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경영인 체제 뒤엔 '전략실'이 있다 [신세계를 움직이는 사람들]①이명희 회장 직속 조직...대형 M&A 등 컨트롤타워 역할
박상희 기자공개 2019-04-23 07:34:24
[편집자주]
전문경영인 체제를 표방하는 신세계그룹에도 컨트롤타워는 존재한다.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 직속 조직으로 알려진 '전략실'이다. 계열사 업무 조율과 지원은 물론 그룹의 대형 M&A도 전략실 주도로 이뤄졌다. 남매 분리 경영이 가속화되면서 전략실의 기능과 권한에도 변화 조짐이 엿보인다. 전략실을 중심으로 신세계그룹을 이끄는 주요 조직과 인물들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19년 04월 17일 16:3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신세계그룹은 국내 재계에서 보기 드문 경영 스타일을 보여주고 있다. 우선 여성인 이명희 회장(사진)이 그룹의 수장이다. 그룹 총수가 경영 전면에 나서지 않은 채 오래동안 전문경영인 체제를 유지해 온 점도 눈길이 간다. '군림하되 통치하지 않는다'는 표현이 딱 들어 맞는 경영 체제다.그렇다고 이 회장이 회사 경영을 방관한 것은 아니다. 신세계그룹 총수와 회사 경영을 이어주는 연결고리 조직이 바로 '전략실'이다. 이 회장 직속 조직인 전략실은 그룹 경영 전반을 조정하는 컨트롤타워 조직이다.
2010년대 들어 전략실은 조직 축소 움직임이 뚜렷하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과 정유경 ㈜신세계 백화점부문 총괄사장 남매 분리 경영 및 경영권 승계와 맞물린 움직임이다. 그룹 안팎에서는 계열 분리와 경영 승계가 마무리 될 때까지는 전략실이 계속해서 그룹의 중추 역할을 맡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전략실, ㈜신세계·㈜이마트 계열 대표 월 정례회의…계열사 업무 조율
그룹의 모태인 ㈜신세계는 1993년 삼성그룹으로부터 계열분리됐다. 이 회장은 1997년 공정거래법상 삼성그룹과 완전히 계열분리할 때 신세계백화점 점포 2곳과 조선호텔만을 들고 나왔다.
공정거래위원회 대기업집단 지정 현황에 따르면 2001년 신세계그룹 계열사 수는 9개, 자산 규모는 3조원에 불과했다. 지난해 5월 기준 계열사 수는 39개, 자산규모는 34조원에 이른다. 20년 새 사세가 수십배 확장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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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략실은 전략실장(권혁구 사장) 아래 △관리총괄(한채양 부사장) △지원총괄(허병훈 부사장)을 두고 있다. 인사총괄을 맡던 임병선 부사장이 지난해 까사미아 대표이사로 자리를 옮기면서 인사총괄과 기획총괄을 합쳐 지원총괄로 조직을 개편했다. 관리총괄은 재무와 관련된 업무를 담당한다. 지원총괄은 기획 업무 및 그룹 인사 등에 관여한다. 굵직굵직한 M&A(인수합병) 거래를 검토하는 것도 전략실의 주요 업무다.
전략실은 ㈜신세계와 ㈜이마트에서 파견된 인물로 꾸려진다. 소속 인원은 60여 명 정도다. 각각 총괄 부서 아래 팀장 중 절반 이상은 임원급이다. 전략실은 그룹 전반의 경영환경을 분석하고 ㈜이마트와 ㈜신세계 간 사업조율 등의 역할을 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면세 사업 일원화가 전략실의 계열사 업무 조율 기능을 보여주는 사례다. 신세계그룹은 지난해 신세계조선호텔과 신세계디에프로 나눠져있던 면세사업을 일원화했다. ㈜신세계와 ㈜이마트 계열에서 각각 담당하던 면세 사업을 그룹 차원에서 합치기로 결정한 것이다.
전략실 핵심 멤버는 백화점부문과 이마트부문 대표들이 모이는 회의에도 참석한다. 회의는 ㈜이마트 계열과 ㈜신세계 계열로 구분해 각각 월 1회 진행된다. ㈜이마트 계열 회의에는 이마트를 비롯해 이마트 계열에 속하는 계열사(조선호텔, 신세계푸드, 신세계프라퍼티, 이마트24 등) 대표가 참석한다. ㈜신세계 계열 회의에는 신세계인터내셔날, 신세계디에프 등 계열사 대표가 참석한다.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계열사 대표와 갖는 정례 회의에는 권혁구 사장을 비롯해 한채양 부사장과 허병훈 부사장이 모두 참석해 경영 현황을 살핀다"면서 "오너 일가인 정용진 부회장과 정유경 총괄 사장도 회의에 참석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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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매 분리 경영 가속화에 전략실 축소 기조
이 회장은 신세계그룹 총수에 오른 뒤 전문경영인 체제를 유지해왔다. 2004년 12월 ㈜신세계 사보에 '2005년 본점 오픈을 앞두고'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회사 경영을 전문경영인에게 위임한다는 방침을 공개적으로 밝히기도 했다. 실제로 이 회장은 그 경영 방침을 지금까지도 유지하고 있다.
전문경영인 체제는 국내 재계에선 보기 드문 경우다. 유통 라이벌인 롯데그룹과 현대백화점그룹을 보더라도 견고한 오너 경영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심지어 신세계그룹 오너 일가는 등기이사에도 이름을 올리지 않고 있다. 이갑수 이마트 대표이사 사장과 장재영 신세계 대표이사 사장 등 전문경영인 책임제를 강화한다는 명목으로 2013년 등기이사에서 물러났다.
전략실은 전문경영인 체제 유지를 선언한 이 회장과 그룹 경영을 이어주는 연결고리다. 전략실이 이 회장의 직속 조직으로 운영되는 이유다. 이 회장은 전문경영인에게 책임경영을 맡기는 등 경영 일선에는 나서지 않지만, 전략실을 통해 그룹 경영 전반을 챙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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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략실은 계열 분리와 경영권 승계 작업에도 깊이 관여하고 있다. 신세계그룹은 2011년 백화점 부문과 이마트 부문을 인적분할했다. 2016년 정 부회장과 정 총괄사장이 보유한 백화점과 이마트 지분을 맞교환하며 남매 분리 경영이 본격화됐다. 일련의 작업은 모두 전략실에서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역설적으로 남매 경영이 가속화되면서 전략실 규모는 축소됐다. 한 때 200여 명에 달했던 전략실 소속 임직원은 현재 3분의 1 수준인 60여 명 수준으로 줄었다. 경영권 승계 및 계열분리 시기가 가까워지면서 이 회장이 전략실 규모 축소를 결심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정기 인사 때 ㈜이마트와 ㈜신세계 부문 인사를 단행한 점도 주목된다. 고광후 부사장과 이주희 부사장이 각각 ㈜신세계와 ㈜이마트 기획전략본부장으로 발령났다. 이는 전략실에서 맡고 있는 기획전략 업무 일부가 이관된 것이어서 전략실 규모 축소와 맞물린다.
그룹 안팎에서는 경영권 승계 및 계열 분리가 완료되면 전략실도 해체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전략실이 이 회장의 직속 조직인 만큼 ㈜신세계와 ㈜이마트 보유 지분을 자녀에게 모두 증여하면 조직이 존재할 명분이 없기 때문이다.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추후 계열 분리가 이뤄진 후 ㈜신세계와 ㈜이마트에서 각각 전략실을 운영할 수도 있다"면서 "전략실의 존립 여부는 이명희 회장의 결정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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