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워진' 벤치마킹, LP 역량·운용보수 '승부처' [양매도 ETN의 비밀]⑤배타적 사용권 6개월 제한…변동성 연동형 상품도 등장
최필우 기자공개 2019-03-22 11:00:00
[편집자주]
파생상품의 대명사 ELS가 양매도 ETN에게 그 지위를 조금씩 뺏겨가고 있다. 증권사와 은행들이 양매도 ETN을 새 수익원으로 삼고 상품 개발과 판매에 한창이다. 하지만 복잡한 구조와 더불어 가늠하기 어려운 위험성 등으로 인해 투자자에게는 아직 낯선 상품인 건 분명하다. 양매도 ETN 열풍 속에 감춰진 그 비밀에 대해 파헤쳐본다.
이 기사는 2019년 03월 19일 15:3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양매도 상장지수채권(ETN)이 뜨거운 관심을 받는 사이 ETN 사업자들은 치열한 장외 대결을 펼쳤다. 양매도 ETN의 독점권을 놓고 개발사인 한국투자증권과 타 증권사들이 대립각을 세운 것이다. 결과적으로 복수 사업자가 6개월 간격으로 똑같은 상품을 출시하는 게 가능해지면서 벤치마킹이 용이한 환경이 조성됐다.동일한 상품으로 경쟁할 수 있게 되자 유동성공급자(LP) 역량과 운용보수가 양매도 ETN 시장의 판도를 가를 변수로 부상했다. 후발주자들은 원활한 거래가 가능하다는 점과 저렴한 보수를 내세워 차별화에 나서고 있다. 양매도 전략의 핵심인 변동성에 연동해 운용 전략이 바뀌는 변형 상품도 등장했다.
◇정확한 호가 제시가 핵심…낮은 보수로 가격 경쟁력 확보
증권사들은 2017년 말 한국투자증권의 'TRUE 코스피 양매도 5% OTM ETN' 성과에 주목했다. 같은 해 5월 출시 이후 지지부진했으나 연말이 다가오면서 운용 성과가 개선됐기 때문이다. 상승 흐름을 이어가던 증시가 주춤하면서 변동성이 커지자 옵션 매도 프리미엄이 확대된 덕분이다. 이후 삼성증권을 필두로 일부 사업자들이 이 상품과 동일한 기초지수를 쓰는 ETN 출시를 타진했다.
한국투자증권은 타사의 행보에 소송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었다. 기초지수가 비교적 단순한 상장지수펀드(ETF)와 달리 ETN은 사업자 역량과 아이디어에 따라 구조가 달라질 여지가 많기 때문에 독점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초지수 배타적 사용권 개념이 정립돼 있지 않았던 것도 분쟁이 길어진 요인이다. 한국투자증권은 1년 넘는 시간동안 독주하며 발행 규모를 1조원 수준까지 끌어 올릴 수 있었다.
한국거래소는 독창성이 인정될 경우 기초지수에 6개월의 배타적 사용권을 부여하는 중재안을 제시했다. 후발 사업자에게 기회를 주고 시장 규모를 키우려면 개발사에 특정 기초지수 독점권을 부여해서는 안된다고 판단한 것이다. 시장 선점에 성공했다고 판단한 한국투자증권이 이 안을 수용하면서 삼성증권, 미래에셋대우, NH투자증권, KB증권이 동일한 상품을 내놓았다.
이중 삼성증권은 시중은행을 판매 채널로 확보하며 추격의 발판을 마련했다. 국내 최대 파생상품 판매 채널인 KB국민은행이 '삼성 코스피 양매도 5% OTM ETN' 편입 특정금전신탁을 출시하면서 외형이 빠르게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이 상품의 발행 규모는 5000억원으로 한국투자증권 양매도 ETN에 이어 2위다.
KB국민은행은 삼성증권이 LP 역량 측면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고 봤다. ETN은 거래소에 상장돼 매매가 이뤄지는데 매수 주체가 없으면 거래가 성사되지 않는다. 이런 불편을 없애기 위해 발행사는 호가를 제시해 원하는 시점에 정확한 가격으로 매매가 이뤄질 수 있게 하는 LP 역할을 수행한다. 같은 상품이라도 발행 주체의 유동성공급 역량에 따라 품질과 서비스가 달라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운용보수를 낮춰 가격 경쟁력을 확보한 곳도 다수다. 삼성증권, 미래에셋대우, KB증권은 양매도 ETN 운용보수를 60bp로 책정해 한국투자증권 양매도 ETN 운용보수(80bp)보다 20bp 저렴하다는 점을 마케팅 포인트로 삼고 있다. 같은 기초지수를 추종해 동일한 성과를 내도 투자자 몫으로 돌아가는 수익이 달라질 수 있는 셈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아직 상품별로 극명한 차이가 드러나지 않았지만 발행사와 운용보수를 꼼꼼히 살펴보고 투자할 필요가 있다"며 "시간이 지날수록 LP 역량과 운용보수에 따라 성과가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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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동성 따라 옵션행사 가격조절 '차별화'
하나금융투자, 신한금융투자, NH투자증권 등 3곳은 지난해 기초지수 배타적 사용권 분쟁이 이어지는 사이 새로운 기초지수를 개발했다. 양매도 전략을 사용하되 옵션 매도 방식에 변화를 줘 분쟁을 피하려 한 것이다. 이중 하나금융투자의 '하나 코스피 변동성추세 추종 양매도 ETN'은 KEB하나은행 가판대에 오르며 차별화 효과를 입증했다.
하나금융투자는 옵션행사가에 변화를 주는 방식을 택했다. 백테스트 결과 가장 안정적으로 수익을 쌓아나가는 게 가능한 옵션행사가는 5%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를 한국투자증권이 선점하자 행사가 3%, 4%. 6% 옵션을 활용하기로 했다. 국내 옵션시장 규모가 크지 않아 동일한 옵션 매도 전략을 구사하는 상품의 규모가 꾸준히 늘어나면 운용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논리다.
여기에 변동성에 따라 옵션행사가를 조절하는 전략을 추가했다. 코스피200 변동성 지표인 V-코스피 200이 전월 평균에 비해 6% 이상 높아지면 변동성 확대 구간으로 보고, 6% 이상 하락하면 축소 구간으로 분류한다. 변동성 확대 구간에서는 풋옵션 매도로 무게 중심을 옮기고 축소 구간에서는 콜옵션 매도에 힘을 싣는 방식으로 프리미엄 수익을 늘리고 손실 가능성을 줄이는 게 전략의 골자다.
KEB하나은행은 변동성 추세를 추종하는 전략이 유효할 것으로 보고 하나금융투자 양매도 ETN과 기존 한국투자증권 상품 판매를 병행하기로 했다. 다만 변동성 연동형 상품에 대한 평가는 엇갈리고 있다. 수익률 측면에서 성과가 더 좋을 수는 있지만 전략이 추가될 경우 마케팅이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한국투자증권 양매도 ETN 구조는 상대적으로 단순한 편임에도 PB와 투자자들이 전략을 이해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며 "변동성 추세 추종 전략을 추가한 신상품이 흥행하려면 더 명쾌하게 상품을 설명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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