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까지 손 뻗은 성형외과 원장…노림수는? [큰손 의사들]⑤박원진 원진성형외과 대표원장, 이디 CB 투자에 아이텍반도체 인수까지…단기차익 지적도
조영갑 기자공개 2019-04-05 08:23:34
[편집자주]
히포크라테스의 후예들이 자본 시장을 흔들고 있다. 제약바이오 산업의 밀물을 타고 의사들은 자본 시장의 큰손으로 거듭나고 있다. 본업을 이어 회사를 차리거나 인수합병 시장에 뛰어들기도 하고 이종 산업에 대한 투자로 발을 뻗기도 한다. 더벨은 제약 바이오 산업의 한축으로 성장한 큰손의사들을 조망해본다.
이 기사는 2019년 04월 04일 16:2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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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성형외과 전문의가 말하는 박 원장의 투자 스타일이다. 박원진 원장은 세간에 알려진 대로 공격적 성향의 큰손 의사다.
원진성형외과는 아이디성형외과와 함께 업계 톱티어 그룹이다. 의료기관의 특성상 외부로 매출액이 드러나지 않아 정확하게 산정하기는 힘들지만 전문의만 30명 정도 보유하고 있는 초대형 성형외과다. 전성기를 구가하던 시절엔 의사가 55명에 이르렀다는 게 업계의 전언이다.
원진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는 한 의사는 "2010년 이후 최전성기를 누릴 당시 수술 건수를 준거로 연 순수익을 따져보면 약 200억원 정도에 이르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박 원장은 원진성형외과의 오너다. 원진성형외과에서 확보한 풍부한 유동성을 바탕으로 다양한 투자활동을 이어 왔다.
2016년 전자교육장비, 지능형 로봇, 전자 계측기 제조업체인 이디에 투자하면서 자본시장에 얼굴을 드러냈다. 당시 박 원장은 이디의 CB를 40억원 가량 인수하고, 자신이 세운 회사를 통해 33억원 규모의 주식을 매입하는 등 70억원이 넘는 투자를 했다. 바이오시밀러 연구개발 업체인 파마리서치바이오와 합작회사를 만들고 엑시트하기도 했다.
당시 이디 엑시트로 얻은 수익은 3억원 수준이었다. 하지만 눈 여겨 볼 점은 전자(IT)와 바이오의 결합시키는 방식으로 투자를 진행했다는 점이다. 두 회사는 원진 측이 2016년 이디의 CB를 인수하고 이디 측에서 원진바이오의 유상증자를 참여하는 방식으로 '한 배'를 탔다.
160여 가지가 넘는 이디의 사업목적 항목을 보면 줄기세포 관련 업종이 5개나 나온다. 원진과 이디는 줄기세포 관련 사업을 통해 바이오 신사업에 진출하려 했다. 업계에 따르면 "당시 최대주주가 수차례 바뀐 이디가 택한 돌파구가 바이오 사업"이었다. 원진성형외과는 2009년 줄기세포연구소를 설립하면서 일찌감치 줄기세포 관련 사업을 구상했다.
박 원장은 지난해 아이텍반도체 인수로 업계에 화제가 됐다. 박 원장은 2018년 반도체 검수 전문 업체인 아이텍반도체에 3자배정 유상증자 방식으로 43억원을 투자, 11%의 지분을 확보하면서 최대주주가 됐다. 박 원장과 특수관계에 있는 한국줄기세포뱅크 역시 아이텍반도체 신주를 취득하면서 5.64%의 지분을 확보해 박 원장과 16.6%의 최대 지분을 확보했다. 한국줄기세포뱅크는 성체줄기세포 보관업, 줄기세포치료제 기술 개발 및 공급업, 세포치료요법을 영위하는 기업이다.
아이텍반도체는 반도체 제조 과정에서 마지막 단계인 테스트 공정을 담당하는 곳이다. 반도체 완제품의 출하 이전에 불량 여부를 판별한다. 아이텍반도체는 자체적인 테스트 프로그램으로 국내 시장에서 과점적인 지위를 확보하고 있었다.
아이텍은 최근 반도체를 떼고 아이텍으로 사명을 변경하면서 사업 다각화를 선언했다. 이번에도 줄기세포다. 이디가 그랬듯 아이텍도 박원진의 손을 거쳐 사업목적에 성체 줄기세포 보관업, 줄기세포치료제 기술개발 및 공급업 등을 추가했다.
이디와 아이텍이 다른 점은 수익구조다. 이디는 10년 간 김용빈, 한국코퍼레이션, 수성, 파라다이스포인트 등으로 주인이 수차례 바뀌며 손실이 누적되고 있는 회사다. 2016년 -80억원, 2017년 -562억원, 2018년 -70억원 등의 순손실을 기록하고 있다.
아이텍은 비교적 안정된 수익구조를 갖고 있다. 2016년 매출액 258억원, 영업이익 21억원, 2017년 매출액 258억원, 영업이익 25억원, 2018년 매출액 310억원, 영업이익 26억원 등 약 10% 대의 영업이익률을 유지하는 견실한 업체다.
업계에서는 박 원장의 이 같은 투자를 신사업 진출로 해석하기 보다는 단기적 투자로 인식하는 분위기다. 줄기세포 사업을 통해 기업가치를 높여 차익을 볼 가능성이 높다고 여기고 있다. 업계에 두루 정통한 한 의사는 "기상장 기업을 인수해서 줄기세포를 붙이는 방식은 이쪽 필드에서 전형적인 투자 방식"이라고 말했다.
실제 아이텍이 주총을 통해 바이오 신사업을 사업목적에 추가한 2018년 8월 이후 주가가 단기적으로 폭등해 최대 1만8200원까지 솟았다. 현재 주가는 1만4550원 수준이다. 이에 대해 원진 측의 설명을 요청했으나 답변을 들을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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