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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게임' 변질된 금고 쟁탈전, 건전성도 위협 [전운 감도는 지자체금고] ②시중은행, 자금력 앞세워 공세…출연금·우대금리 부담 가중

원충희 기자공개 2019-03-29 10:16:00

[편집자주]

지방자치단체 금고를 둘러싼 은행 간 경쟁이 심상치 않다. 시중은행들은 막강한 브랜드파워를 앞세워 광역시뿐 아니라 기초자치단체 금고은행까지 넘보고 있다. 이에 농협은행과 6개 지방은행들은 20~30년간 지켜오던 지자체 금고지기 자리를 위협받고 있다. 지자체금고를 두고 전운이 감도는 현 상황과 문제점을 진단해봤다.

이 기사는 2019년 03월 26일 11:0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지방자치단체 금고를 둘러싼 은행 간의 경쟁구도를 보면 '시중은행 vs 농협은행·지방은행'으로 전선이 형성돼 있다. 지자체 금고를 쥐고 있는 농협은행, 지방은행에게 시중은행이 공세를 취하는 모양새다. 기존 금고은행들을 위협하는 시중은행의 무기는 막강한 자금력과 규모, 브랜드파워다. 하지만 무리한 출연금과 금리혜택 등의 부담은 은행 경영지표에 악영향을 끼칠 정도다.

지자체금고를 맡는 은행은 4년간 수천억 원에서 수십조 원에 달하는 지자체 세입·세출을 관리하며 예치금을 운용할 수 있는 권리를 얻는다. 예치금 운용으로 얻는 수익은 물론 예대율 관리에도 도움이 된다. 지자체에서 하는 각종 사업에 우선 참여할 수 있고 공무원과 가족을 비롯해 산하기관까지 잠재고객으로 확보 가능한 통로가 열린다.

정부의 가계대출 규제 강화로 영업환경이 악화된 시중은행들은 우량기업 영업과 함께 기관영업으로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농협은행, 지방은행들로 견고한 아성이 구축된 지자체금고에 손을 뻗고 있는 근본적인 이유다.

지자체금고 아성을 뚫기 위한 시중은행의 최대무기는 브랜드파워와 자금력이다. 행정안전부 예규에 따르면 지자체금고 은행은 △금융기관 신용도 및 재무구조 안정성(30점) △지자체에 대한 예금·대출금리(15점) △지역주민 이용 편의성(18점) △금고 관리능력(19점) △지역사회 기여 및 자치단체와의 협력사업(9점) △기타 조례나 규칙으로 정하는 사항(9점) 등의 항목으로 선정된다.

금고선정 기준
*행정안전부 예규 발췌

가장 논란이 된 부분은 지역사회 기여 및 자치단체와의 협력사업 내 소항목인 '지역사회 기여실적(5점)'이다. 은행이 내는 출연금(협력사업비)이 여기에 포함된다. 지자체금고 담당자는 "협력사업비가 당락을 좌우할 만큼 배점이 높지 않다"고 말하지만 결과는 그렇지 않았다. 광주광역시 광산구에선 KB국민은행이 NH농협은행보다 3배가 넘는 출연금을 제시해 금고를 차지했다. 신한은행은 경쟁은행 대비 3배 가까운 3000억원을 베팅해 서울시금고를 따냈다.

은행권 관계자는 "출연금 배점 자체는 높지는 않으나 다른 항목들의 변별력이 낮다는 점을 고려하면 당락을 좌우할 요인이 된다"며 "정량평가만 놓고 본다면 은행들 간 차이가 거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배점이 가장 큰 신용도와 재무안정성 등은 웬만한 은행이면 만점 수준이다. 지역주민 이용 편의성 역시 웬만한 은행이면 지역 주요 거점마다 영업점을 갖추고 있다. 전산시스템 등을 평가하는 금고 관리능력도 큰 전산사고만 없다면 우열을 가리기 어렵다. 결국 금리 및 출연금으로 귀결된다. 은행권 기관영업이 '머니게임'으로 변질된 근본적인 요소다.

지자체금고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출연금이 기하급수적으로 늘면서 부작용이 잇따랐다. 제 아무리 시중은행이라 하더라도 막대한 출연금은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규모 큰 지자체나 기관계약을 유치할 경우 경영지표가 흔들리는 모습도 나타난다. 신한은행의 경우 서울시금고 유치에 따른 출연금과 IT 전산망 구축비용 등 6000억원 가량이 무형자산으로 분류되면서 보통주자본이 차감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 인해 1분기 자본비율이 소폭 하락할 것으로 추정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행정안전부는 지자체금고 유치과정의 과당 경쟁을 줄이겠다며 평가기준을 개선키로 했다. 은행의 출연금 배점을 줄이고 지자체에 제공하는 금리의 배점을 높이게 골자다. 하지만 지자체금고 경쟁이 심화되는 현 상황을 해소하기에는 여전히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수익성 측면에서 비교적 여유가 있는 시중은행들이 더 낮은 금리를 제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국민은행은 지난 2017년 연 1%대 저금리 신용대출을 제안해 신한은행을 제치고 경찰공무원 대출(무궁화대출) 사업권에 쟁취했다. 수익성에서 다소 손해를 보더라도 시중은행들이 얼마든지 파격적인 금리를 제안할 수 있는 셈이다.

다만 이는 국민은행의 경영지표에 악영향을 끼쳤다. 상승세를 타던 순이자마진(NIM)이 경찰대출을 유치했던 2017년 4분기 들어 3bp나 하락했다. 그 이후로 국민은행의 NIM은 2017년 3분기 말 수준(1.74%)를 회복하지 못했다. NIM은 대출 등 이자부자산 운용수익에서 조달비용을 차감해 운용자산 총액으로 나눈 값으로 은행의 수익능력을 나타내는 대표적인 지표다.

국민은행 측은 "갑작스런 대출 증가에 대응하느라 정기예금, 은행채 발행을 늘리면서 조달금리가 상승한 탓"이라며 "저수익 자산인 무궁화대출은 NIM 제고에 도움이 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국민은행 NIM
*분기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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