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9년 02월 18일 07:4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T커머스(데이터홈쇼핑) 시장의 성장세가 무섭다. 몸집이 커지면서 '황금 채널'을 꿰차는 T커머스 업체들도 늘었다. 지상파 인근 채널인 4~20번 채널로, 과거 전통 TV홈쇼핑사들이 차지했던 번호대였다. 지난해 초 K쇼핑이 스카이라이프 채널 4번으로 옮겼고, LG유플러스에서도 기존 70번에서 2번으로 진입했다. 지난해 5월에는 SK스토아가 KT 올레TV에서 4번 채널을 꿰찼다. T커머스 업계 후발주자인 신세계TV쇼핑도 지난해 10월 스카이라이프 12번에 들어서며 경쟁에 가세했다.T커머스 업체들의 황금 채널 진입은 두 가지 의미를 내포한다. 하나는 T커머스 시장의 성장세고, 하나는 가능성이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T커머스 시장 규모는 약 2조8000억원에 이른 것으로 알려졌다. 2017년 1조8400억원 수준임을 감안하면 50% 이상 성장했다. 올해 T커머스 시장이 4조원에 육박한 시장으로 거듭날 것이라는 전망치를 보면 한창 성장기에 있다.
업체들의 과감한 베팅은 그랬기 때문에 가능했다. SK스토아는 4번 채널을 차지하기 위해 연 300억원 이상을 써낸 것으로 알려졌다. 신세계TV쇼핑 역시 지상파로 가는 길목인 12번을 확보하기 위해 연 200억원 넘게 베팅했다고 한다. 앞번호대 채널로 진출할수록 소비자 접근성이 높기 때문에 매출 상승을 이끌고 채널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채널 경쟁에 불이 붙으면서 업계 내 부담도 늘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일부 업체들이 채널 확보에 수백억원의 돈을 베팅한 결과 자릿값이 껑충 뛰어버렸다"고 탄식했다. 실제로 T커머스 업계의 공격적 채널 확보 전략에 매년 송출수수료 규모는 증가하는 모양새다. 2016년 1조2561억원대던 홈쇼핑 송출수수료는 2017년 1조4093억원으로 1500억원 넘게 늘었다.
문제는 송출수수료 부담으로 커진 몸집과 달리 수익성은 악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K쇼핑은 업계 1위라는 타이틀이 무색하게 아직도 흑자 전환에 성공하지 못했다. SK스토아도 지난해 적자 폭이 더욱 늘었을 것으로 예상된다. 신세계TV쇼핑 역시 지난해 흑자 전환을 기대했지만, 채널 확보에 따른 출혈로 이마저 불투명한 상황이다. 높아진 송출수수료가 수익성의 발목을 잡고 있는 셈이다.
무엇보다 IPTV 사업을 영위하는 모기업을 둔 업체들이 비싼 채널에 베팅하고 있어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고 있다. K쇼핑은 KT가 SK스토아는 SK브로드밴드가 각각 최대주주로 있다. 이를 고려해 거액의 채널 베팅이 가능했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오는 이유다. 어느 영역이든 시장 선점을 위해선 투자가 선행돼야 하는 건 맞다. 하지만 큰 돈을 써낼 여력이 없는 타 업체들에게 채널 확보 경쟁은 언감생심이요, 업계 전체의 송출수수료 부담만 키우는 꼴이라는 걸 잊어선 안 된다. 송출수수료 부담 증가로 언제까지 수익도 내지 못하는 밑 빠진 독이 되는 우를 범할 순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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