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래프톤이 완전 자본잠식?…퀀텀점프의 역설 [데카콘 넘보는 유니콘]②'가치 급등' 우선주 0.9조 부채 인식, 보통주 전환시 해소
박창현 기자공개 2019-04-30 07:54:43
[편집자주]
유니콘 기업은 새로운 산업 시대를 여는 첨병들이다. 벤처기업에서 혁신기업으로 성장하면서 신영역을 개척하고 기존에 없었던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벤처캐피탈 또한 유니콘 기업에 선제적으로 자금을 투입하며 자본이익의 기회를 엿보고 있다. 벤처 생태계의 성장동력이 된 유니콘들은 다시 새로운 도전 앞에 놓여있다. 데스밸리에서 살아남아 데카콘으로 진화해야만 한다. 유니콘의 성장 원천과 강점들을 면밀히 살펴보고, 더 나아가 데카콘 도약 가능성도 함께 짚어보고자 한다.
이 기사는 2019년 04월 29일 07:1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배틀그라운드' 게임 개발사 크래프톤은 성공 신화를 써 내려가고 있다. '매출 1조원 돌파', '세계 이용자수 4억명', '누적 판매량 5500만장', '모바일 버전 다운로드 수 2억건' 등 성공 훈장도 하나 둘 늘려가고 있다.하지만 크래프톤은 작년 말 기준으로 완전 자본잠식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전체 자산은 6190억원 규모인 반면 갚아야 할 부채는 이 보다 222억원 가량 더 많은 6413억원에 달한다. 자산 보다 빚이 더 많은 완전 자본잠식 상태인 셈이다.
도대체 크래프톤에 무슨 일이 있는걸까. 그 해답은 전환상환우선주(RCPS)에서 찾을 수 있다. 크래프톤은 2017년 배틀그라운드가 출시되기 전까지 오랜 기간 '죽음의 계곡(death valley)'을 떠돌아야 했다. 그나마 어려운 고비 때마다 벤처캐피탈(VC)이 자금 수혈을 해준 덕분에 발걸음을 이어갈 수 있었다.
VC들은 자금 회수 안전장치를 마련하기 위해 보통주가 아닌 RCPS로 투자를 단행했다. RCPS는 특정 조건 부합시 투자금 상환은 물론 보통주 전환도 가능한 우선주를 말한다. 2008년 71억원을 시작으로, 이듬해까지 총 252억원이 투자됐다. 재무 압박이 가장 심했던 2015년과 2016년에도 210억원이 넘는 자금이 RCPS 형태로 수혈됐다. 마지막 투자가 이뤄진 것은 2017년 2월이다. 당시 총 50억원의 자금이 들어왔다. 이렇게 크래프톤이 재무적투자자(FI)들로부터 받은 RCPS 투자금만 523억원에 달한다.
2017년 배틀그라운드가 출시되면서 크래프톤과 FI 모두 반전 드라마를 써내려갔다. 신규 게임이 글로벌 시장에서 큰 성공을 거두자 1년 새 매출이 10배 이상 늘었고, 지난해 1조원 금자탑도 세웠다. 연간 현금 창출력도 3000억원에 육박했다. 말 그대로 대박이 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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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지난해부터 회계 기준을 '일반회계기준(K-GAAP)'에서 '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K-IFRS)'으로 변경하면서 RCPS 처리에 대한 회계 이슈가 발생했다. 일반회계기준에서 우선주는 자본으로 분류되지만 새로운 기준에서는 부채로 계상되기 때문이다.
RCPS는 보통주로 전환할 수 있는 권리가 붙어있지만 회계적으로는 명백하게 상환 의무가 있는 부채다. 크래프톤 역시 RCPS를 납입자본이 아니라 금융부채로 분류하고 있다. 여기에 기업가치가 상승함에 따라 RCPS 가치를 재조정해야하는 문제에 직면했다.
크래프톤은 바뀐 회계기준에 맞춰 RCPS 가치를 다시 책정하고, 회계 항목도 변경했다. 2016년의 경우, RCPS 가치를 861억원으로 책정했다. 하지만 2017년 들어 기업가치가 급등하자 RCPS 주당 평가가격도 높아졌다. 크래프톤은 2017년 말 기준으로 RCPS 주당 가치를 약 35만원으로 책정했다. 이는 우선주 평균 발행가격(약 2만원)의 17배가 넘는 가격이었다. RCPS 총 가치는 8837억원으로 불어났다.
RCPS는 새로운 회계 기준에서 부채로 계상되는 탓에 크래프톤 재무구조에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금융부채가 1년만에 10배 이상 커졌기 때문이다. 먼저 늘어난 금융부채가 손익에 영향을 미쳤다. 늘어난 부채액 만큼 '기타비용'으로 계상됐고, 그 결과 2017년 한 해에만 8800억원의 순손실이 발생했다. 그 여파로 자본 계정 내 결손금이 1조원으로 불었고, 크래프톤은 완전자본 잠식 상태에 빠졌다.
물론 RCPS 가치 평가는 회계상 조치이기 때문에 기업가치에는 영향이 없다. 더욱이 RCPS가 보통주로 전환되면 주당 가치만큼 다시 자본으로 환입돼 자연스럽게 자본잠식도 해소된다.
실제 지난해 200만주가 넘는 RCPS가 보통주로 전환되자 자본 확충 효과가 나타났다. 먼저 자본금이 23억원에서 37억원을 늘었고, 자본잉여금 또한 1496억원에서 8050억원으로 불었다. 자본 계정이 늘자 자본 잠식액도 222억원까지 줄어든 상태다. 향후 추가적인 RCPS 전환이 이뤄지면 자연스럽게 자본잠식 상태도 벗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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