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9년 04월 11일 07시48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미세먼지로 가득한 봄날이다. 공교롭게 하늘을 영업 전선으로 삼고 있는 두 항공사의 앞날도 뿌옇다.이 두 항공사를 중심으로 올해 역시 드라마틱한 주총 시즌을 보내고 있다. 이전에는 엘리엇이라는 해외 거물 헤지펀드가 삼성과 현대를 공격하더니 올해는 국민연금을 앞장 세워 국내 투자자들이 다수 기업을 상대로 들고 일어나는 분위기다. 지배구조가 취약한 기업들은 진땀을 빼고 있다.
지분이 많지 않은 주주들의 의견에도 힘을 실어주는 장치가 마련돼 투자자들의 목소리가 더 큰 울림으로 공명되고 있다. 그 장치는 전자투표제도다.
사실 "이런 날에 무슨 주주총회야"는 예탁결제원 전자투표 시스템 'K-eVote'의 광고 문구다. 굳이 주총장을 찾지 않아도 HTS 거래처럼 인터넷으로 주주권을 행사하는 시스템이다. 기업들의 소액주주 배려 차원이다.
K-eVote 가입 기업은 급속도로 늘고 있다. 이 제도를 도입한 기업은 1000곳을 넘었다. 증권사인 미래에셋대우도 합류했다. '플랫폼-V'를 내놓은 첫 해 99개 기업을 유치했다. 플랫폼-V는 '수수료 무료'라는 경쟁력을 가지고 있어 확산에 더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전자투표는 주주 행동주의라는 자본시장 큰 흐름 속에서, IT 강국인 우리나라에 참 잘 어울리는 제도다.
물론 그 흐름에 역행하는 곳도 있다. 전자투표제도를 물리는 기업들이다. 키스코홀딩스, 한솔홀딩스, 한국철강, 한국주강, 이수페타시스, 대창스틸 등이 그렇다.
이들은 당초 전자투표제도를 시행하던 곳이다. 선제적으로 전자투표제도를 도입했던 곳으로 올해 돌연 이 제도를 철회했다. 이들 기업은 대부분 지방에 소재하고 있어 소수 주주들의 주주권 행사가 어느 정도 제약을 받는다는 공통점이 있다.
공통점은 또 있다. 소수주주들의 목소리를 듣는게 부담스럽거나 불편한 곳이라는 점이다. 주총 안건 공개 이후 소액주주들의 심상찮은 목소리와 움직임을 감지했다는 뜻이다. 물론 소수주주들의 의견이나 비판을 받아들일 정도의 여유가 없어서 그럴 수도 있다.
기업을 운영하거나 유지하는 데 모든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다 반영할 순 없다. 하지만 소수의 의견이 무엇인지, 기업의 경영자가 내놓은 안건에 대해 다른 주주들은 어떤 평가를 내리고 있는지 듣는 과정은 필요하다. 물론 전자투표제가 이를 다 담보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이 과정을 갑자기 생략하는 꼼수는 왠지 비겁해 보인다. 아니면 '정말 문제가 있나'라는 의심을 더 가지게 한다.
그 정도 기업이라면 주주들은 이런 날씨에도 주총장에 일부러 찾아가게 된다. 그러면 일은 더 커지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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