% 가량 하락했을 것으로 보인다. 반면 발포주와 수입맥주 유통 매출은 각각 30~40%씩 상승했다. 특히 작년 4월 필라이트 상품 라인업을 확장하면서 발포주가 차지하는 맥주 매출 비중이 20%대로 상승했다. 다만 기존 레귤러 맥주 매출 비중이 워낙 큰 탓에 전체 맥주 사업 실적 정체를 막지는 못했다.
맥주 부문은 여전히 고전 중이지만 소주 사업은 소폭 성장하면서 전체 실적 정체를 상쇄했다. 소주 부문 매출액은 2016년 1조93억원, 2017년 1조346억원, 2018년 1조450억원 등 소폭이지만 꾸준히 늘었다. 참이슬이 경상도와 전라도 등 지방 소주 업계로 매출 폭을 넓힌 결과로 풀이된다.
증권사 한 애널리스트는 "캐시카우인 소주 가격 인상 전까지는 수익성이 좋아질 수 없고 비용 효율화를 통한 이익 증가 효과도 제한적일 것"이라며 "점유율 경쟁을 감안할 때 광고선전비를 통제하기도 어려워 올 1분기까지의 이익은 전년 대비 유사하거나 감소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하이트진로홀딩스, 순차입금만 6194억…자회사에 부담
하이트진로는 매년 꾸준한 영업 현금흐름을 창출하면서 비교적 견조한 재무구조를 유지해왔다. 그러나 모회사 하이트진로홀딩스가 보유한 차입금 규모가 작지 않다는 점은 부담이 되고 있다. 하이트진로홀딩스는 하이트진로 주식의 50.86%를 보유한 최대주주로, 매년 적지 않은 자금 지원을 자회사로부터 받고 있기 때문이다.
작년 3분기 기준 하이트진로홀딩스의 순차입금 규모는 6194억원으로 집계된다. 최근 회사 연매출이 300억원대에 불과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부채 규모가 상당히 큰 편이다. 추후 차입금 상환은 대부분 하이트진로가 책임져야 해서 재무 여건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실제 지난 2012년 하이트진로는 하이트진로홀딩스에 상당 규모 자금 지원을 한 경험이 있다. 1조원이 넘었던 하이트진로홀딩스의 차입금 상환이 목적이었다. 당시 청담동 사옥과 산업재산권을 각각 378억원과 1787억원을 주고 매입했다.
하이트진로가 최근 맥주 사업 정체 등에 따라 모회사에 주는 배당금이 줄고 있다는 점은 양사 모두에 부정적 요인으로 거론된다. 2014년 627억원이었던 하이트진로홀딩스의 배당수입은 2017년 333억원, 작년 3분기까지는 289억원까지 하락했다.
한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하이트진로의 과거 모회사 자금 지원 사례를 감안할 때 향후에도 이런 부담을 배제할 수 없다"면서 "하이트진로홀딩스의 차입금 규모는 하이트진로의 신용도에도 부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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