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9년 03월 20일 09:3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KEB하나은행에 이어 KB국민은행이 양매도 상장지수채권(ETN) 신탁 판매에 나서면서 투자자 외연이 확대되고 있다. 고액자산가 중심으로 상품을 판매한 KEB하나은행과 달리 KB국민은행은 소액투자자도 판매 대상에 포함시키고 있어 양매도 ETN이 대중상품화되고 있다.

일부에서는 투자자 범위가 넓어지면서 불완전판매 리스크가 재차 불거질 수 있다는 지적도 한다. 고액자산가 대비 금융상품 투자 경험이 부족한 개인투자자가 양매도 전략을 온전히 이해하는 게 어려울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KB국민은행은 판매기간과 판매자를 제한하는 방식으로 불완전판매 우려를 일축시킨다는 목표다.

◇고위험 우려 일축 불구 불완전판매 가능성 여전

양매도 ETN의 인지도가 높아진 건 역설적으로 불완전판매 논란이 불거지면서다. 최운열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 국정감사에서 KEB하나은행의 양매도 ETN 편입 특정금전신탁 불완전판매 의혹을 제기하면서 대중의 관심이 더 높아졌다. 고위험 상품을 중위험 상품으로 포장해 판매했다는 게 최 의원의 주장이다.

당시 파장이 컸던 것은 양매도 ETN이 고위험 상품이라는 점이 부각됐기 때문이다. 불완전판매 행위 자체보다 고위험 상품을 투자 성향이 보수적인 은행 고객에게 판매했다는 점을 질타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하지만 시중은행과 증권사 관계자 사이에서는 양매도 ETN을 중위험·중수익 상품으로 분류하는 데 무리가 없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10월 급락장에서 월수익률 -1% 수준으로 방어에 성공한 것도 우려를 일축하는 데 한몫했다.

그럼에도 투자자가 양매도 전략을 온전히 이해하기 힘들어 불완전판매가 발생할 가능성이 여전히 남아있다. 국내 투자자들은 옵션을 매도해 프리미엄 수익을 추구하는 전략에 익숙하지 않다. 콜옵션과 풋옵션의 차이, 변동성이 수익률에 미치는 영향 등도 새롭게 이해해야 할 부분이다. 주가연계증권(ELS)이 시중에 판매된 지 20년이 돼가지만 여전히 불완전판매 논란에 시달리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여전히 시간이 필요하다.

영업점 직원 대상 교육도 과제다. 시중은행에서 해박한 금융상품 지식을 가지고 있는 PB 숫자는 제한적이다. 일반 영업점 직원도 양매도 ETN 신탁을 판매하는 게 가능해 상품 출시에 앞서 전사적 교육과 관리 체계를 갖출 필요가 있다. 핵심역량지표(KPI)에 특정 금융상품 판매 실적을 포함시켜 판매량을 늘리는 행태 변화도 요구된다.

KEB하나은행은 계열사 하나금융투자와 함께 개인 전문투자자 시장을 공략하면 불완전판매 논란에서 어느 정도 탈피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전문투자자에게 금융상품을 판매할 때 증권신고서 제출 의무와 투자권유 준칙 의무가 적용되지 않는다. 판매 절차가 간소화되는 것 뿐만 아니라 투자 의사결정에 대한 책임이 전문투자자에게 전가되기 때문에 불완전판매 가능성이 낮아진다는 설명이다. KEB하나은행은 지금도 주가연계신탁(ELT)과 양매도 ETN 신탁을 대부분 자산가 고객에게 판매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양매도 전략이 대중에게 익숙하지 않은 만큼 불완전판매 논란이 주기적으로 불거질 가능성이 있다"며 "양매도 ETN이 대중적인 투자상품이 돼가는 과정에서 불완전판매 리스크 관리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국민은행 모범사례되나, 판매기간 '옵션만기일 전 일주일' 제한

불완전판매 논란을 의식해 양매도 ETN 신탁 출시를 미뤄 온 KB국민은행은 지난달 판매에 시동을 걸었다. 현재 판매고 20억원을 기록 중이다. 연초 양매도 전략에 불리한 상승장 흐름이 이어졌던 점을 감안하면 향후 변동성 확대 국면에 돌입할 경우 판매량이 더 늘어날 것으로 관측된다.

특이한 건 KB국민은행이 옵션만기일이었던 지난달 14일과 지난 14일 단 이틀만 '삼성 코스피 양매도 5% OTM ETN' 거래를 체결시켰다는 점이다. KB국민은행은 지난달 14일에 9억3500만원, 지난 14일에 10억7800만원 규모로 삼성 양매도 ETN에 투자했다. KEB하나은행이 'TRUE 코스피 양매도 5% OTM ETN'을 거의 매일 매매하는 것과 다르다.

KB국민은행은 양매도 ETN신탁 투자자 모집 기간을 매월 두번째 목요일인 옵션만기일 전 일주일로 제한한다는 방침이다. 일주일 동안 투자자를 모집하고 옵션만기일이 되면 모집 자금으로 투자를 집행한다. 투자자 모집 기간을 제한하면 자체적으로 불완전판매 실태를 집중 점검하기가 용이하다는 게 KB국민은행의 주장이다. 양매도 ETN을 접한 투자자가 돌아오는 판매기간까지 투자 여부를 숙고할 수 있다는 점도 불완전판매 가능성을 낮추는 요인이다.

KB국민은행은 투자 집행 시점을 옵션만기일로 제한하는 게 고객수익률 측면에서도 유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양매도 ETN은 운용역의 재량이 크게 개입되지 않는 상품이다. 매월 한차례 옵션을 매도하고 그에 따른 프리미엄 수익이 얼마가 될지 지켜보는 식이다. 옵션 매도를 앞둔 시점에 향후 한달간의 증시 흐름과 변동성을 예측하면 적절한 투자 타이밍을 고를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설명이다.

KB국민은행은 조만간 양매도 ETN 신탁 판매자도 제한할 계획이다. 양매도 ETN 관련 연수를 수료하지 않은 직원은 상품을 판매할 수 없게 하는 시스템을 구축해 놓은 상태다. 양매도 ETN에 대한 이해도가 전반적으로 낮다는 점을 감안해 수료 조건도 까다롭게 정할 계획이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양매도 ETN은 파생상품 시장에서 거의 유일하게 ELS의 대안으로 부상한 상품"이라며 "판매고를 키우는 것보다 불완전판매 가능성을 낮추고 투자자 선택지를 늘리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