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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사형통책된 계열분리…김재철의 선택 '옳았다' [동원그룹 세대교체]③경영승계·금산분리 '해결'…김남구 '금융'·김남정 '제조' 승승장구

전효점 기자공개 2019-04-30 09:37:02

[편집자주]

약 20여 년 전인 2001년 선제적으로 지주사 체제로 전환한 그룹이 있다. 2003년엔 계열분리를 통해 경영권 승계도 마무리했다. '참치왕국' 동원그룹 이야기다. 1969년 설립 이후 동원그룹 성장 신화를 써 온 김재철 회장은 계열분리 16년 뒤 창립 50주년을 맞아 퇴진했다. 경영권 분쟁이나 후계구도를 둘러싼 잡음은 없었다. 2000년대 초반 지주사 전환과 계열분리를 마무리 한 덕분이다. 동원그룹의 지배구조 변곡점과 남은 과제들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19년 04월 25일 16:2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동원그룹은 2003년 지주사 체제를 완성하기 위해 '금산분리'라는 관문을 넘어야 했다. 금산분리 원칙은 공정거래법상 산업자본으로 구분되는 일반지주회사가 금융계열사를 거느릴 수 없도록 한 법이다. 김재철 회장은 그룹을 금융업과 식품업으로 계열분리해 두 아들에게 각각 맡김으로써 금산분리 난제를 경영 승계와 함께 해결하는 방법을 택했다.

당시 동원그룹이 계열분리를 하지 않고 금산분리 원칙을 총족시키려면 본업인 식품·수산업과 신성장동력으로 승승장구하던 금융업 가운데서 양자택일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본업을 선택하면 보유하고 있던 한신증권(동원증권 전신)을 포함한 금융 계열사들을 정리해야 했다. 당시 자기자본수익률 1위를 기록하면서 승승장구하던 증권업을 택하면 식품·수산 계열사를 처분해야 했다. 계열분리는 김 회장이 어느 한 사업을 버리지 않고도 모두 취할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해결책이었다.

◇김남구·김남정 계열분리 '두마리 토끼 잡기'

계열분리를 앞둔 2003년 무렵 장남 김남구 부회장은 41세의 나이로 동원금융지주 사장을 역임하고 있었다. 차남 김남정 부회장은 31세의 젊은 나이로 동원산업에서 근무하고 있었다. 형제는 이미 10여년 전부터 제조와 금융 부문으로 일찌감치 나눠져서 커리어를 쌓아오고 있었다. 계열분리를 염두에 둔 행보는 아니었지만, 두 아들의 미래는 자연스럽게 금융업과 제조업으로 분기하고 있었다.

동원그룹은 큰틀에서 동원엔터프라이즈를 정점으로 한 수산·식품업과 동원금융지주를 중심으로 한 금융업으로 그룹을 쪼개는 밑그림을 그렸다. 금융부분의 지주회사 역할을 했던 동원산업이 동원엔터프라이즈에 편입됨에 따라 2003년 금융부문 지주회사인 동원금융지주가 설립됐다. 동원금융지주는 2004년 12월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계열분리 최종 승인을 받음으로써 국내 최초로 산업자본에서 분리된 금융전업그룹으로 탄생했다.

김 회장은 보유한 동원금융지주 지분을 김남구 부회장에게 증여하면서 지분 승계를 완료했다. 김 부회장은 보유한 동원엔터프라이즈, 동원산업 지분을 처분하면서 동원그룹과의 접점을 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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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정 부회장으로의 지분 승계도 2003년 지주사 전환과 함께 김 부회장이 동원엔터의 최대주주로 등극하면서 일찌감치 완료됐다. 김남정 및 특수관계자의 동원엔터프라이즈 지분율은 2003년 49.2%였지만 이듬해 사실상 100%까지 지배력을 확대하면서 승계와 동시에 오너가 지배력을 안정적인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김 회장은 2004년 금융 계열사를 장남에게 떼어준 뒤, 증권업 경영에서는 완전히 손을 뗐다. 대신 젊은 김남정 부회장과 함께 자신이 기반을 둔 수산·제조업에 집중했다. 계열 분리 이후 김재철·김남정 부자가 이끄는 동원그룹과 김남구가 이끄는 한국투자금융지주는 각각 가파른 도약을 시현한다. 김재철 회장의 '선택과 집중' 전략이 들어맞은 셈이다.

◇김재철 회장 '선구안'… 증권업은 장남, 본업은 차남 계승

동원그룹은 1982년 한신증권을 인수하면서 증권업에 처음 발을 들였다. 1981년 당시 미국에 체류하던 김재철 회장은 현지에서 증권업이 부상하는 것을 목격하고, 국내에서도 증권업이 미래 산업이 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김 회장은 이듬해 국내로 돌아와 시중은행 민영화로 매물로 나와있던 한신증권을 70억원에 인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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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구 부회장(왼쪽), 김남정 부회장

김 회장의 장남 김남구 부회장은 1987년 동원산업을 처음으로 그룹에 입사했지만 1991년부터 한신증권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금융업 부문에서 커리어를 쌓기 시작했다. 한신증권은 1996년 동원증권으로 사명을 바꾼 이후로부터는 더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다.

2004년 계열분리 직후 김 부회장은 동원금융지주의 독자적인 생존길을 모색하면서 2005년 당시 가장 큰 투자신탁회사였던 한국투자신탁 인수를 추진했다. 매수가액이 5500억원에 이르는 대규모 인수합병이었다. 이후 피인수 회사인 한국투자증권이 동원증권을 합병하면서 김 부회장은 국내 최대 규모의 한국투자금융그룹을 이끄는 수장이 됐다.

김남정 부회장 역시 계열분리 이후 아버지와 함께 동원그룹의 성장을 이끌어 나갔다. 계열분리 당시 동원F&B 마케팅전략팀장을 맡고 있던 김 부회장은 2005년 동원산업 경영지원실장, 2008년 동원시스템즈 경영지원실장 등 주요 계열사의 요직을 두루 섭렵하면서 그룹 전반을 보는 눈을 키웠다. 지분 승계는 끝났지만 경영 면에서는 여전히 아버지의 그늘 하에서 실무를 익히던 시기였다.

동원그룹은 2008년 미국 참치캔회사 스타키스트를 델몬트로부터 4500억 원에 인수하면서 참치어획량과 참치가공부문에서 세계 1위 기업으로 도약했다. 2016년에는 동원산업이 동부익스프레스를 인수하면서 물류로 확장, 그룹 사업을 수산과 식품, 포장재, 물류 4대 부문으로 재편했다.

김 부회장은 2011년 동원엔터프라이즈 부사장에 오른데 이어, 2014년 41세의 나이로 동원그룹 부회장에 오르면서 본격적인 2세 경영의 막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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