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단체까지 침투한 시중은행 [전운 감도는 지자체금고] ①심사위원 평가, 자산규모·브랜드 당락 좌우...협력사업비는 무관
손현지 기자공개 2019-03-28 10:13:00
[편집자주]
지방자치단체 금고를 둘러싼 은행 간 경쟁이 심상치 않다. 시중은행들은 막강한 브랜드파워를 앞세워 광역시뿐 아니라 기초자치단체 금고은행까지 넘보고 있다. 이에 농협은행과 6개 지방은행들은 20~30년간 지켜오던 지자체 금고지기 자리를 위협받고 있다. 지자체금고를 두고 전운이 감도는 현 상황과 문제점을 진단해봤다.
이 기사는 2019년 03월 22일 16:5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하반기 지자체 금고 선정을 앞두고 시중은행과 지방은행·NH농협은행 간에 전운이 감돌고 있다. 그동안 서울, 인천 등 수도권을 중심으로 금고를 장악해오던 시중은행들이 광역시, 기초자치단체까지 사업영역을 확대하고 있기 때문이다.기존에는 지역 거점이 방대한 NH농협은행과 지방은행(제주은행, 대구은행, 부산은행, 광주은행, 전북은행, 경남은행)들이 지자체금고 시장에서 우월적인 지위를 누릴 수 밖에 없었다. 입찰 방식이 기본적으로 수의계약 형태로 진행된 데다 주 평가요소가 지역 내 실적, 지역민의 편의성, 은행 신용도, 금고업무 관리 능력 등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 2012년 금고은행 지정방식이 '공개입찰'로 바뀌면서 새국면에 접어들었다. 예치금 금리책정, 금융기관의 대내외 신용도와 재무구조 안정성, 금고업무 관리 능력 등이 큰 비중을 차지하게 된 것이다. 시중은행들이 본격적으로 지자체에 관심을 갖게된 것도 이 무렵이었다. 비록 지자체 내 실적이 부족한 시중은행들이라 할 지언정 향후 운영계획만 우수하다면 해볼 만한 게임이었다.
시중은행 금고업무 관계자는 "수도권에 비해 지자체가 당장 큰 수익을 낼 수 있지는 않더라도, 지역고객 유치, 지역 내 신인도 상승 등의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점에서 포기할 수 없는 먹거리가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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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뺏으려는 자, 지키려는 자
경쟁 조짐은 2013년 부산에서 보이기 시작했다. 국민은행은 당시 농협은행으로부터 부산시 2금고 운영권을 쟁탈했다. 이후로도 2회 연속 2금고 운영권을 차지하고 있다. 2016년에는 신한은행이 대구은행을 제치고 경북 안동시의 금고 운영권을 따냈다.
작년에도 지자체 곳곳에서 뺏고 뺏기는 혈전이 벌어졌다. 특히 오랫동안 변동이 없던 광주광역시 남구·광산구와 경북 안동시 금고의 주인이 바뀌었다. 광주은행은 남구에서 20년간 금고은행 지위를 유지해왔지만 국민은행에게 1금고 자리를 내주는 수모를 당했다. 광산구에서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30년간 광산구를 독점 하다시피 했던 농협은행이 국민은행에 밀려났다.
올 연말 금고은행 만료기간이 끝나는 지자체는 총 49곳이다. 그중에서도 경남권 1금고 은행들은 긴장감을 늦출 수 없는 상황. 작년 9월 국민은행이 경남 양산시와 거창군 금고 지정 당시 도전장을 내밀며 존재감을 드러내기 시작한 것이다.
국민은행은 당시 기존 1·2금고를 선점하던 농협은행과 경남은행과 점수 격차가 크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은행은 올해도 작년의 시행착오를 토대로 경남 거제시와 고성군 등 금고 입찰에 참여하겠다는 계획이다.
한 지자체 금고운영 담당자는 "시중은행들의 물밑 유치전이 시작돼 지방은행들도 긴장하는 분위기"라며 "대구은행도 3년 전 신한은행으로부터 뺏긴 금고운영권을 되찾겠다고 벼르고 있다"고 전했다.
◇당락 좌우한 시중은행 '브랜드' 파워
더벨은 광주시 광산구와 남구 등 금고 담당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시중은행들이 지역 토착세력이나 다름없던 농협과 지방은행들의 자리를 꿰찰 수 있었던 건 다름아닌 치밀한 사업 포트폴리오 덕분이었다. 무엇보다 시중은행들의 브랜드 파워가 한 몫 했다.
광산구 금고담당 관계자는 "솔직히 협력사업비는 당락을 좌우할 만큼 배점이 높지도 않았다"며 "등수간 편차도 배점의 10분의 1 내로 정해야 하기 때문에 정량평가만 놓고 본다면 은행들간 차이가 거의 없다"고 말했다.
통상적으로 지자체가 등수 별로 점수 편차를 설정할 때 배점의 10%를 적용한다. 예컨대 한 평가 항목의 배점을 5점으로 뒀다면 1등 5점, 2등 4.5점 3등 4.0점 등으로 점수를 매긴다. 그러나 협력사업비 점수 책정시에는 배점의 5%를 적용하기 때문에 1등 5점, 2등 4.75점, 3등 4.5점 등으로 점수 편차가 줄어든다.
그렇다면 지자체 금고은행 선정시 가장 중요한 기준은 무엇일까. 바로 심의위원들의 평가다. 지자체들은 매년 9~12명 정도로 구성된 심의위원회를 꾸린다. 심의위원들은 매년 행안부가 제시한 가이드라인에 의거해 마련한 예규에 따라 심사를 진행한다.
남구 금고담당 관계자는 "작년 총 9명의 심사위원들 중 3명만 내부인원이고 나머지 6명은 외부 인원이었다"며 "외부인원 대부분이 회계사, 교수, 세무사, 변호사, 금융업계 종사자 등 전문직들이었는데 시중은행들과의 접점이 더 많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북 안동시 금고담당 관계자도 3년 전 신한은행과 대구은행의 입찰 공고 상황을 전했다. 당시 두 은행은 심사위원들을 상대로 사업계획을 소개하는 설명회를 시행했다. 그는 "높은 예치금 금리, 신용도를 앞세운 신한은행의 사업계획이 매력적으로 느껴졌을 것"이라며 "아무래도 정성평가에 반영되는 브랜드 효과를 무시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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