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펀드교역 선도자 조홍래, 운용업 새 지평 [한국투자금융을 움직이는 사람들]⑨OCIO 시장 개척, 펀드 수출…국민 자산 증식, 사명감이자 철학
이지혜 기자공개 2019-06-20 09:15:19
[편집자주]
한국투자금융그룹의 슬로건은 'VISION 2020 아시아의 선도금융기관'이다. 국내 자본시장에서 굴지의 금융그룹으로 자리잡았고 이제 글로벌 투자은행과 어깨를 견줄 준비를 하고 있다. 여기, 71억원에 인수한 중소 증권사를 자산 71조원의 거대 금융그룹으로 일군 입지전적 인물들이 있다. 한국투자금융그룹을 이끌고 있는 핵심 인력의 면면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19년 06월 14일 08:2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자산운용사는 말이 아니라 숫자로 보여줘야 한다. 자산운용업의 본질은 결국 국민의 재산을 운용하는 것이다." 조홍래 사장이 2015년 1월 한국투자신탁운용 대표 취임식 기자간담회에서 남긴 말이다.조 사장의 자신감에 당시 시장은 반신반의했다. 국내 자산운용업계의 '맏형'으로 불리는 한국투자신탁운용이었지만 2014년 펀드 운용 수익률이 업계 최하위 수준으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취임 4년차인 지난해, 한국투자신탁운용은 사상 최대 수준에 버금가는 순이익을 올렸다. 비결은 단순했다. 자산운용업의 본질에 충실했고, 열심히 발로 뛰었으며, 모르면 알 때까지 공부했다. 그 스스로 내부에서 최고 스펙을 가졌지만 가장 부지런하게 움직이면서 직원들에게 모범을 보였다.
조 사장은 한국투자신탁운용 수장으로서 올해 4연임의 기록을 썼다. 해외로 눈을 돌리면서 투자의 새 길을 열었다는 평가다. 조 사장이 OCIO사업에 일찌감치 힘을 쏟은 점도 도움이 됐다. 이제 그는 자산운용업으로 국민에게 봉사하겠다며 TDF에 공을 들이고 있다. 'TDF알아서' 시리즈 펀드가 그것이다.
◇"말보다 수치로 보여주겠다"…‘펀드 수출 명가'로 재도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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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투자신탁운용의 성장세는 단연 눈에 띈다. 자산운용업계의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일궈낸 성과이기 때문이다. 국내 자산운용사 수는 2014년 말 86곳에서 지난해 말 242곳으로 증가했다. 1곳당 평균 순이익은 2014년 47억원에서 지난해 말 23억원으로 반토막이 났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이 맏형으로서 위상을 회복한 데는 해외사업이 효자노릇을 했다. '한국투자베트남그로스증권자투자신탁(주식)'과 '한국투자한국의제4차산업혁명증권자투자신탁(주식)'이 그것이다. 이 상품이 히트를 치면서 운용업의 핵심 수익원이라 할 수 있는 운용보수가 지난해 874억원으로 2017년보다 23% 증가했다.
조 사장은 이런 기세를 놓치지 않고 일본에 베트남 펀드를 수출해 '완판'의 기록을 세웠다. 지난해 7월 출시된 '도쿄해상베트남주식펀드'가 설정규모 5000억원을 넘어서면서 성황리에 소프트클로징(판매완료)을 했다.
한국투자신탁운용 관계자는 "조 사장은 업계에서 펀드교역의 선도자로 정평이 나 있다"며 "경쟁사는 해외의 좋은 펀드를 국내에 파는 정도지만 조 사장은 국내와 해외 네트워크를 적극 활용해 국내펀드를 해외에 홍보하고 수출하면서 새 시장을 개척한다"고 말했다. 금융상품을 통해 활발하게 교류한다면 회사는 물론 한국 자본시장이 질적 성장을 이룰 수 있다는 믿음에서다.
조 사장의 해외사업 성과는 오랜 경험에서 우러나왔다. 조 대표는 한국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 시절부터 세계화를 강조하며 글로벌 리서치 인력을 늘렸다. 한국투자금융지주에서도 글로벌리서치실장을 맡아 해외 관련 투자를 진행해 왔다. 김남구 한국투자금융지주 부회장이 조 사장의 취임 당시(2015년) 한 달에 한 번씩 중국을 방문할 정도로 신흥국에 깊은 관심을 뒀다는 점도 조 사장의 해외사업에 보탬이 된 것으로 파악된다.
해외사업 확대기조는 조 사장이 수장을 맡은 한 계속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은 올해 1월1일부터 최고투자책임자 직속으로 글로벌 운용총괄이라는 부서를 신설하고 기존 아시아비즈니스팀을 확대하는 한편 최고투자책임자 직속으로 옮겼다.
◇"국민의 자산을 키운다"…자산운용업의 본질에 충실
'본질에 충실한 경영'. 조 사장의 경영철학을 요약하는 말이다. 그는 당장 돈을 버는 방법보다 '자산운용업의 본질에 맞게 장기적 관점에서 국민의 자산을 늘리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를 고민한다.
한국투자신탁운용 관계자는 "조 사장이 오직 자산운용업의 본질에 초점을 맞추다보니 오히려 관습에 물들지 않아 새로운 시도를 한다"며 "자산운용업의 본질에서부터 사업타당성을 검토하니까 직원들도 사업에 대한 이해도와 공감도가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
조 사장이 자산운용업의 타깃으로 삼은 국민에는 개인이나 기업뿐 아니라 국가도 포함됐다. 일찌감치 외부위탁운용관리(OCIO) 사업에 뛰어든 이유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은 현재 공적연기금과 민간연기금의 투자풀에 모두 참여하는 유일한 자산운용사다.
조 사장은 기관의 자금도 개인과 마찬가지로 단기성과뿐 아니라 장기적인 수익률 관리가 이뤄져야 한다고 판단했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이 민간연기금투자풀 주간운용사까지 선정된 것은 2015년이지만 OCIO사업을 준비한 것은 지주사시절에서부터다. ‘OCIO사업의 산파'. 조 사장이 얻은 별명이다.
취임 시절부터 지금까지 인터뷰에서 빠뜨리지 않고 강조하는 'TDF(타깃데이트펀드)알아서' 시리즈 펀드도 조 사장의 경영철학과 맥락이 같다. TDF알아서 시리즈는 투자자의 노후를 보장하기 위해 은퇴시점과 연령에 따라 주식과 채권 투자비중을 자동으로 조정하는 펀드다. 조 사장은 이 펀드를 가리켜 "우리 회사가 국민에게 봉사할 수 있는 기회이자 대장정"이라고 부른다.
조 사장은 TDF알아서 펀드를 만들기 위해 2015년 10월 퇴직연금 전담부서를 만드는 등 2017년 2월 이 펀드가 출시될 때까지 오랜 기간 공을 들였다. TDF알아서 시리즈는 '폭풍성장세'를 이어가는 국내 TDF시장에서 3위권에 올라 있다.
◇"실무에 밝은 리더"…가장 똑똑하고 가장 부지런
'학구적인 리더', '실무에 밝은 리더'. 일각에서는 조 사장에게 이런 시선도 보낸다. 서울대학교 경제학과 졸업, 미국 예일대학교 경제학 석사 등 최고 스펙을 보유하고 있으면서도 가장 부지런히 일한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이 빠른 시간 안에 체질개선을 이룰 수 있었던 데는 조 사장의 리더십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조 사장은 현대경제연구원에서 처음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할 때 그룹 계열사 현장을 모두 돌아다녔다. 2002년 한국투자금융그룹으로 자리를 옮겼을 때는 사내의 증권투자상담사 자격증 교육을 전부 들었다. 이런 습관은 여전해 조 사장은 새로 개척해야 할 분야에 대해 아직도 자격증 공부를 한다. 국내 펀드를 해외에 수출할 때는 영업팀과 함께 유럽, 일본, 베트남을 누볐다.
조 사장 집무실의 한쪽 벽면은 모두 칠판으로 되어 있다고 한다. 일본과 관련된 사업을 진행할 때는 일본지도가 그려져 있고 아이디어가 떠오를 때는 관련 표와 그림이 그려져 있기도 했다고. 학구적인 그의 태도는 회의시간에도 발현돼 임직원들이 칠판에 글과 표를 그리며 설명하기를 요구받는 때가 많다. 과차장급 직원들이 조 사장의 집무실을 수시로 드나드는 모습도 낯선 장면이 아니다.
한국투자신탁운용 관계자는 "회사에서 가장 똑똑한 사람이 가장 많이 공부하고 있으니 직원들이 긴장할 수밖에 없다"며 "학구적이고 철저해서 스스로 업무 관련 공부를 많이 할 뿐 아니라 직원들과 회의를 할 때도 의문스러운 점이 있으면 결코 그냥 지나치지 않는다"고 말했다.
◆조홍래 한국투자신탁운용 사장
<학력>
△1979 명지고등학교 졸업
△1983 서울대학교 경제학과 졸업
△1984 미국 예일대학교 경제학 석사
◇경력
△1992~2002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본부장(이사)
△2002~2005 동원증권 리서치본부장
△2005~2009 한국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
△2006~2007 한국투자증권 홀세일본부장(겸직)
△2007~2008 한국투자증권 법인본부장(겸직)
△2008~2009 한국투자금융지주 투자전략실장(겸직)
△2009~2014 한국투자금융지주 (투자전략실장, 전무)
△2015~현재 한국투자신탁운용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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