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9년 02월 18일 07:3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지난해 4대 금융지주 순익이 처음으로 10조원을 돌파했다. 최고 이익을 경신하는 금융사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금융권은 축제 분위기이지만 낯빛이 어두운 업권도 있다. 회계기준 변경과 정부 규제로 수익성이 악화된 카드사와 보험사가 그 주인공이다. 두 업권 모두 '위기'를 언급하며 생존을 위한 자구책 마련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1년 만에 리딩뱅크 자리를 되찾은 신한금융지주의 두 아들, 신한카드와 신한생명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수익성이 대폭 떨어진 신한카드의 임영진 사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위기의 카드사'를 언급하며 "전례 없는 어려움에 직면했다"고 토로했다. 줄곧 신한 출신 인사들이 수장을 맡아왔던 신한생명은 처음으로 외부인사를 구원투수로 영입하며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두 아들이 처한 상황은 사뭇 다르다. 대표적인 게 배당이다. 신한카드는 지난해 수익이 반토막 났음에도 올해 3377억원을 배당했다. 지난 5년 동안에도 벌어들인 순익의 80%(3조원)를 배당해왔다. 반면 신한생명은 올해 순이익이 8.6% 증가했지만 무배당을 하기로 결정했다. 새롭게 도입되는 국제회계기준(IFRS17)과 신지급여력제도(K-ICS)를 대비해 자본을 더 쌓도록 신한지주가 배려해 준 덕분이다.
문제는 신한카드도 사정이 녹록진 않다는 점이다. 신한카드는 그간 대손충당금 환입, 비자카드 주식 매각 등 일회성 요인 덕분에 높은 총자산순이익률(ROA)을 유지해왔다. 그러나 이제는 회계기준 변경으로 이마저도 기대할 수 없다. 지난해 신한카드의 ROA는 전년의 절반 수준인 1.88%에 불과했다. 2007년 LG카드와의 합병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올해부터는 가맹점 수수료 추가 인하에 따른 카드사의 매출 손실이 연간 8000억원에 이른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가맹점 수수료 인하에 따라 모든 카드사들이 어려움에 직면했지만 높은 수익률을 유지하던 신한카드는 체감상 더 어렵게 느껴질 것"이라고 말했다.
높은 배당은 자본 여력이 있는 기업에서나 가능하다. 그러나 지금의 신한카드는 자본 여력이 있던 예전의 신한카드가 아니다. 신한카드는 최근 수익 방어를 위해 '부업'인 대출을 꾸준히 늘리고 있다. 현금서비스와 카드론 등 대출을 늘려 저하된 카드수수료 인하분을 메꿔왔다. 대출을 늘리면 자본 부담이 뒤따르기 마련이다. 2017년 말 4배 초반이던 신한카드의 레버리지비율이 1년 새 5배를 넘어섰다. 이런 점을 고려할 때 신한지주가 맏형에게만 너무 엄격한 잣대를 내세우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상황이 이렇게 되면서 신한카드의 염원인 '셋방살이' 탈출도 요원해졌다. 을지로 2가에 있는 파인에비뉴의 임대는 올해 10월로 끝난다. 신한카드는 이 건물을 살 가능성을 열어두고 계약 완료 시 인수 권한을 계약서에 넣어놨다. 그러나 자본 여력이 없어 수천억원에 달하는 건물 인수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신한카드 사옥 길 건너편에 있는 신한L타워는 신한생명이 주인이다. 신한지주는이제 묵묵히 맏형 역할을 해온 신한카드의 공로를 인정해줘야 할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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