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이지 않는 '고위험 vs 중위험' 논란 [양매도ETN의 비밀]②투명한 기초지수 확보, 안정적 운용 가능…관건은 '상승장 리스크'
최필우 기자공개 2019-03-21 14:29:04
[편집자주]
파생상품의 대명사 ELS가 양매도 ETN에게 그 지위를 조금씩 뺏겨가고 있다. 증권사와 은행들이 양매도 ETN을 새 수익원으로 삼고 상품 개발과 판매에 한창이다. 하지만 복잡한 구조와 더불어 가늠하기 어려운 위험성 등으로 인해 투자자에게는 아직 낯선 상품인 건 분명하다. 양매도 ETN 열풍 속에 감춰진 그 비밀에 대해 파헤쳐본다.
이 기사는 2019년 03월 14일 15:1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일약 히트상품으로 떠오른 양매도 상장지수채권(ETN)에 대한 위험성 논란은 여전하다. 지난해 급락장에서 어느 정도 수익률 방어에 성공했지만 여전히 고위험 상품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수차례 녹인(Knock in) 배리어를 터치하며 손실 가능성이 높아졌던 주가연계증권(ELS)이 여전히 시중은행에서 예·적금의 대안으로 팔리는 것과 대조적이다.과거 자문사들이 양매도 기법을 구사했다가 큰 손실을 입었던 게 회자되면서 투자자 사이에서 '양매도 ETN은 고위험 상품'이라는 선입견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전문가들은 투명한 상품 구조와 판매 채널이 있으면 양매도 전략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락장보다 상승장에 취약한 양매도 전략의 특성을 정확히 고지하고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과거 수백억대 손실 사례, '도덕적 해이'가 핵심
양매도 전략은 쉽게 말해 콜옵션과 풋옵션을 모두 매도하는 전략으로, 옵션 스트랭글 매도(Short Strangle) 전략으로도 불린다. 언뜻 복잡해 보이지만 수익과 손실이 발행하는 구조는 비교적 간단하다. 기초자산이 일정 범위 내에서 움직일 경우 옵션 매도에 따른 프리미엄을 수취할 수 있다. 하지만 기초자산이 설정 범위를 벗어나면 손실이 발생한다.
양매도 전략에 대한 논란이 촉발된 건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주가가 급락하면서다. 양매도 전략을 구사하던 자문사 대표가 급락장 여파로 투자 원금을 모두 잃고 마진콜(증거금 보존)이 발생하자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이때부터 양매도 전략은 초고위험 상품 이미지를 쌓아 가기 시작한다.
2010년 11월 11일 '옵션 쇼크' 당시에도 큰 규모의 손실이 발생했다. 옵션 만기일이었던 이날 도이치증권이 장 마감 10분전 약 2조4000억원 규모의 주식을 시세 대비 4.5~10% 싸게 팔면서 주가가 폭락했다. 정해진 가격에 주식을 팔 수 있는 권리인 '풋옵션'을 미리 매수해 둔 도이치증권은 차익을 챙겼지만, 와이즈에셋자산운용(899억원), 토러스투자자문(490억원) 등은 막대한 규모의 손실을 입었다. 주가 급락 없이 장이 마감될 경우 10~20억원 규모의 수익을 올릴 수 있는 매도 포지션을 취했으나 예상치 못한 급락장이 연출되면서 손실 규모가 눈덩이처럼 불어난 것이다.
이후 양매도 전략을 구사해 피해를 입은 사례는 끊이지 않았다. 2011년 8월 미국 신용등급 강등 당시 한국투자증권이 판매했던 세이프에셋투자자문의 양매도 일임상품은 50% 가량의 손실을 냈고, 이 자문사는 이듬해 파산했다. 하락장 뿐만 아니라 2017년 상승장에서도 손실이 발생했다. 대신증권이 판매한 더나은투자자문의 상품은 70% 가량의 손실을 냈고, 미래에셋대우가 판매한 유로에셋투자자문의 상품은 투자금 700억원 중 400억원의 손실이 난 것으로 추산된다. 5년간 이어진 박스권 증시가 지속될 것으로 낙관한 게 패착이었다.
이같이 막대한 규모의 손실이 발생할 수 있는 것은 파생상품 거래시 증거금이 활용되기 때문이다. 증거금은 결제를 이행하기 위해 필요한 보증금을 의미한다. 옵션 증거금률은 7.5% 수준인데, 보유한 자금을 모두 증거금으로 활용하면 약 13배의 레버리지를 일으키는 효과가 생긴다. 레버리지를 일으킨 상태에서 기초자산이 설정 범위 내에 있으면 수익을 늘릴 수 있지만, 범위를 벗어날 경우 손실 규모가 막대해질 수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자문사와 증권사의 도덕적 해이가 그동안 막대한 손실을 야기했다고 지적한다. 자문사들이 해당 상품을 안정형 상품이라고 소개했지만, 증거금 사용 정도를 보면 안정적 운용을 목표로 삼았다고 보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해당 상품을 판매한 증권사들의 경우 자문사가 양매도 전략을 구사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상당한 규모의 거래 수수료를 외면하지 못하고 유혹에 넘어갔을 것이라 보는 시각이 많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투자자가 쉽사리 상품 구조를 이해하지 못하는 가운데 레버리지 효과를 활용해 막대한 수익을 낼 수 있다는 안일한 사고방식이 손실을 초래한 것"이라며 "양매도 기법보다 운용 주체와 판매사의 도덕적 해이가 사안의 본질"이라고 말했다.
◇ETN 비히클 활용, 투명한 구조 확보…상승장 리스크 '여전'
지난해 KEB하나은행을 통해 1조원 규모로 판매된 'TRUE 코스피 양매도 5% OTM ETN'은 기존 양매도 상품들과 기본적인 구조가 동일하다. 다만 ETN 비히클을 활용해 상품을 거래소에 상장시키고, 기초지수를 투명하게 공개했다는 게 차이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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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상품은 '코스피 양매도 5% OTM'을 기초지수로 사용한다. 매달 옵션 만기일에 외가격 5%의 콜옵션과 풋옵션을 매도하는 게 이 기초지수의 골자다. 레버리지 효과 없이 운용 자금의 약 7.5% 씩을 각각 콜옵션과 풋옵션 매도에 사용하고, 나머지 85%는 CD(양도성예금증서)91물에 투자해 이자 수익을 추구한다.
이같이 ETN을 운용하면 코스피200이 매월 둘째주 목요일인 옵션만기일 사이에 ±5% 구간에 머무를 경우 프리미엄 수익을 쌓는 게 가능해진다. 한국투자증권은 최근 5년간 월 코스피200 변동폭이 ±5% 내에 머문 확률이 90% 이상이라는 점을 마케팅 포인트로 삼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이같이 구조를 선보이며 양매도 전략의 안정성을 한층 강화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지난해 9월과 10월 옵션만기일 사이 코스피200이 7% 가량 급락할 때도 수익률 방어에 성공했다. 같은 이간 이 상품의 손실은 -1% 수준에 그치며 급락장 방어력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문제는 상승장이다. 하락장에서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프리미엄 수익이 커지는 것과 달리, 상승장에서는 변동성이 줄어 프리미엄 확대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 기초자산 상승폭이 커질 경우 하락폭이 커지는 만큼 손실을 입어야 하지만, 이를 만회할 수 있는 수단이 사실상 없다는 점이 한계로 지목되고 있는 것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기초지수와 운용기법이 명확히 드러나 있어 최근 시중에 출시되는 양매도 ETN이 과거 자문사 상품처럼 손실을 낼 가능성은 사실상 없다"면서도 "하락장보다 상승장에서 리스크가 높아진다는 점은 기억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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